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에러의 떨리는 눈동자는 교실을 탐험하는 잉크의 눈을 멈추게 만들었다. 에러의 눈빛은 혼란과 부담에 젖어 있었고, 잉크의 없는 영혼에게 더욱 고통을 주었다. 에러는 잉크와 눈을 마추치자 흔들리는 빨간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 뒤, 교실에서 뛰쳐나갔다.잉크는 붉은 얼굴과 절망한 눈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이트메어에게 날카로운 욕을 내뱉은 뒤,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드림이 몇 분 전에 교실로 들어온 블루와 함께 잉크를 위로를 해줬지만, 잉크는 고개를 책상에 내려놓고 양 손을 머리 위에 얹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들어왔고, 잉크에 대해 수군거리는 학생들은 멈추고 수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잉크는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아까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던 에러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몇 번 불러도 못 듣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교과서만 멍때리듯이 바라보았다.
"잉크!"
결국 선생님은 소리를 질렀고, 잉크는 교무실로 끌려갔다. 어차피 수업도 다 끝날 시간이라서 선생님은 잉크에게 한 마디를 할 여유가 있었다.
"잉크, 너 왜 수업에 집중 안 해? 무슨 일이라도 있니?"
조금 전에 소리를 쳤던 때와는 다르게 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잉크에게 물었다. 잉크는 눈길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은 한숨을 쉬고 잉크의 손을 살짝 잡았다.
"힘들면 말 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잉크의 담임은 원래 따뜻한 인상을 가진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잉크가 평소에 친절하고 공부도 잘 해서 그런지 선생님은 잉크를 유독 좋아했다. 선생님에게 잉크는 반 마다 한 명씩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네.."
잉크는 침묵을 깨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은 잉크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평소에 활발하고 긍정적이었던 학생이 갑자기 이러는데,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나.
"이제 가봐라. 다음 수업 늦으면 안되니까."
잉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교무실에서 나왔다. 밖에선 잉크의 다른 친구들, 프리스크, 제노, 그리고 리퍼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 너네 왜 여기있어?"
잉크가 놀란 눈치로 묻자, 리퍼가 장난스럽게 비웃으며 말했다.
"우린 오면 안되냐?"
그러자 리퍼의 애인인 제노가 그를 약하게 밀었다.
"리퍼...."
리퍼는 어깨를 으쓱하며 제노의 볼에 입을 살짝 맞췄다. 리퍼의 행동에 제노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목에 두르고 있는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제노를 본 리퍼는 귀엽다는 듯 양 팔로 제노를 안았다.
"그만해라... 보기 역겹다...."
옆에서 둘을 지켜보던 프리스크가 이를 악물며 인상을 구겼다. 잉크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프리스크도 웃으며 잉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근데, 안에서 무슨 얘기 했어? 혼난건 아니지?"
제노가 고개를 돌리며 잉크에게 물었다. 잉크는 제노에게 억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그냥 조금 말만 한 것 뿐이야."
"아..."
제노는 잉크를 믿진 않았지만 더 질문하면 잉크가 불편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야, 학교도 끝났는데 어디 갈래?"
무거워진 분위기를 눈치챈 리퍼는 큰 소리로 말했다.
"피시방 가자."
리퍼의 말을 듣고 프리스크는 재빨리 답했다. 제노도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러나 잉크는 피시방에 가서 게임할 기분이 아니었다.
"...난 그냥 집에 갈게."
"엥?"
원래 잉크는 친구들이 무엇을 하든 다 잘 따라서 하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이러니까 셋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짐작했다. 그래도 친구의 의견은 존중을 해줘야지, 라고 생각한 셋은 잉크를 보냈다.
"그럼 낼 봐!"
프리스크가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하자, 잉크는 직은 메소를 지어보고 돌아섰다. 그리고 불안감이 가득한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혼자 있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한 잉크는 가방을 들고 벽에 살짝 기댔다.
"어? 잉크야!"
근데 잉크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그는 또다시 한숨을 쉬며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블루와 드림을 보았다. 잉크는 재빨리 표정을 고치고 두 친구들을 반겼다.
"안녕."
블루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지만, 드림은 잉크의 기분을 바로 알아챘다. 상황을 눈치껏 알아낸 드림은 잉크에게 아무말도 안하기로 했다. 하지만 블루는 눈치를 못 챈건지 잉크에게 밝게 말을 걸었다.
"우리 집에 같이 가자!"
"그...그래!"
드림은 잉크의 눈치를 보면서 수락했고, 잉크는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드림 시점)
난 잉크가 걱정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을 당하면 누가 괜찮겠나. 뭐, 거절까지 당한건 아니지만 에러가 충격을 먹었으니까 기분이 안 좋을만 했다.
"근데 잉크, 너 괜찮아?"
블루가 걸어가면서 물었다. 블루는 눈치가 좀 없어서 문제다. 친구니까 존중은 하는데, 어떨땐 도움이 안된다.
물론,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는데, 블루는 그 와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그런 블루를 보면 속이 시원하다.
그래도 잉크가 기분이 안 좋은 와중에서 블루가 옆에서 말을 거니까 좀 걱정됬다. 블루는 계속 밝게 대화를 이어 나갔고, 잉크는 힘들게 웃어주며 블루에게 대응했다.
그렇게 잉크만 고통스러운 시간이 끝나고 우린 각자 집으로 갔다. 난 드디어 끝났구나, 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야, 드림!"
누군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니, 나이트메어가 없는 나머지 패거리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난 처음부터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하지만 역시나, 나이트메어의 패거리는 구겨진 인상과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그냥 불러본 건데, 닌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어?"
그 말에 난 살짝 인상을 썼다. 얘넨 왜 항상 이런식인걸까.
"아니 난 그냥...."
"아, 됐고. 잉크 그 자식 봤냐?"
킬러가 내 말을 끊으며 잉크를 찾았다. 난 당연히 집에 집에 갔다고 말했고, 그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잉크의 집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고민에 잠겼다. 잉크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단어는 73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