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과 블루는 학교가 끝나고 같이 집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둘은 평소의 두 친구가 나눌 만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둘이 화목한 대화를 이어나가던 도중, 드림은 앞에 혼자 걸어가고 있는 잉크를 보았다.
"어? 잉크ㅇ..."
드림은 잉크를 부르려고 했지만, 잉크는 뛰기 시작하며 자신의 집 방향으로 달려갔다. 블루도 잉크를 보았는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잉크! 잉크야!!"
하지만 잉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은 드림은 더 이상 소리침이 않았다. 그러나 블루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 잉크 따라갈래."
드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블루의 말에 화들짝 놀란 드림은 그의 팔을 잡았다. 블루는 자신의 새파란 눈으로 드림을 쳐다봤다.
"우리가 불렀는데 그냥 갔잖아, 따라가야지!"
"안 돼! 그냥 간 이유가 있겠지!"
배려심이 넘치는 드림은 겨우 블루를 말렸다. 블루는 곧 인상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드림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블루. 그러지 말고, 우리 잉크를 돕자."
드림이 시도하자, 블루는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팔짱을 풀었다. 그의 작고 동그란 얼굴에는 아직도 인상이 보였지만, 더 이상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드림은 조금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하느라 계속 조용했던 블루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
걱정하던 드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떻게 도와줄래?"
블루는 자신이 생각한 모든 아이디어들을 말해냈다. 그의 여러가지 말들을 더 듣고 있자니, 드림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음... 우리 집에 가서 말하는게 어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좋아!"
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블루는 금방 그를 제치고 달려갔다.
둘은 생각보다 빨리 드림의 집으로 도착했다. 들어가니 나이트메어는 벌써 와 있었다. 평소 같으면 친구들이랑 밖에 놀러다닐 그였지만 오늘은 일찍 집에 와 있으니 드림은 의문이 들었다.
"어, 와 있었네?"
그러자 나이트메어는 차가운 눈빛을 대꾸했다.
"왜, 난 오면 안되냐?"
"아니 그건 아니고...."
나이트메어의 어두운 기운은 항상 활기찬 블루마저 축 늘어지게 했다.
"그럼 뭔데."
블루와 드림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드림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 아니... 평소보다 집에 빨리 와 있어서..."
무언가를 눈치챈 블루는 드림에게 속삭였다.
"나이트메어 원래 집에 친구 데려오지 않아?"
드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은 이상하게 너무 조용했다.
그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드림의 집 위층에서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드림은 놀란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밟으며 위층에 있는 나이트메어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방 안에 있는 호러, 킬러, 더스트, 그리고 크로스가 보였다.
"아, 뭐야! 드림이잖아!"
호러의 말이 또다시 드림의 영혼을 저격했지만, 드림은 그 기분을 애써 떨쳐냈다. 킬러도 드림을 노려봤다.
"나가라!"
드림은 킬러의 말도 애써 무시했다.
"나메보다 못 하는 주제에."
하지만 더스트의 말은 드림의 약한 영혼에게 무리를 줬다. 그의 비난에 드림은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다리도 후덜거렸다. 심지어 자신과 나이트메어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드림은 주춤거리며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크로스가 일어나며 드림을 잡았다.
"드림, 잠깐만!"
드림은 크로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흔들거리는 목소리를 잘 내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약하게 나왔다.
"으..응....?"
크로스는 그런 드림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쟤네 말이 너무 심했지? 내 친구들이지만 가끔 보면 버릇이 너무 없다니까..."
그리고선 드림의 떠는 어깨에 손을 살며시 올렸다.
"아, 아냐...."
그러자 크로스는 발끈하는 행동을 보였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번엔 쟤네가 심했어."
"....ㅎ..."
드림은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크로스가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크로스도 살짝 웃었다. 그의 웃음을 들은 드림은 양 볼이 약한 노란 빛으로 달아올랐다.
"암튼, 미안하다고."
"아, 아니... 왜 네가 사과해...."
크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친구들이니까, 내 책임이지!"
얼굴이 더 달아오른 드림은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드림의 말에 크로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응. 잘 가!"
드림이 가자, 크로스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친구들은 곧바로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풉. 너 드림 좋아하냐?"
크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앉았다. 그러자 더스트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다 보였는데."
킬러와 호러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더스트 눈치 빠르잖아."
크로스는 애써 부정했지만, 눈치 빠른 친구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사실, 크로스 자신도 드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잘 몰랐다. 그래도 무슨 이유 때문에 부끄러웠는지 친구들의 말을 계속 무시했다. 하지만 크로스의 얼굴은 그 이유를 알았나보다. 그의 얼굴이 열을 보라빛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크로스와의 작은 대화를 마친 드림은 무척 당황한 채로 블루에게 돌아왔다. 지금 이런 드림의 상태를 블루는 모른건지, 아니면 그냥 모른척 해주는 것인지, 그것의 대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 무슨 이유여도 드림은 블루에게 감사했다.
"우리 방으로 가자."
드림이 블루에게 말했다. 블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림을 따라 방으로 갔다. 계단을 오른 후, 드림은 자신의 방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너네 방은 바뀐게 없네."
블루는 드림 집에 자주 방문을 했기에, 드림의 방도 익숙할 만큼 익숙해졌다.
"그렇지!"
방을 둘러보던 블루는 방에 있는 침대에 등을 기댄채로 바닥에 앉았다. 드림도 자신의 책상 의자에 앉았다. 둘이 자리를 잡은 후, 블루가 시작했다.
"그래서, 잉크 어떻게 도와줄거야?"
드림은 턱을 괴며 생각하는 시늉을 보였다. 그러자 어떤 생각이 떠오른건지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 좋은 생각있어!"
블루도 자신의 눈을 반짝이며 침대에서 등을 땠다.
"뭔데?!"
"우리 친구들 데리고 놀러가자."
드림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그러자 블루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트메어도..?"
"흠... 형이 가고 싶다고 하면...?"
블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트메어가 가고 싶다고 하면 데리고 가야지."
드림도 블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쪽으로 걸어갔다. 드림은 블루에게 나이트메어를 보러 간다고 미리 알린 뒤,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니 나이트메어가 계단 위에 올라와 있었다. 드림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그를 부르며 다가갔다.
"형, 나 낼 친구들이랑 놀러갈건데 형도 갈래?"나이트메어는 흥미를 가진 얼굴로 드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뭐, 낼 어차피 할 것도 없었는데."
드림은 조금 놀랐지만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메어가 이렇게 빨리 수락할 줄은 그도 몰랐다. 한편, 나이트메어는 편안한 안색을 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