"날 어떻게 알아본 거지?"
이리나는 냉랭한 어투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그냥?"
뚜둑.
그녀의 손에서 관절 꺽이는 소리가 들렸다.
"워우, 진정 하라고 "
그는 여전히 웃으며 그녀의 로브로 시선을 옮겼다.
"......."
"그저, 당신 로브를 보고 유추한 것 뿐이니"
이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날 밤은 어두웠던 대다가 후드까지 쓰고 있었으니'
로브가 아니었으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킨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이 배를 왜 탄 거지?"
그녀의 질문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일 때문에 에덴라에 있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일?"
"음, 기밀 사항이라 이 이상은 말할 수 없거든"
그는 상쾌하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뭔가 남자의 행동이 묘하게 그녀의 심기를 거슬렸다.
"......"
"아, 너는 뭐 하러 이 배 탔어?"
그의 질문에 그녀는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나도 일"
그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역시 넌 재미있을 것 같았어"
'뭐라는 거지?'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튼 앞으로 잘 만날 것 같으니까 인사해두지"
".....?"
"내 이름은 그모스야"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고민하던 이리나는 가명을 댔다.
"레브"
망설이던 그녀는 악수를 하려고 그의 손을 잡을 듯이 팔을 뻗었다.
휙.
그의 손이 사라졌다.
고개를 드니 그는 악수 하려고 내민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있었다.
"하하 ,이걸 속네"
빠직.
짜증이 솟아올랐다.
'하, 정말인지 이런 종류의 인간과는 엮이지 않는게 좋겠군'
하지만 왠지 그러기에는 조금 늦은 것 같았다.
***
이리나는 일주일 넘게 배에서 생활하며 알기 싫은 몇 가지 점들을 알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그모스는 선실 밖으로 나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는 나올 때마다 늘 기사들을 데리고 다녔다.
호위 기사들인 듯 했지만 기사보다는 고용된 용병에 가까운 인상의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그때 불량배들에게 실컷 두드려 맞고 고용한 거겠지'
그의 호위 기사들은 무섭게 생긴 외모 때문에 다른 승객들이 피해 다녔다.
하지만 그와 달리 그모스는 적응을 잘하는 편이었다.
사교성도 웬만한 귀족 영애 못지 않게 좋았다.
그녀는 갑판에 나와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뒤쪽에는 그모스가 선원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곧 식량이 떨어질 것 같다고?"
"쉿, 조용히 말해요. 승객들이 놀라면 안돼요"
"앗, 그래?"
이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바람을 따라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럴 때는 귀가 밝은게 마냥 좋지는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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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삶에 왕녀가 되었다.
Romance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빙의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그녀의 11번째 삶, 항상 무시 당해왔던 왕녀의 몸에 빙의했다. 하지만 이번 삶은 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유난히 남자들이 많이 꼬이는 것 같은데..기분 탓이겠지?' 빙의한 몸의 남동생인 왕태자, 우연히 만난 녹색 머리의 미남 그리고, 제국의 2황자 와 재능을 숨기고 있는 공작까지 . 온갖 미남들이 그녀에게 다가오는 와중에 유난히 한 남자가 눈에 거슬리는데. '10번의 삶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