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슈가 블루스(Sugar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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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어린 두 사람이 함께 맞는 6번째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와아아.”
“…….”
리본이 풀린 커다란 상자. 그리고 곧 상자 속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한솔의 작은 몸을 신우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예상대로 몸을 기울이다 못해 ‘앗’ 하는 순간 안쪽으로 넘어질 뻔한 한솔을 다급하게 붙잡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놀랐는지 눈을 댕그랗게 뜬 6살의 한솔을 6살의 신우가 조심스럽게 토닥토닥거렸다. 그러자 한솔이 히힛, 하고 웃었다. 하얗게 드러난 유치와 빵빵한 볼살에 신우는 한참 동안 젖살이 뽀얀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쿡-.
“웅?”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한 감촉이었다. 신우가 만족스럽게 웃자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솔은 그저 좋다고 따라 웃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걸 지켜보던 유일한 어른은 아들의 곰살맞은 행동에 헛웃음을 지었다.
“신우 너는 엄마한테 한솔이 하는 거 반만 해 보렴. 응? 그랬으면 내가 널 업고 다녔지.”
“…….”
“그래, 그래. 알파 자식 키워 봤자 소용없다더니.”
문 여사는 철이 들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아들의 태도를 한참 성토했다. 신우는 아들 된 도리로서 어머니의 푸념을 얌전히 들어드리다가 한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는 6살 소꿉친구가 꾸무적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선 홱 하고 한솔의 뒤를 쫓아가 버렸다. 문 여사는 황당함에 눈썹을 까딱했지만 작은 아이를 좀 더 큰 아이가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도 그럴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으니까. 한참을 그렇게 아이들을 지켜보던 그녀는 팔을 벌리고 아들을 효과적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불렀다.
“우리 한솔이, 이리 와 보련?”
바닥에서 데굴거리던 작은 아이가 귀를 쫑긋거리더니 어디서 자기 이름이 들렸나 하며 주변을 휙휙 둘러본다. 그러곤 그녀를 발견한 듯 쫑쫑거리는 걸음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이모!”
“읏챠, 한솔이 조금 컸구나?”
“아녜요. 많이, 많이 컸어.”
“많이 컸어?”
“웅, 네에.”
많이 컸다며 히히 웃는 아이를 보듬자 한솔이 더욱 품을 파고든다. 한 번도 안기지 못했던 어머니의 품이 그리운 걸까. 주변에서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돌본다고 해도 아이의 결핍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드러나고는 했다.
그녀는 안쓰러운 마음 반, 대견한 마음 반으로 한솔을 더욱 꼬옥 안아 줬다. 품 안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한 걸음 떨어져 있던 신우를 발견한 그녀가 이리 오라고 팔을 벌리니 조용히 다가온 아들이 웬일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얌전히 안겨 온다.
“자아, 우리 꼬마 도련님들. 엄마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뭔지 볼까?”
한솔은 매년 문 여사에게 예쁜 옷을 박스째 선물 받는다. 여름이면 여름이라고, 겨울이면 또 겨울이라고. 온갖 귀엽고 깜찍한 옷들은 전부 한솔을 한 번씩 거쳐 갔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은 문 여사가 직접 가지고 와 피팅을 해 주고는 했다.
물론, 어린 한솔은 그런 건 잘 모르고 그냥 자길 예뻐하는 이모가 예쁘다 예쁘다 해 주니까 좋아하는 것이다. 덤으로 이모는 항상 옷을 세트로 보내왔다. 신우 거 하나, 한솔이 거 하나. 포인트만 미묘하게 다른 커플 룩은 둘이 입고 있으면 배로 귀여웠기 때문에 한솔은 손뼉까지 치며 좋아라 했다. 그래서 신우는 벗고 싶어도 벗을 수 없었다. 비록 불편하고 왜 입는지 모르겠는 거추장스러운 차림새였지만, 한솔이 좋아했으니까.
“형아, 이것 봐!”
한솔이 빙그르 한 바퀴 돌자 하늘색 성가대 가운이 나폴나폴 휘날렸다. 허벅지까지 오는 길이에 하얀색 프릴이 잔뜩 달린, 진짜 성가대용이라기보다는 패션을 위해 만들어진 아이템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정확히는 두 겹으로 상체를 가리는 하늘색 천이 하나, 다시 목부터 가슴까지 오는 하얀색 천이 하나로 구성된 형태였다.
