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벌써 비는 그쳤고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 아이는 아직 자고 있었고 세라는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리는 중이였다. 정신을 차리고 수건을 들고 근처 연못에 가서 간단하게 씼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는데 내가 아는 포션을 만들기 유용한 식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술을 푸는 니겔라와 잠듦을 해결한다는 이브닝 프림로즈가 있었어서 아이의 상태를 회복하기가 쉬워졌다. 필요한 풀들을 한바가지 따서 다시 텐트로 돌아갔다.
세라의 음식은 보기보다 엄청 맛이 없다. 자기 나름 신경은 썼는거 같은데 영...발전이 없다. 그래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죽을거같아서 그냥 두번씹고 삼킨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서둘러 포션을 제작했다. 만드는법은 제법 쉽다. 제니퍼 열매 5알을 볶다가 성수를 넣고 꽃잎이 상하지 않은 이브닝 프림로즈 12송이와 마지막으로 잠든 요정의 눈물 1방울을 섞은 뒤 10~15분정도 끓이다 식혀서 마시면 된다.
아이에게 포션을 먹이고 몇분이 지나자 언제 잤냐는듯이 벌떡 깨서 두리번거렸다.
"괜찮아~ 니 가방은 여기있어" 세라가 아이의 가방을 공중에 띄우면서 얘기했다.
"역시나...ㄴ니가 마녀가 맞구나! 우리 할머니의 원수! 죽어라!!!" 아이가 갑자기 주변에 있던 돌을 던져 세라의 머리를 맞췄다. 아니나 다를까 퓨어니 상처도 없고 일단 물리적인 공격이 안통했다. 나는 아이가 불쌍해 보였다. 아니, 동정심을 느낀것같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길수 없는 존재를 상대해야되기 때문이다. 그 기분을 나는 아는지라 먼저 손을 뻗었다.
"네 이름은 뭐니? 어디서 왔어? 빨리 돌아가야 되지 않을까, 부모님이 기다리실거야~" 나의 말에 아이는 처음으로 위협이 아닌 말을 했다. "칸 블랙...그게 내 이름이야." 공포와 의심에 찌든 목소리로 그 아이가 대답을 했다.
"부모님이 기다리실거야~빨리 가봐. 어제오늘 일어난 일들은 잊고." 나는 이때 아이의 기억을 지울려고 했다.
"나 부모님 없어. 집도 없고." 아이의 한마디에 심장이 덜컹했다. 그리고 자책했다. '아...내가 이 아이의 아픈곳을 비수로 찔렀다...'"멍청한 아저씨가 말이야. 딱 보면 알아야지. 어설픈 도둑질에 헤진 옷 고아잖아~!" 정적을 깬건 세라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어이 꼬마 너 에덴힐에서 왔지?"
"그건 어떻게.." 아이가 상당히 놀란 눈으로 세라를 보았다. 갑자기 세라가 빗자루를 타고 날때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매그놀리아 옆엔 에덴힐이란 마을이 있는데 얼마 전에 도적떼가 지나간 이후 빈민가가 됐는데 지금은 마을 갱단이 관리한다고...아마 칸도 그 사건의 피해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세라랑 잠깐의 회의를 했다 칸을 어떻게 할지. 그래서 결론은 일단 짐을 챙기고 칸의 기억을 지워서 재운 다음에 매그놀리아에 있는 고아원에 보내는게 되었다. 항상 세라의 결단력을 무섭지만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는 그 단호함과 냉정함이 어쩔수 없이 생겨난 가시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그렇다.
짐 정리를 다 한 다음 포션을 들고 칸에게 갔다. 그러자 그 아이가 작은 손으로 내 소매를 붙잡으며 간절하게 말했다.
"제발 저도 데려가 주세요...짐이 되지 않을게요. 잡일도 안할게요. 그러니까 저좀 제발 저좀 살려주세요..." 그가 우는 모습에 나는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 전의 내 모습같아서. 온갖 악몽같은 기억들이 되살아나 내 머리속을 헤집어놨다. 나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세라에게 가서 동료로 삼자고 부탁을 했다.
"야 너 제정신이야? 이미 한 결정을 바꾸라고? 그 유일무이했던 해결책을. 고작 아이 눈물 하나로 바꾸자고? 참나 어이가 없어서...""이 냉혈한아. 그게 왜 유일무이한 방법이야? 같이간다는 좋은 방법도 있어. 물론 조금 힘들거야. 칸은 마법을 못 쓰니까. 그래도 해볼수는 있잖아?" 진짜 나는 죽을 각오를 하고 말을 했다. 세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말없이 칸에게로 갔다. 나는 당황해서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나 세라 랑그리아. 지금 여기 이자리에서 퓨어의 권능으로 말할지어니 나의 마력의 일부를 계약자인 칸 블랙에게로 양도한다. 지금부터 이 인간이 마력을 가지게 될것이다.
Ôm säcùros hĕrgițos ça"예상치 못한 전개다. 세라가 칸에게 마력을 나누어주다니. 그것도 퓨어의 권력으로.
"이제 됐어 페로?" 세라가 처음으로 나를 아저씨라고 안불렀다.
"어...엉? 이제 됐어. 근데 왜 이렇게까지..."
"니 알바 아니야. 아오 피곤하네. 나 좀 잘게..."
털썩...마력 양도의 여파가 상당히 컸나보다. 세라가 쓰러지다니...늘 강하던 그녀가 이렇게 돼니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제서야 칸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ㄴ...나한테 무슨짓을한거야!!!" 칸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나한테 소리쳤다. 나는 현실적으로 그의 질문에 답을 했다.
"칸 블랙. 너는 이 시간부로 마족이 됐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칸도 충격이 컸는지 기절했다. 뭐... 당연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