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으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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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둘은 나머지 친구들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거기엔 리퍼가 제노를 뒤에서 안은채 킬러와 장난치며 대화하고 있었고, 나이트메어는 드림과 '강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더스트와 블루는 어색하게 한쪽에 서 있던중에 크로스는 벤치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잉크는 풀밭에 앉으며 잔디를 입에 구겨넣고 있는 호러를 보며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잉크는 호러에게 다가가서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에러가 대신 말을 해주었다.

"야. 너 뭐하냐?"

호러는 둘을 올려다보며 대꾸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입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었다.

"그건 됐고, 니네 왜 같이 있냐? 게다가 손까지 잡고 있네?"

곧 사실을 알아챈 에러는 잉크 손에서 자신의 손을 뺐다. 잉크는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에러는 얼굴이 파란색으로 물들여 있었다.

"닥쳐."

호러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에러는 그를 애써 무시하며 나이트메어의 쪽으로 돌아섰다.

"어이, 오징어. 너 운 좋다?"

잉크는 호러의 기분 나쁜 말에 살짝 인상을 썼다.

"무슨 말이야."

"아니, 그렇잖아. 그때 공개로 망신 당한 일이 너한테 유리하게 돌아갈 줄은 누가 알았겠어."

잉크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아직 정해진 것도 없거든?"

잉크의 반응에 호러는 낄낄 웃었다.

"운 좋은 새*."

"왜 저래..."

잉크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친구들에게 갔다. 뒤에서 호러의 비웃음이 들려왔지만 눈을 꼭 감으며 마음을 비웠다.

"잉크 하이!"

블루의 활기찬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드림의 부드러운 웃음소리도 들렸다. 잉크는 인사하는 둘에게 손을 흔들며 호러가 아닌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 말로 아까 느꼈던 안심은 물거품이 되었다.

"너네까지 왜 이러는데..."

블루는 입을 가리며 큭큭 웃었다. 잉크가 그로 눈길을 돌리자, 드림이 대신 답해줬다.

"너랑 에러가 가장 늦게 왔잖아. 그래서 우리 둘이 내기 하나 하고 있었어."

잉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무슨 내기."

"너네가 올때 무슨 일이 조금이라도 일어났으면 블루가 나한테 10골드를 줘야해."

드림이 설명하자 잉크는 실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진짜. 놀릴땐 언제고."

블루와 그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가 언제 놀렸는데?"

잉크는 한숨을 쉬며 여전히 잔디밭에 앉아있는 호러를 가리켰다.

"너네 말고, 쟤 말이야."

드림도 한숨을 내쉬었다.

"걔야 뭐, 나이트메어랑 다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블루도 거들었다.

"맞아! 분명 나쁜 의도는 없었을거야!"

"과연 그럴까."

잉크는 친구들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쉬지는 않았다. 다른 학생들을 놀리고 괴롭혔던 아이들인데,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괴롭히며 즐기는 행동이 말이다. 분명 다 같은 생명체인데, 왜 그렇게 비교를 하고 비난을 할까?

그래도 드림 말대로 계속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기분만 나빠진다. 잉크는 그들이 언젠간 깨닫고 바뀔 수 있도록 기도만 하기로 했다. 그러면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분 나쁜 일과 자존심 상하는 일들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 게다가 드림은 나이트메어는 반성할 기미가 없어보인다고 한다. 잉크는 디시 한번 눈길을 호러 쪽으로 돌렸다. 그 다음에 벤치에 누워있는 크로스와, 그런 크로스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나이트메어를 보았다.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잉크는 생각했다. 그들이 학교 안에서는 권력을 이용해서 안 좋은 일들을 벌이는데, 학교 밖에서는 일반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내놓으라고!!"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잉크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제노가 컬러를 쫓으며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본 다른 샌즈들은 놀란 눈치였다. 평소에는 소리도 내지 않는 제노가 저렇게 큰 소리를 내며 뛰는 것을 보니 그럴만도 했다.

자세히 보니 킬러가 제노의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는 제노의 분노하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드림이 걱정된다는 듯 둘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잉크는 그 앞에 자신의 팔을 댔다.

"나 둬. 리퍼가 알아서 할거야."

그 말에 드림은 더욱 걱정됐다.

"그게 문제야! 리퍼 능력이 얼마나 위험한데. 킬러가 다치면 어떡해!"

잉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니까."

드림은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지만, 잉크가 확신하니 어찌 할 바가 없었다.

잉크는 뜬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역시나, 리퍼는 제노보다 빠른 속도로 킬러를 쫓으며 그를 따라잡았다.

"야! 거기 안 서?"

킬러는 금방 붙잡혔고, 제노에게 스카프를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

"쳇. 재미없게."

상황이 안정적으로 종료되자, 드림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네."

잉크는 그를 보며 웃었다.

"내가 뭐랬어?"

일이 일단락되고, 잉크는 이제 더 이상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 일 때문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에전부터는 항상 나이트메어의 패거리 맴버들이 나이트메어를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줄 알았는데, 오늘 킬러의 행동을 보자 학교에서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잉크는 나이트메어와 다른 샌즈들은 친구구나, 라고 생각했다. 마치 잉크와 그의 친구들, 드림과 블루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친구라서 다행이다. 그들이 나이트메어를 억지로 따르는 것이라면 아무도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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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샌즈 X 잉크샌즈 잉에러Dove le storie prendono vita. Scoprilo 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