“다 됐다. 예쁘네, 한솔이.”
문 여사가 리본으로 매듭을 지어 주자 한솔이 폴짝폴짝 뛰며 신우의 앞에 선다. 그리고 신우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우에게 폭삭 안겼다.
“형아랑 똑같아!”
“안 추워?”
“우웅.”
“차 타고 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렴.”
그러고는 하얀색 베레모를 각각 두 아이에게 씌워 준다. 그녀는 착장을 완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누구 애들인지 참 귀엽고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형아… 우리 어디 가아…?”
사진까지 야무지게 찍고 신나게 방방 뛰어다니다가 차를 타고나니 문득 무서워진 모양인지 한솔이 신우의 귀에 손을 동그랗게 만 채 속닥거렸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의원네 차를 얻어 탄 신우는 한솔의 질문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걸 깨닫고선 저 멀리 앉아 있던 아홉 살의 재경을 빤히 바라봤다. 이재경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아무래도 저쪽에서 대답을 듣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 드는데 시린 겨울바람이 쏟아지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 탑승자가 나타났다.
“푸핫- 너희 오늘 귀엽다.”
이 씨 가의 첫째, 이세린이었다.
신우와 한솔이 입은 것과 달리 제법 멀쩡한 -프릴이 안 달린.- 가운을 입은 세린이 손에 들고 있던 다른 성가대 가운을 재경에게 건넨다. 재경은 오만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의 기준으론 꽤 순수하게 가운을 받아 입었다. 차가운 바람이 쏟아지자 본능적으로 한솔을 품에 안아 바람을 막고 있던 신우는 한솔이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올려다보는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는 아이를 놓아줬다.
“누나.”
“어엉?”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아- 성당. 성당 가는 거야.”
크리스마스는 기부 행사의 날이라며 이왕이면 아버지 손잡고 사진 많이 찍히라는 말에 신우는 눈을 깜박이곤 한솔을 돌아봤다. 한솔도 긴 속눈썹을 슴벅슴벅거리며 신우를 올려다본다. 영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이대에 맞지 않는 어휘력을 구사하는 신우였지만 정치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였다. 두 사람은 세린의 영문 모를 말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재밌게 놀고 오자며 서로의 손을 꼬옥 맞잡았다.
“자아,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신우는 세린의 예언대로 사진을 찍으러 참 많이도 불려 다녔다. 아버지랑 단둘이 찍을 때도 있고, 어머니와 둘이서만 찍을 때도 있고. 가장 많은 경우는 셋이서 함께 찍을 때로 그럴 때마다 신우의 손에는 은색 십자가, 성경책, 크리스마스 종 등 다양한 소품들이 주어졌다. 그는 지루했지만 이걸 얼른 끝내야 한솔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 기부금 봉투를 아버지와 함께 붙잡고 모금함에 넣는 것을 끝으로 신우는 겨우 사진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솔아?”
끼이익-. 신우는 한솔이 있을 자모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세린과 재경은 사진을 찍기 위해 찬송가를 부르러 갔기 때문에 혼자 남게 된 한솔이 자꾸만 차 안에 있기 싫어한 탓에 돌보미로 따라온 사용인과 함께 이곳에 있기로 한 것이 불과 30분 전이었다. 그 근거로 한솔이 가지고 놀던 것으로 추정되는 알록달록한 블록들이 매트 위에 한가득 쏟아져 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심장 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쿵쿵거리며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목뒤가 선뜩한 느낌이었다. 분명 경호원도 두어 명 붙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바깥을 살펴봐도 검은 정장 차림의 존재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한솔과 돌보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우는 서랍장까지 열어 보며 자모실을 샅샅이 뒤졌지만 한솔을 찾지는 못했다. 결국 신우는 망연자실하게 넓은 자모실 한 가운데에 서 있다가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화장실에 갔을지도 몰라.’
왜 그 생각을 못 했나 싶었다. 자모실이 있던 3층부터 시작해 화장실 표시가 있는 곳은 전부 열어 보던 신우는 1층 오메가용 화장실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이는 돌보미를 발견했다. 신우가 헐떡이는 숨도 감추지 못하고 돌보미의 옷자락을 와락 붙잡자 돌보미가 화들짝 놀라 신우를 바라본다.
“솔이… 헉… 솔이 어딨…어요?”
“도련님… 그, 그게….”
