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어수선함과 시끌벅적함을 오고가며 준면의 첫번째 버킷리스트는 끝이 났다."하나는 했다."
준면은 멋쩍은 듯 머리를 살살 쓰다듬더니 슬며시 웃어보였다. 시한부 선고 이후로 준면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항상 광대처럼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쩌면 이 웃음은 준면이 자신의 감정을 숨길수 있는 유일한 분장일지도 모른다.
수다떨며 걸어가는 아이들 사이에 껴 조용히 땅을 보고 걸어가는 준면은 자신의 어깨를 톡톡치는 느낌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종대였다.
"형, 뭐해요?"
"응?"
"왜 이렇게 조용해요, 혼자서."
"그냥, 보기 좋아서."
"네?"
'그냥...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좋아, 별 이유없어. '
준면은 입을 타고 올라오는 말을 억제하며 웃어보였다.
"아냐. 근데 너, 어느새 또 존댓말 쓴다. 쓰지말라니까."
"에잇, 습관이 되버렸는데 어떻게~"
종대는 자신의 입을 톡톡치며 웃어보였고, 준면은 그 옆에서 슬며시 종대를 쳐다보았다.
"형."
"응?"
갑자기 사뭇 진지해진 종대의 표정에 준면도 덩달아 긴장감에 휩싸였다.
"조금 있다가 형 방에서 나랑 얘기 좀 해요."
아까와는 다르게 준면의 눈을 응시하며 말하는 종대에 준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왠지모를 긴장감, 왠지모를 미안함.
"오...왜?"
준면은 당황함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냥, 형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좀 있어서. "
"..."
"그럼 좀 있다 봐요, 형"
종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태격태격하고있는 종인과 세훈 사이에 들어갔다.
도대체, 뭐가 궁금한거지.
내 비밀, 알아버렸나.
준면은 불안했다. 떠들썩한 아이들 사이에서, 준면은 누구보다도 외로웠고, 불안했다. 혹시 비밀을 알아버렸을까 하는 불안감, 이로 인해 상처 받았을까 하는 미안함과 함께.
.
불길한 감정은 언제나 빚나가지 않았다.
준면이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 마자 책상위에 걸쳐앉아 병원에서 지어준 진통제를 들고서 저의 버킷리스트를 읽고있는 ㅂ종대가 보였다. 준면은 문을 닫고 잠시 그런 종대를 응시했다.
넌 알아버렸구나.
언제까지나 숨길 수 있는건 아니였구나.
"아, 형 왔어?"
"..."
종대의 물음에 준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형, 형 죽어요?"
"..."
"아니지? 그런 거 아니지?"종대는 준면이 만든 침묵을 끊은 채 물었다. 종대의 눈에서는 제발 자신이 한 말을 부정해 달라는 듯 애틋하게 준면을 바라보았다.
이왕 들킨 것, 그냥 말하자. 아무 의심없도록,
이왕 들킨 것, 그냥 말하자. 아무 서운함 없도록.
이왕 들킨 갓 그냥 말하자. 아무 후회없도록."응, 나 죽어. 한 달 뒤면, 난 아마 여기 없을거야."
그래서 남은 한 달 동안, 너희와 아름다운 추억들 많이 만들고 싶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야.
"..."
"미리 말 못해서 미안."근데 난 지금 조금 외롭고 힘들어. 사실 죽는다는 게 너무 무섭고 아파.
"..형."
"정말 미안해, 종대야"이런 날 제발 도와줘, 부탁이야.
소년은 비밀을 누군가에게 들켰다,
하지만 그는 행복했다.
혹시 누가 자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까,
누가 어깨위의 짐을 조금 내려줄 수 있을가라는 기대감 때문에.
하지만, 불행하게도 하늘은 소년의 편이 아니였다.
소년은 안타깝게도 끝까지 혼자였다.
아니, 소년은 어쩌면
시작부터 혼자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