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비속어 주의!)
블루와 더스트는 파란색 꽃들이 피어나는 길을 선택했다. 이쪽 길도 다른 길처럼 비슷했지만, 이름은 모르는 여러가지 꽃들이 은은한 파란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가 많진 않아서 그 파란빛이 햇빛을 받고 더 아름답게 보였다.
블루는 걸어가면서 꽃들을 관찰했다. 더스트랑 둘이서 있으니 어색하기도 했고, 딱히 할게 없어서 눈길이 꽃으로 간 것이다. 계속 볼수록 자기도 모르게 꽃밭에서 패턴을 발견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해진 블루는 그 특유의 밝은 미소를 얼굴에 띄었다. 그 덕분에 둘이 처음 걷기 시작할때 보다 덜 긴장이 되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반면 더스트는 꽃을 관찰하는 블루보다 훨씬 불편했다. 그는 원래 친한 친구들끼리만 놀아본 편이라서 블루가 많이 편하진 않았다. 그리고 블루의 평소 성격이 활발해서 더 그랬다. 더스트는 걸으면서 걱정도 꽤 하고, 혹시 자신이 하는 행동을 블루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도 했다.
그렇게 둘은 어색한 분위기에 빠졌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적극적인 블루도 말문이 막혀있었다.
그래도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블루는 대화를 시도했다.
"꽃 예쁘지 않아?"
블루는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처음으로 꺼내는 말이 그거라니, 자신이 너무 창의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스트는 갑작스런 말에 놀라면서 대답했다.
"어... 그렇네."
그의 대답을 들은 블루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휴... 그래도 답은 해줬네.'
블루의 조심스러운 한 마디 후, 둘은 다시 침묵이 됐다. 블루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지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들로 복잡했다.
'그냥 간단한 질문 몇가지만 묻자.'
머릿속에 물을 질문을 생각해낸 블루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
"너 형제나 자매 있어?"
예고 없이 들려온 질문에 더스트는 살짝 망설였다.
"아니."
그는 잠시 멈췄다가 블루에게 같은 것을 물어보았다.
"넌?"
블루는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형 있어!"
"아."
대화가 이어가지 않자, 블루는 준비했던 두번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좋아하는 색깔이 뭐야?"
더스트는 이번에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라색."
그 말에 블루의 눈동자는 큰 별이 되었다.
"오, 나도! 물론 난 파란색이 더 좋지만."
갑자기 높아진 목소리 톤을 들은 더스트는 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블루는 부끄러운 듯 얼굴에 옅은 파란색 홍조를 띄며 소리쳤다.
"왜 웃어!"
더스트는 대답하지 않고 더 웃었다. 그의 웃음이 지속되자, 블루도 같이 웃기 시작했다. 둘의 웃음소리가 부드럽게 사방에 퍼졌다. 둘이 멈출때도 그 소리가 공기 중에 은은하게 맴돌다가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그 사건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더스트의 얼굴에는 보라빛이 작게 퍼져있었고, 블루의 얼굴에도 새파란 하늘이랑 일치하는 색이 보였다. 더스트와 블루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각각의 볼에 난 홍조가 조금 짙어지면서 재빨리 뒤돌았다.
그렇게 둘은 조용하지만 그닥 불편하진 않은 침묵으로 걸어갔다.
~***~
킬러와 리퍼는 예상대로 사이가 안 좋아 보였다. 리퍼는 자신이 기분이 나쁜 것을 표현하려고 길에 피어있는 꽃들을 일부러 죽이고 다녔다. 그걸 본 킬러는 뭐하냐며 소리쳤다.
"야! 저거 니가 다 물어낼거야?!"
그러자 리퍼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정 원한다면 니가 물어내던가."
"꽃을 죽인건 넌데 왜 내가 물어내!?"
킬러의 발언에 리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어쨌든, 난 안 할 거라고."
"미친놈."
그 말로 리퍼는 다시 킬러를 무시하면서 식물들을 죽이기 시잘했다. 그러다가 옆에 가던 한 아주머니가 그런 행동을 하는 그를 보며 외쳤다.
"학생! 지금 뭐하는거야??"
아주머니가 무척 화난 목소리로 말해도 리퍼는 들은 척도 안 하면서 대꾸했다.
"보면 몰라요? 이 보기 싫은 것들 죽이고 있잖아요."
"ㅁ..뭐?!"
아주머니는 핸드폰을 들고 리퍼에게 위협을 했다.
"너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거야!!!"
그러자 리퍼는 아주머니를 비웃으며 받아챘다.
"해봐요. 아줌마가 진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보자."
리퍼는 아주머니가 진짜로 신고를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핸드폰에는 경찰의 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리퍼는 뒤로 주춤거리다가 뛰기 시작했다. 킬러가 소리를 지르며 리퍼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멀리 간 후였다.
"저, 저게!!! 학생, 너라도 있어. 내가 너 친구 신고하게."
그 말에 킬러는 말문이 막혔다.
"ㅇ..예?! 저희는 친구가 아닌데요...?!"
킬러가 애써 말하려고 했지만, 화가 난 아주머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같이 서 있었으니까 친구지! 가만히 있어."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지 못 한 킬러는 리퍼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분노한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는게 들렸지만, 그 소리도 다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리퍼가 보였다.
"야!!! 닌 뭐하려고 그렇게 뛴거냐?!"
리퍼는 킬러에게 눈를 흘기며 노려보았다.
"말 걸지 마라. 나 지금 상태 안 좋다."
킬러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리고 벤치에 앉으며 리퍼를 옆으로 보냈다. 둘은 한참동안 침묵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리퍼에게서 말이 들려왔다.
"야, 근데 아까 그 아줌마 표정 되게 웃기지 않았냐?"
킬러도 아까 그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릴 잡지도 못하면서 경찰은 무슨."
리퍼도 큰 소리로 웃었다.
"그니깐."
이제 분위기도 워낙 밝아졌다. 리퍼와 킬러는 계속 대화를 나누다가 둘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야 킬러! 리퍼!!"
고개를 들고 보니 몇 미터 앞에 호러와 크로스가 보였다. 그리고 둘을 부른 건 호러였다. 호러는 리퍼와 많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반은 같았기에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이트메어는 학교에서 발이 넓었다. 각 반마다 아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나이트메어 패거리는 학교 전체가 알 정도로 '유명' 했다. 물론 좋은 쪽으로 유명한건 아닐테지만 말이다.
호러는 킬러와 리퍼에게 다가갔다.
"니네 드디어 친해진거임? 맨날 싸우기만 했더니 왠일이냐?"
그러다 킬러가 기분 나쁜 톤으로 쏳아붙였다.
"야, 넌 얘랑 같은 반이면서도 안 친하잖아!!"
호러는 태평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싸우진 않거든?"
"뉘에 뉘에."
그 상황을 지켜보던 크로스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우리 이제 다 '친구' 아니였어?"
크로스의 말에 킬러와 호러는 부르르 떨었다.
"뭔 소리야,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