돌보미의 말은 이랬다. 잘 놀던 한솔이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해 자모실을 나왔는데 오메가용은 1층밖에 없어 1층까지 내려왔단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한솔이 나오지 않아 칸에 들어가 보니 아이가 없어서 그대로 비상사태가 됐고 경호원들은 전부 주변을 찾으러 떠난 상황. 자신은 한솔이 혹시 이쪽으로 돌아올까 봐 여기 남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신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한솔이 아무리 혼자서도 화장실을 잘 가는 아이라지만 난생처음 오는 공간이었다. 어린 신우가 생각하기에도 이럴 때는 최소한 화장실 안까지는 따라가 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어린애가 조용하면 얼마나 조용히 움직인다고 밖에 나오는 걸 눈치 못 챌 수가 있지? 명백히 딴짓을 하고 있던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지만 언제나 섣불리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고 신우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는 의원님한테 말씀은 드렸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랬다면 여기가 이렇게 조용할 리 없다는 걸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결국 돌보미가 그를 부르는 것도 무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일단 신우는 어른한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머니의 번호를 눌렀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몇 번 전화음이 울리다 말고 소리샘으로 연결되는 통화에 그는 손끝이 새하얘질 정도로 핸드폰을 꾹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장 아버지와 번호를 아는 몇몇 어른들의 번호를 눌러 봤지만 한창 행사가 진행되는 시간인 탓인지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아, 하….”
아직은 덜자란 어깨와 등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했다. 툭- 투둑…, 맑은 물방울이 대리석 바닥 위로 응어리져 떨어졌다. 신우는 그제야 자신이 숨소리가 복도를 다 울릴 정도로 숨을 크게 내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팔뚝으로 거칠게 눈가를 비벼 문질렀다. 그는 발개진 눈을 한 채 입술을 꾹 깨물고선 저장된 번호란 번호엔 전부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하고선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내가 찾아야 해.’
그 아이가 어디로 갔을까. 아니, 왜 혼자서 움직였을까. 먼저 그것부터 알아야 했다.
한솔은 순한 아이였다. 잠 잘 자고 반찬 투정 안 하고 기본적으로 순둥순둥해서 이걸 하자고 하면 하던 것도 내려놓고 그 말을 따라 줄 정도였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같이 있던 돌보미를 따돌리고 혼자 움직일 아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미 예상 밖의 상황은 벌어졌고 신우는 한솔을 찾아야만 했다. 다시 생각해 보자. 한솔이가 혼자 움직일 이유가 뭐가 있지?
-나도, 나도 갈래애….
-여기 있어, 응? 금방 올게.
-싫어…! 나도 형아랑 갈래!
어쩌면….
자신을 찾으러 간 게 아닐까?
“…….”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순한 아이가 유일하게 고집을 부릴 때는 전부 신우와 관련이 있을 때였다. 이 넓은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모습에 화도 나고 걱정도 들면서 그게 자신을 찾으려고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건 명백한 기쁨이었다. 신우는 찌릿한 심장 부근의 옷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덜 여문 손바닥 안에서 부드러운 천이 구깃구깃 뭉개진다.
‘한솔이가 있을 곳.’
하지만 지금은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솔이가 정말 자신을 찾으러 움직인 거라면 화장실을 나왔을 때,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한 공간 속에서 아이가 어디로 움직였을지 생각해 봐야 했다.
일단, 사람이 많아 보이는 곳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컸다. 아기 때부터 납치와 스토킹에 대비해 교육받은 행동 철칙이었기 때문에 신우는 한솔의 첫 번째 이동 경로를 비교적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아마 이쪽으로 나왔을 거야.’
불투명한 시트지가 유리창에 부착되어 있는 탓에 신우와 한솔의 눈높이에선 바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웅성거리는 말소리와 이따금 앞을 휙휙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실루엣 같은 게 보였다. 신우는 유리문 위로 손을 올렸다. 한솔이 까치발을 들면 그럭저럭 닿을 만한 위치에 손잡이가 있었다. 문제는….
‘닫혀 있어.’
오늘 행사 때문에 정문을 제외한 출입구는 전부 폐쇄한다는 소리를 언뜻 행사장에서 들었던 것 같다. 신우는 굳게 닫힌 문에서 손을 뗐다. 손잡이에 낑낑대며 매달렸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는 한솔의 모습이 환상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곧 뭔가를 발견한 듯 홱- 하고 돌아가는 작은 머리. 신우는 시선을 돌렸다.
