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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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일행은 계산을 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블루가 무언가를 눈치 챘는지 잉크에게 무한대로 질문을 해댔지만, 잉크는 손을 저으며 계속 무시했다. 뭘 해도 입을 열지 않을거라는 잉크의 뜻을 알았는지 블루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포기했다.

그 둘을 옆에서 지켜보던 리퍼가 잉크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풉. 너 제노한테 뭘 했길래 블루가 저렇게 흥분하냐?"

그러자 잉크는 살짝 인상을 쓰며 받아챘다.

"아무말도 안 했거든?!"

잉크의 반응에 리퍼는 큰 소리로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내리쳤다.

"워, 워. 진정해. 내가 무슨 욕이라도 했니?"

그렇게 리퍼와 잉크가 가벼운 말싸움을 시작하자, 더스트가 관심을 보이며 가까이 왔다.

"너네는 서로 되게 친하네. 신기하다."

더스트의 말이 기분이 나빴던 잉크는 싸움을 멈추고 그를 흘겨보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더스트는 어두운 웃음을 지었다.

"그냥 그렇다고."

그러고선 킬러와 호러에게 돌아갔다. 리퍼도 기분이 나빴는지 날카로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쟨 누가 초대했냐?"

리퍼가 씩씩대자 제노가 그의 곁으로 와서 팔을 안았다. 리퍼는 진정하고 제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제노의 눈이 잉크와 마주쳤다. 제노는 조금 불편한지 잉크의 눈길을 피했다.

불편해하는 자신의 애인을 눈치챈 리퍼는 잉크에게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잉크는 그저 어깨만 으쓱하며 리퍼를 무시했다. 하지만 리퍼가 또 말을 걸어왔기에 무시는 힘들었다.

"너네 진짜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제노가 고개를 저으며 리퍼의 팔에 얼굴을 묻었다.

"아니야아...."

잉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가 리퍼의 팔에서 고개를 들자, 잉크가 따가운 시선으로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노는 눈을 감고 잉크의 눈을 피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타난 드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심한 제노는 눈을 드림에게 돌렸다.

"우리 이제 가자. 근데 여기 분위기 왜 이래..?"

드림의 목소리에 잉크는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냐!!"

드림은 그를 이상한 눈빛으로 한번 보고 돌아섰다. 그리고선 크로스 옆으로 이동하며 일행과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잉크도 친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공원이었다. 이 곳은 처음 만난 장소와는 다른 공원으로, 잉크가 가보지 못 한 곳이었다. 주변에는 푸른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고, 다양한 색상의 꽃들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잘 깎인 잔디 사이로는 영화에 나올듯한 길이 나 있었다. 잉크는 이 광경을 보며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기억했다가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경치를 구경하던 잉크를 방해한건 드림의 목소리였다.

"자, 이제 왔으니까 우리 두명씩 짝지어서 가자."

그 말에 잉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킬러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한가지 발언을 했다.

"굳이? 왜?"

"그게 더 재미있잖아!"

드림은 말을 내뱉고 동의를 위해 나이트메어에게 눈길을 돌렸다. 킬러와 호러는 나이트메어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렸다. 나이트메어는 셋의 시선을 느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 그래... 정 그렇다면 그렇게 가라."

드림은 뛸 듯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짝 어떻게 정할래?"

옆에서 드림을 지켜보던 블루가 의견을 냈다.

"가위바위보 해서 같은거 낸 애들끼리 다니는거 어때?"

드림은 블루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 좋아! 그렇게 하자!"

그리고선 드림은 다른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고 그들에게 모아라고 했다.

잉크는 에러랑 제노나 둘 중 한명이랑 짝이 되길 원했다. 그래야지 자신이 물은 질문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자! 안 내면 진거, 가위바위보!"

샌즈들은 동시에 결과를 냈다. 다 모아서 보니 나이트메어와 드림이 한 팀, 블루와 더스트가 한 팀, 리퍼와 킬러가 한 팀, 호러랑 크로스가 한 팀이 되었다. 제노, 잉크, 에러는 수가 부족했기에 셋이 다 같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 왜 얘야!"

조가 정해지고 킬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댔다. 리퍼도 지지 않고 쏳아붙였다.

"나도 너 싫거든?!"

크로스와 호러는 이미 꽤 친했기 때문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드림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잉크 눈이 선명하게 보였다.

한편 더스트와 블루는 서로 많이 어색했다. 둘은 별로 친하지도 않고 학교에서 말을 섞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블루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더스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안녕..?"

더스트는 블루가 자신에게 말을 하자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안녕..."

더스트의 목소리는 낮고 깊은 목소리였다. 나이트메어를 살짝 비슷했지만, 그래도 그와 다른 면이 있었다. 블루는 생각하지 못한 더스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긴장한 웃음을 지었다. 더스트는 부끄러운건지 머리 위에 후드를 눌러쓰면서 얼굴을 가렸다.

마지막으로 제노, 에러, 그리고 잉크. 잉크는 둘 다 같이 걸려서 좋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잉크는 원래 제노랑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 것인데 에러가 있으면 대화 진행이 안될 것 같아서 고민이 됐다.

'아니야, 괜찮겠지. 그것쯤은 에러도 이해해줄거야.'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좀 이기적이게 느껴졌다. 혹시나 제노가 그것에 대해 말을 하기 싫은데 너무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에러가 갑자기 자신의 형을 데리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하는지. 별의별 고민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 음....."

제노는 에러와 잉크를 보며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에러는 그나마 괜찮은 형이랑 걸리니 좋은 듯 했다. 잉크는 기뻐하는 에러를 보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조를 둘러보던 드림이 외쳤다.

"자! 이 시간을 기회로 삼고 서로 좀 친해지고, 재미있게 놀다가 2시쯤에 다시 만나자!"

그렇게 짝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흩어져서 공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에러샌즈 X 잉크샌즈 잉에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