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는 해맑게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드림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둘은 형제였지만 해와 달처럼 서로 완전 정반대였다. 성격, 좋아하는 것들, 취미, 음식 취향까지 다 달랐다. 둘은 서로 사과를 똑같이 좋아하긴 했지만, 나이트메어는 신 사과를 좋아했고 드림은 달달한 사과를 좋아했다.
나이트메어는 드림이 딱히 싫은 건 아니였지만, 어떨땐 조금 짜증하긴 했다. 그래도 하나뿐인 쌍둥이 동생이니 그도 어찌할 수 없었다.
"야, 드림."
드림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형 왜?"
나이트메어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드림의 반대쪽을 쳐다봤다. 드림은 그런 형의 반응을 보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형, 불러놓고선."
그러자 나이트메어는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아, 부르면 안되냐?"
드림은 갑자기 이렇게 형의 태도에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래 형? 오늘 기분 안 좋아..?"
"응."
너무나도 간단한 대답에 드림은 당황했다. 그래도 그는 지지 않고 나이트메어를 타일렀다.
"오늘 나올땐 기분 좋았잖아. 갑자기 왜 그래, 응?"
나이트메어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니가 니 친구들을 다 데리고 온다는 말은 안 해서."
그러자 드림은 고개를 갸웃뚱거렸다.
"말했는데? 친구 몇명 데리고 간다고 했잖아."
나이트메어는 드림의 말에 살짝 발끈했다.
"야, 네 명이나 왔잖아! 그게 '몇 명' 이야?!"
그 말에 드림은 어깨를 으쓱했다.
"형도 네 명 있잖아. 그리고 네 명은 큰 숫자가 아냐."
나이트메어는 놀라는 행동을 보인 후 작지만 드림에게는 들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니 친구가 도대체 몇명이길래..."
드림은 자신의 형의 투덜대는 말에 웃기만 했다.
~***~
잉크는 제노랑 둘이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제노는 잉크가 언제 자신을 끌어서 대답을 요구할지 몰라서 불안했다.
제노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였다. 특히 동생들에 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대화는 되도록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하기 좀 어려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잉크가 자신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정, 사랑, 그리고 감정적인 것들에는 약한 제노는 어쩔 줄 몰랐다.
제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뛰는 '심장' 을 진정시켰다. 옆에는 에러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동생을 보니 마음이 약해진 제노였다.
한편, 에러도 형이 지금 매우 불안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러는 제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자신도 심리 상태가 불안할때는 말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노도 그럴거라고 믿으며 입을 다물었다.
셋은 함께 산책하는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공기중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그렇다고 모두가 편안하진 않았다. 제노는 동생들을 걱정하고 있었고, 에러는 형을 걱정하고 있었고, 잉크는 자신이 한 행동을 걱정하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재일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건 제노일 것이다. 에러가 뒤늦게 약속 장소에 나타난 후 제노에게 한 말은 그에게 정말 치명타였다. 에러가 한 말은 가장 어린 프레쉬에 대한 말이었고, 누가 들어도 충격을 받을 만한 것이었다.
제노는 프레쉬가 그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조금이라도 예상을 할 수 있었긴 했다. 왜냐하면 요즘 그의 행동이 꽤나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계속 밤을 새려고 하고, 어떨때는 텅 빈 방 안에 혼자 앉아서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고, 심지어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모든 증상들은 모두 한 결과로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에게 스스로 피해를 주는 건 아주 나쁜 짓이라는 걸 프레쉬도 알고 있었겠지만, 제노는 그런 자신의 동생이 도데체 그런 일을 왜 저질렀는지는 몰랐다. 그는 항상 해맑고 밝은 애였는데, 어느샌가 갑자기 우울해지더니 그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제노는 책에서 그것에 대해 읽어본 적이 있다. 아주 어릴때 읽은 책이여서 세부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핵심 정보는 항상 머릿속에 두고 있었다. 제노는 그 책에서 몬스터나 사람이 매우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가 혐오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을 기억했다. 옛날에는 그 사실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지만, 지금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니 자기 자신도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물론 혐오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인물 중 한명이 그런 상태에 빠져 있었다니, 제노는 생각만 해도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 동생이 저렇게 힘들어 했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면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자신도 우울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노는 한번 열린 머릿속의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계속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눈물도 빗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난 정말 쓸모없는 형이야...'
제노는 몇분동안 조용하게 눈물을 흘리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멈췄다. 이러는 모습을 에러가 잉크에게 보여주면 분위기가 또 자신 때문에 전환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 제노는 최대한 빨리 멈췄다. 물론, 옆에서 진정을 시켜주는 리퍼가 없어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힘든 노력 후, 제노는 완전히 멈출 수 있었다. 아직도 얼굴이 조금 젖어있긴 했지만, 그건 옷 소매로 쉽게 닦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노는 생각을 조금 긍정적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아까처럼 갑자기 울면 안되니까 말이다. 아까는 프레쉬에 대해 고민을 했으니까 이제 토픽을 에러로 바꿔보기로 했다.
제노의 시점에서 보는 에러는 집 안에서는 동생이랑도 싸우고, 엄마한테 가끔 말대꾸도 하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밖에서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분위기 차이가 한명이 성격을 이렇게 확 바뀔 수 있다니, 그건 제노 자신이 봐도 놀라웠다. 물론 자신도 그렇게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에러는 진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제노를 걱정시키는 한가지가 있다면, 에러의 친화력이었다. 에러는 워낙 소심해서 친한 친구가 없었다. 뭐,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옆반 애들도 있지만, 그건 다 제노가 에러에게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대화 시도를 한 것이다. 에러는 그것 말고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잉크와 그의 친구들이 에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게 제노 눈에 보였다. 제노는 그걸 참 고맙게 여겼다. 잉크는 제노의 친구들 중 한명이라고 해서 더 믿을 만 했다. 그리고 블루와 드림은 몇번밖에 못 만났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둘도 정말 친절하고 착한 아이들이라는 것이 제노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제노가 믿는 친구들 중 한명인 잉크가 매우 예민한 주제를 갖고 질문을 물어본다. 그때 잉크에게 나중에 알려준다고 한 것은 자신이 그를 믿으니까 쉬울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자신의 동생에 대란 세부 정보는 잉크가 알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잉크는 그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제노는 다른 생각은 다 버리고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잉크는... 에러랑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만약 잉크가 그걸 물어보는 이유가 에러랑 친해지기 위한 거라면...'
이렇게 보니 한결 나아졌다. 그래도 답은 여전히 없었다. 또 잉크가 자신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망설였다.
'자, 생각해보자. 잉크는 충분히 믿을 만한 친구이긴 한데... 기억력이 딱히 좋지는 않고.... 그래도 처음에 친해질때 서로 많이 의지하자고 했으니깐... 흠...'
제노는 계속 고민이 됐다. 잉크에게 나중에 다시 말해준다고 하긴 해서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잉크에게 말하려고 하는건 꽤나 중요한 내용이었기에 결정하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았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그래, 잉크라면 믿을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