저건….
반대쪽 벽에 걸린 커다란 화면이 보였다. 정숙한 성가대 복장 차림에 한쪽 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있는 젊은 신자의 모습. 곧 화면이 줌아웃하면서 찬송을 준비하는 성스러운 흰색 물결을 비췄다. 신우는 한 걸음 한 걸음 화면으로 가까이 다가갔다가 벽면에 붙은 안내 포스터를 발견했다.
「9 : 00 어린이 성가대
9 : 30 청년 성가대」
시간상으로 아마… 한솔이는 화면으로 어린이 성가대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만약, 거기서 단 한 번이라도 이세린이나 이재경의 얼굴을 보았다면-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세린은 분명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을 ‘찍히러’ 간다고 했으니까.
한솔은 여기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고, 두 사람에게 가면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화면을 올려다보던 작은 환영이 하늘색 케이프를 팔랑이며 달려 나갔다. 홀린 듯 그 아이를 따라간 신우는 곧 홀과 연결된 두 가지 길을 앞두고 멈춰 섰다. 하나는 계단이었고 하나는 이상하게 불이 꺼진 복도였다.
‘어디로….’
갈림길 앞에 선 신우는 머뭇거렸다. 더 이상 한솔의 흔적을 따라갈 만한 것이 없었다. 고민하던 그가 그나마 밝은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 계단으로 올라가려던 순간,
휘이잉-.
어둑한 복도 쪽에서 시린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무슨 바람이….’
달큼한 향기와 함께 말이다.
눈을 깜박이던 신우는 홀린 듯 발걸음을 틀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든 향기가, 마치 그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익숙한 듯 낯선 향기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닮았다.
신우는 이 향기를 어디서 맡아 봤는지 기억해 냈다.
아이와 가까운 어른들은 한솔에게서 달달한 과일 냄새가 난다며 웃었다. 그야, 한솔이 쓰는 로션이 그런 향기였으니까. 하지만 신우는 작은 몸과 붙어 있으면 아주 가끔, 정말이지 드물게도 살랑살랑 맡아지는 꽃향기를 느낄 때가 있었다. 아무도 꽃과 관련해서는 말을 하지 않아 신우 혼자서만 아는 비밀이었지만 그는 내심 과일 향기보다는 꽃향기가 한솔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 향기를 오래오래 맡고 싶다는 생각도.
탁, 탁탁-.
처음에는 차분하게 걷던 걸음이 어느 순간부터 숨을 헐떡일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그는 뛰었다. 하늘하늘 날아든 향기가 그를 이끄는 곳을 향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며 복도와 연결된 무수히 많은 방을 지나친다. 다급함을 알리는 걸음 소리가 긴 복도를 홀로 무겁게 울렸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학… 하아….”
어린아이가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벌어져 있는 육중한 문이 있었다.
문 앞에 멈추어선 그가 비틀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한겨울이 무색하게도 송글송글 땀이 맺힌 이마에서 땀방울이 주륵 흘러내린다. 턱 끝에 매달린 식은 물기를 손등으로 훔쳐 낸 신우가 조금 떨리는 손끝으로 손잡이를 덜컥 붙잡았다.
끼이익-.
문은 아주 느리게 열렸다.
“…!”
허공에서 찬란한 빛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어두울 거라 예상했던 내부는 예상과 달리 휘몰아치는 빛무리로 가득 차 있었다.
타오르는 노을의 색과 에메랄드의 영롱한 푸른빛. 반짝이는 황금의 유산이 넓은 공간을 색색이 밝힌다. 성당의 높다란 벽을 타고 끝없이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가 어두운 내부에 빛의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그곳에 더 이상 어둠은 존재하지 않았다.
펄럭-.
바람이 불고 커튼들이 일제히 춤을 췄다.
누가 창문을 열어 놨는지, 혹은 어찌하여 열어 놨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왔고 거친 움직임에 고정이 헐거워진 신우의 베레모가 날아가 버린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데굴데굴 굴러간 베레모가 반듯하게 열을 맞춰 놓여 있던 긴 나무 의자의 다리에 툭 부딪히며 멈추어 선다. 본능적으로 날아간 모자를 붙잡기 위해 시선을 움직이던 신우는 의자 옆으로 비죽 튀어나온 작은 발을 발견했다.
