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께 동생아/엑소 형제물
"얘들아..."
생각보다...난 외로워.
준면은 속삭였다. 눈물을 가득 매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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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형왔어?"
경수가 뛰어나와 준면을 맞이했다. 준면은 경수의 귀여운 얼굴에 그 전의 우울함은 어디갔는지 환한 얼굴로 그를 맞이 했다.
"응, 형왔다."
"일찍왔네, 아직 1시밖에 안됬는데. 오늘 수술한 거 맞아?"
"응, 오늘 생각보다 일찍끝나서."
준면이 그렇게 말하곤 경수를 와락 껴안았다. 넓지않은 경수의 어깨였지만 오랜만에 안아보는 그의 품은 생각보다 포근했고, 따뜻했다. 준면은 이제 한 달 후면 더 이상 이렇게 안아보지 못하겠지, 라는 생각에 괜히 울컥했다.
"준면이 형 왔어?"
"형아 왔어?"
"오늘 수술 잘 끝냈어?"
"아이씨, 김종인! 내가 먼저 형 안을꺼야 비켜!"
다들 먼저 퇴근한 형을 안아보겠다고 다투는 광경을 본 준면은 한편으론 흐뭇했지만, 한편으론 우울해했다. 얘네들은 이렇게 어리고, 이렇게 약해 내가 보살펴 주어야 하는데, 내가 죽어야만 한다니, 꼭 그래야만 한다니.
그저 미안함만 가득할 뿐이였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대해.
준면은 책상위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고 망설임 없이 짧은 단어를 쓰더니 다시 멈추곤 머뭇거렸다. '버킷리스트'란 다섯 글자는 준면의 죽음을 더욱더 확신 시켜주는 것 같아 다시 눈물이 터져나왔다. 오늘 따라 눈물은 왜 이렇게 또 많은 건지. 오늘 따라 왜 이리 아픈건지. 준면은 한참동안 흐느꼈다. 동생들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최대한 목소리를 줄여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준면의 뒷모습은 매우 처량해 보였다.
1. 동생들이랑 다같이 노래방가기.
준면은 눈물을 닦고 다시 버킷 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2. 같이 댄스타임 가지기.
3. 놀이동산 가기.
4. 국내 유명 음식점 찾아다니며 병맛 먹방찍기.
버킷리스트를 쓰다 준면은 자신이 쓴 것을 슥 보더니 힐끗 웃었다. 병맛 먹방을 찍자니. 이게 무슨 바보같은 짓인가. 하지만, 그는 그 다음 소원을 읽은 뒤 울컥함이 솟아나왔다.
5. 죽기 전에 동생들 한명한명씩 안아주며 하고싶은 말 해주고 죽기.
준면은 눈을 감고 자신이 동생들을 안아주며 그동안 낮간지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 혹은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말들을 해주고, 동생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준면은 더 이상 울고있지 않았다. 애써 현실을 거부하고 울고만 있기에는 그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부터라도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겨야했다.
일단 준면은 테이프로 버킷리스트를 자신의 방에 붙였다. 동생들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이 금지되어있기에, 준면은 이 점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었다. 테이프로 버킷리스트를 붙인뒤, 준면은 다시 읽어보았다. 실수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젠 실천으로 옮겨야해. "
준면은 중얼거렸다.
소년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온갖 정성을 들여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버킷리스트는 자신을 위한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 이였다.
그렇게 소년은 바보같이 착했다.
자신이 어떤 모진 고통을 겪더라도,
뒤에서 웃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선
밝게 웃었다.
바보같은 소년을 보고,
한 목소리가 나즈막히 속삭였다.
소년아.
바보같이 착한 소년아.
세상은 생각보다 험악하단다.
알아두렴.
너가 믿었던 사람들이,
너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널 배신할 수도 있단다.
너가 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너의 존재조차 기억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나 소년은
고개를 젖곤 말했다.
난 내 사람들을 믿어요.
설령 그 사람들이 날 싫어할지라도,
난 그들을 좋아할 거예요.
소년아,
너는 어찌 이리도 바보같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