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 한번째 월식이 있던 날 태어났던 저주받은 아이였다. 내 동생은 나보다 세살 어린데 나와는 다르게 꽃피던 봄날에 태어났다. 하지만 그때도 아무도 우리 둘과 부모님을 환영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지 하나, 우리의 어머니가 출신불명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께 어머니에 대해서 어느날 물어보자 그는 다른건 말하지 않고 그냥 서른 일곱뻔째 월식날 엘의 동굴에서 죽어가는걸 그때의 관리자셨던 잔느님이 거둬서 키운거라고만 말하시고 끝냈다.
한 열여섯살 때 관리자직에서 물러나신 잔느님께 어머니에 대해서 물어본적이 있었고 그녀는 꽤나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그런게 왜 궁금하냐고 꾸짖으셨다. 자기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였는지 궁금해하는게 정상 아닌가? 솔직히 나 자신도 어머니에 대해서 기억나는게 몇개 없다. 하지만 그녀의 백옥같던 피부와 허리까지 오던 긴 은발과 호수를 닮은 푸른 눈, 조용한 목소리 그리고 나와 헤어질때 했던 말. 신기하게도 나는 어머니가 마법을 쓰시는걸 한번도 본적없는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가 나와 헤어질때 했던 말...Ôvrigéro lęluschã. 이 문장은 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스펠같아서 말이다...
마흔 다섯번째 월식이 있던 날, 모든게 바뀌었다. 귀족들이 엘의 동굴에 결계를 치지 않아서 시공간의 틈이 생겼을 때 루아 (페로가 불시착한 곳)의 원주민들이 마계로 들이닥쳐버렸기 때문이다. 마족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이길거라고 확신했으나 인간이란 생물은 한번 당한 뒤 마계 어딘가에 숨어살면서 무기를 개발해냈다. 그 결과 마족의 반 이상이 학살당했고 나와 로페도 그 전쟁에 휘말려 아버지와 흩어지게 되었다.
아버지와 흩어진지 약 4년째 되었을때 북쪽의 지인을 통해 그를 되찾을 수 있었고 지금의 물의 땅에 정착해 포션 가게를 차렸다. 아버지는 불의 땅에 떨어졌는걸로 아는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에 크레센트 가문의 마크인 푸르고 검은 초승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크레센트 가문은 최초로 마계를 창조해낸 헬리오의 힘을 나눠가진 5개 가문중 하나인데 공기의 땅을 담당하고 있다. 의문점은 왜 공기의 땅에 있어야 할 크레센트 가가 불의 땅에 있었단 것이다. 모든게 궁금했지만 나도 눈치란게 있는지라 섣불리 물어보진 않았다.
전쟁 이후 아버지와 흩어지고 4년간 나는 고모의 도움을 받아서 마법 학교를 진학했다. 그곳에 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지막 한마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싶어서. 그리고 다시는 흩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그 어려운 마법을 습득하고 포션과 마법진을 연구하면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버텨냈다.
우리 셋이 둘로 갈라진 후에 많은 것들을 서로 발견해내었다. 첫째, 로페에게는 마력이 거의 없지만 물리적인 공격에 매우 강하다는것. 둘째, 3년에 한번 오는 월식의 주기와 그로 인한 변화의 패턴을 알아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어머니가 나와 같은 마법 학교를 진학했다는 사실. 하지만 그 마법 학교는 마법을 쓸수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이 없었더라도 들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다. 마법을 못쓰는 5가문 직계 후계자이거나 막대한 돈을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5가문은 아닌 것 같았고 돈도 없었는데 도데체 어떻게...
내가 16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마을 시내에 포션 상점을 개업했고 장사가 깨나 잘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흔 일곱번째 월식 날, 나는 엘의 동굴에서 생긴 거대한 시공간의 틈으로 이계로 불시착해서 로페랑 흩어지고 그 다음에 검은 숲에서 세라를 만난 뒤 매그놀리아로 가는 길에 칸도 만나서 일행이 되었다. 내가 보기엔 이계에서의 하루는 마계는 한 10분도 안되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곳에서 미심쩍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