설마-.
“…하, 이한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신우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겼다. 탁.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한솔의 앞에 선 신우가 팔을 뻗어 작은 몸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툭, 데구루루… 한솔의 머리 위에서 굴러떨어진 베레모가 신우의 것 옆에 얌전히 안착한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곳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신우는 한솔의 보들보들한 캐러멜 빛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바빴다.
“우응…?”
얼마나 푹 잠들었는지 그새 쌍꺼풀이 짙어진 눈을 부비며 눈을 뜬 한솔이 익숙한 품을 발견하고선 ‘어!’ 하고 몸을 들썩였다.
“형아다아….”
처음에는 기쁨을, 그다음에는 안도감을. 마지막으론 서러움을 담은 목소리가 울망울망하게 젖어 들었다. 그리고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 한솔을 꼬옥 끌어안고선 신우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두 사람을 찾으러 온 어른들이 보수가 필요해 방치해 뒀던 낡은 예배실에 들이닥칠 때까지. 찬란한 빛무리는 두 아이를 다정하고 따스하게 비추었다.
***
넓은 거실에는 긴장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히끅….”
그리고 곧 그 침묵을 깨트리고 울음기 섞인 헐떡임이 들리자 곧장 엄한 목소리가 떨어진다.
“뭘 잘했다고 울어.”
“힝, 그치마안….”
“이한솔.”
좀 더 작은 아이가 좀 더 큰 아이의 옷자락을 구깃구깃 붙잡고선 구슬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군다. 그 서럽고, 귀엽고, 아무튼 마음 약해지기 딱 좋은 모습을 앞두고서도 좀 더 큰 아이, 즉 신우의 서릿발 같은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난감한 얼굴로 지켜보던 어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걸 어쩌지요…’ 한다. 한솔이 신우를 찾으러 멋대로 움직였다가 다리는 아픈데 형아가 보이지 않자 결국 구석진 낡은 예배실에 들어가 잠들어 버린 걸 두고 신우가 단단히 화가 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인데… 덕분에 가장 화가 나야 할 사람인, 실제로 한솔이 사라진 걸 전해 듣자마자 뒷목을 붙잡고 쓰러졌던 이 의원은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지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훈육하리라 마음먹은 게 무색하게도 한솔의 손을 꼭 붙잡고 거실로 척척 걸어 들어간 신우가 막내아들을 바닥에 앉히고 본인도 그 앞에 앉더니 미리 선수를 쳐 버린 탓이었다.
“흑, 잘못했어요….”
한솔이 코를 훌쩍이며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저렇게 반성하고 있는데… 자기까지 혼을 낼 필요가 있을까?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하고 이미 반쯤 넘어가 버린 이 의원은 결국 금쪽같은 막내아들을 두둔하고 말았다.
“크흠. 신우야, 한솔이도 많이 반성하는 것 같은데 한 번만 봐주거라.”
“그래. 오죽 네가 보고 싶었으면 그랬겠니.”
“…….”
그러자 문 여사도 얼른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유진철 사장도 말은 보태지 않았지만 신우의 어깨를 턱턱 두들기며 미래의 며늘아기 좀 그만 울리라는 무언의 표시를 보냈다. 사고는 한솔이 쳤는데 정작 어른들에게 한마디씩 들은 건 신우가 된 상황이었다. 한솔이 형아라고 부르고 다니는 탓에 종종 까먹지만 신우는 한솔과 같은 6살이었다. 똑같이 어린 나이에 이 상황이 억울할 법도 한데 잠시 침묵만 지키던 신우는 결국 한숨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모두가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혹시나 두 아이 사이에 골이 생길까 봐 서둘러 자리를 파하기로 한다. 물론, 그런 걱정은 5초도 안 돼서 기우로 판명 났다. 그렇게 혼이 나고도 한솔이 신우와 같이 자겠다고 떼를 썼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 다 페로몬 측정을 하고 아직 페로몬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한솔은 신우와 함께 신우의 방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달칵.
“…….”
“…….”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스윽- 고개를 돌린 파자마 차림의 신우가 한솔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마찬가지로 색만 다른 같은 파자마 차림의 한솔이 신우를 깜박깜박 올려다봤다.
“나 잘했어?”
“응.”
“와아.”
“그래도 앞으로 그렇게 혼자 움직이면 안 돼.”
“우응… 미안해….”
“내일 아버지한텐 다시 죄송하다 하고.”
“응!”
이름하여, 한솔이 덜 혼나기 작전.
대본도 배역도 엉성하기 그지없는 작전을 무사히 성공시킨 두 아이는 서로를 꼬옥 끌어안은 채 꿈나라에 빠졌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성탄 전야의 밤이 저물고 있었다.
딸랑딸랑-.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렸다. 금속이 맑게 울리는 소리. 달콤한 캐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기억, 혹은 꿈과 같은 것.
유신우는 옅게 잠들어 있던 의식이 수면 밖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무겁게 늘어지는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리려다가 가슴께에 닿는 따뜻한 숨결에 멈칫했다.
“…….”
색색-.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새하얀 나신이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운을 입고 있긴 했지만 전부 풀어 헤쳐진 탓에 나체나 마찬가지인 것은 그 자신도 마찬가지. 신우는 자신의 몸 위로 엎어진 한솔의 고롱고롱 잠이 든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리고 늘씬한 허리를 스치듯 매만지며 허리 근처에 있던 이불을 들추어 올렸다.
“으응….”
마른 몸에서 유일하게 살집이 있다고 봐도 좋을 만한 부위가 신우의 커다란 손바닥 안을 가득 채웠다. 곧 넘칠 것처럼 탐스럽게 차오른 둔부를 매만지며 신우는 탱탱한 볼깃살을 터트릴 것처럼 꽈악 움켜쥐었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극에 한솔이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물론, 갈라진 틈새 사이로 단단하게 박혀 있는 그의 성기 탓에 크게 움직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신우는 서서히 되살아나는 오늘의, 아니- 어제의 기억에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웃었다.
엉덩이 살을 움켜쥔 손은 그대로 두고 다른 손을 들어 올려 한솔의 목 근처로 가져간다. 초커에는 평소에는 없었던 특별한 장식이 달려 있었다. 딸랑…. 어둠 속에서도 금빛을 잃지 않는 작은 물체를 툭 건드리자 아기 주먹만 한 황금색 종이 특유의 맑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형아, 이것 봐!
그러니까, 이건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다.
-나 별 주웠어!!
신우의 앞으로 폴짝폴짝 뛰어온 어린 한솔이 오너먼트 상자 속에서 가지고 온 별 장식을 내보이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기꺼이 자신이 주운 별을 신우에게 안기고선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바깥을 향해 도도도 달려 나갔다.
한솔이 신나게 뛰어다닐 때마다 크리스마스용 붉은 망토가 팔랑팔랑 흔들렸다. 말단마다 흰색 양털이 달려 있어 한층 귀여움을 더한 케이프는 두말할 것 없이 문 여사의 역작이었다.
가슴에는 커다란 붉은색 리본이 달려 있고 리본의 정중앙에는 황금색 종이 딸랑거린다. 한솔이 움직일 때마다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 흐윽…?!”
“안녕.”
어쩌다가 두 사람 다 이 자세로 잠들어 버린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기억이 자세히 안 날 정도로 광란의 밤이었다는 건 알겠다. 막, 12시를 넘어 오늘이 된 벽시계를 보며 신우는 다시 한번 허리를 쳐올렸다. 딸랑딸랑- 그때마다 종소리가 울렸다. 밑에서 올라오는 격렬한 자극에 한솔이 파드득 몸을 떨며 눈을 떴다.
“신, 우야…! 응!”
오늘은 두 사람이 연인으로서 맞는 마지막 크리스마스였다.
내년의 이맘때쯤에는 온전히 서로에게만 묶여 있는 관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평생을 붙어 자랐다고 해도 좋을 사이라서 결혼도 약혼처럼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그중 하나로, 어릴 때의 옷을 정리하다가 크리스마스 망토를 발견한 것이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신우는 한솔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아래서 찍어 올리듯 하체를 밀어붙였다. 아흣…! 한솔이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꺾었다. 자연스럽게 초커에 달려 있던 황금 종이 요란하게 딸랑거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그가 6살 때의 일을 꿈으로 꾼 것도 이 일의 일환일 테지.
한솔을 잃어버렸을 때의 초조함과 긴박감은 그걸 어느 나이에 겪든 신우를 긴장케 만들었다. 신우가 한솔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어서 달래 달라는 것처럼 깊은 곳까지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신우의 성기에 한솔이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배를 움켜쥔다. 그 모습을 본 신우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번뜩였다. 그가 마른 입술을 핥고선 한솔의 입술을 단번에 감춰 물었다.
“읏, 흐응….”
콧등이 부딪히고 다시 엇갈린다. 연하고 보드라운 입술이 서로 문질러지며 미끄덩한 살덩이가 서로의 입 안을 구석구석 훑었다. 자신의 혀를 간지럽히는 한솔의 혀를 가만히 받아 주고 있던 신우가 어느 순간부터 거세게 몰아붙이며 한솔의 입 안을 점령했다. 혓바닥 아래의 은밀한 곳을 괴롭히고 입천장을 삭삭 핥은 다음 볼 안쪽의 보들보들한 살을 간지럽힌다. 그러면 한솔이 내밀한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숨이 달콤해서, 신우는 더 격렬하게 작은 몸을 몰아붙였다. 가끔은 혀끝을 이용해 한솔의 혀 돌기를 길게 훑을 때도 있었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품에 안은 몸의 떨림은 더욱 거세져 갔다. 이제는 눈에 보일 정도로 벌벌 떨리는 몸이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신우는 한솔의 등에 팔을 둘렀다. 침대 위에서의 그는 조금 집요하고 조금 강압적이며 꽤 자주 폭군이 된다. 그러나 유일하게 말릴 권한이 있는 이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니 그의 어두운 욕망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흑…! 아응…!”
오목하게 들어간 허리가 벌벌 떨렸다. 축축한 살덩이를 잘근잘근 씹고 뾰족하게 일어선 유두를 꾹 짓누르자 한솔이 깜짝 놀라 하며 몸을 경직시켰다. 양 허벅지가 조여들며 아래에서 애액이 왈칵 터져 나온다. 꼭 실례라도 한 것처럼 신우의 복근 위로 흥건하게 고인 묽은 액체에 한솔의 양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그만할까?”
쵹-. 두 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 떨어졌다.
돌아올 대답을 알면서도 짓궂게 묻는 목소리에 한솔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세차게 고개를 저은 한솔이 두 눈을 꼭 감고 이번에는 먼저 신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버거운 걸 품느라 허벅지를 덜덜 떨면서도 순종적으로 눈을 내리감고 입맞춤을 조르는 모습에 신우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다. 어릴 때처럼 마냥 품에 안고 예뻐해 주고 싶다가도 가장 은밀한 구멍을 거침없이 파고들어 눈가가 짓무르도록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손을 내려 한솔의 허벅지 사이를 갈랐다.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지며 커다란 성기가 더 깊숙이 들어온다. 한솔이 어깨를 움츠리고 몸을 벌벌 떨자 신우는 아랫입술을 빨며 달래 주었다. 물론, 하체를 뭉근하게 비벼 올리는 짓을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히트 사이클 기간이 아니라면 끝까지 삽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알파의 본능이었다.
“학…!”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 간 손이 이미 배꼽에 닿아 물을 흘리고 있던 한솔의 성기를 살살 쓰다듬었다. 한솔의 마른 배에 잔뜩 힘이 들어가자 그렇지 않아도 좁은 구멍이 꾸우욱 조여든다. 한껏 예민해진 감각에 쾌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간을 슬쩍 찌푸린 그는 반쯤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선 한솔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휘청거린 하얀 나신이 곧 따끈하게 안겨 왔다.
한솔은 신우의 탄탄한 가슴을 손으로 짚고 무릎으로 섰다. 덕분에 자신이 싸지른 온갖 액체로 인해 질척해진 신우의 복부에 배를 맞추게 됐다. 커다란 손이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고 이따금 짧게 자른 손톱으로 예민한 구멍을 꾹꾹 누를 때마다 머릿속에서 요란한 폭죽이 터졌다. 발정기 고양이 같은 신음을 흘리던 한솔은 굴곡진 가슴을 타고 또르르 굴러떨어진 땀방울에 손끝이 미끄러지면서 신우와 가슴을 완전히 밀착하게 되었다.
“좋아?”
“흣, 응…! 흐으… 조, 좋아… 앗!”
신우는 조금 아래에 있는 한솔의 귓바퀴에 쵹- 하고 입술을 맞추며 물었다. 한솔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난 알파가 귓바퀴에 입을 맞춘 상태에서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렸다.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빨아들이자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질척한 소리에 한솔이 몸을 파드득 떨었다. 맞닿은 가슴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에 신우가 낮게 웃었다.
“얼른, 얼르은… 이거 말고….”
“이거 말고, 뭐.”
“신우 거… 흐윽… 신우 거 넣어 줘….”
완전히 몸이 단 한솔이 신우의 손바닥에 기둥을 비비며 박아 달라 보챘다. 알파는 그런 오메가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의뭉스럽게 웃었다. 이미 욕심껏 먹고 있는 주제에 더 달라는 말에 갈증이 일었다. 단지, 취약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짐승의 본능 탓에 티가 나지 않을 뿐이다.
깊게 들숨을 삼킨 신우가 느리게 날숨을 내뱉었다. 촘촘하게 짜인 근육질 몸이 느릿하게 부풀었다 가라앉는다. 무엇보다 그 위에 앉아 있던 한솔이 그 사실을 제일 잘 알았다. 긴장감과 기대로 심장이 거칠게 두방망이질 쳤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고개를 깊숙이 숙인 알파가 오메가의 귓가에 속삭였다.
“직접 움직여야지, 솔아.”
등줄기를 타고 쭈뼛- 소름이 돋았다.
떨리는 눈으로 신우를 올려다보자 알파는 진심인 눈을 하고 있었다. 한솔이 고개를 푹 숙이고선 신우의 가슴을 더듬거리며 짚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에 힘을 주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즈으읏-. 굽혔던 다리가 펴지며 내벽에 달라붙어 있던 성기가 길게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 배뇨감을 닮은 감각이 성기를 후려치는 듯했다.
“흡….”
소름 돋는 느낌에 발끝이 찌릿 달아올랐다. 싸고 싶었지만 한솔의 성기를 틀어막고 있는 커다란 손은 허락해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끙끙 앓던 한솔은 결국엔 앞쪽을 포기하고 뒤를 더듬어 귀두만 남겨 두고 빠져나간 기둥을 살며시 붙잡았다. 완전히 발기한 신우의 것을 붙잡은 소감은 무척이나 뜨겁고… 또, 두껍다는 것이다. 항상 받아먹기에 바빴던 한솔은 방금까지 자신이 품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이걸 내가 넣을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의구심은 의구심이고 지금은 어떻게든 넣어야 될 때였다. 한 손으론 신우의 가슴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론 기둥을 붙잡은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내렸다. 다행히도 장시간 커다란 것을 품고 있느라 넉넉하게 늘어나 있던 구멍은 빠듯하지만 착실하게 신우의 것을 야금야금 삼켰다. 어느새 처음 자세로 돌아온 한솔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아! 흣… 으응… 흐읏…!”
“…….”
“좋아…! 응! 좋, 흐앙!”
처음에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조심조심 몸을 내리던 한솔이 어느 순간부터 철퍽철퍽! 소리가 나도록 둔부를 거칠게 찧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한솔의 거친 움직임에 따라 황금 종소리가 방 안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연한 분홍색의 젖꼭지가 바짝 선 모습, 요분질에 따라 황금색 종이 바쁘게 튀고 어느새 해방된 것도 모른 채 방아를 찧기 바쁜 몸을 따라 바짝 곧추선 분홍색 성기가 허공에 허연 물을 질질 흘려 댄다. 완벽한 절경이었다.
상기된 얼굴을 한 한솔이 숨을 헐떡였다. 붉은색 혀가 날름 빠져나왔다 쏙 들어간다. 하…, 그 유혹적인 모습에 신우는 깊게 목을 울렸다. 거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과 비슷한 울림이었다.
“맛있어?”
“흐윽?!”
결국, 인내심이 동이 난 신우가 한솔의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거세게 하체를 들이박았다. 딸랑! 종소리가 요란한 듯 짧게 울었다. 중력과 더불어 아래서부터 저돌적으로 부딪혀 오는 힘에 한솔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순간에 시야가 하얗게 변하고 몸에서 모든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탈력감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 울컥-! 한솔의 성기가 신우의 복부에 한바탕 정액을 쏟아 냈다.
“네 전용 크리스마스 만찬이잖아, 솔아.”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속삭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두 사람의 스물여섯 번째 크리스마스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কটন কেণ্ডি ৰোমাঞ্চजहाँ कहानियाँ रहती हैं। अभी खो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