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러는 잉크가 싫은게 아니다. 그때 나이트메어가 잉크의 편지를 반 앞에서 읽었을때, 에러는 정말 놀랐었다. 하지만 아주 싫었었던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에러의 마음 상태는 정말 복잡했다. 저걸 받아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도 잉크가 싫은건 절때 아니다.
사실 어제 학교를 빠졌던 이유는 동생 때문이었다. 프레쉬가 계속 몇일간 아파서 에러가 쌍둥이 형인 제노와 함께 돌아가면서 아픈 동생을 돌봐주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시점에서는 에러가 잉크 때문에 학교를 빠진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건 다 편견이었다.
에러는 원래부터 조금 조용한 편이었다. 제노도 정말 소심하고 조용하다. 이상하게도 셋 중에서 가장 활발한 인물은 프레쉬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에러는 집에서는 말이라도 했는데, 제노는 아얘 조용했다.
그렇다고 말을 평생 안 하고 산 건 아니다. 제노는 남자친구가 생긴 후로 조금이라도 더 활발해졌고, 말 수도 조금이라도 더 늘었다. 에러는 그런 리퍼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도 가끔 생각해본다. 애인이 있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자신의 형처럼 더 활발해질까, 아니면 그저 감정소비일 뿐일까. 그런 질문들은 경험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에러는 연애를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감정소비가 될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잉크가 나타난 것이다. 나이트메어 때문에 강제로 공개 고백이 되버린 그 상황. 에러도 나이트메어의 패거리는 싫었다. 시끄럽고, 항상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고. 에러의 눈에서는 그런 그들의 행동들은 관심을 받으려고 벌이는 행동으로 보일 뿐이었다.
지금처럼 항상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에러의 머릿속은 무조건 복잡했다. 머릿속이 온통 파란 줄로 엉켜있었고, 한번 제대로 생각을 해보려고 하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에러는 망가진 자신의 몸이 싫었다. 눈물을 흘릴때마다 눈에서 파란색 실이 나오는 것, 영혼이 줄로 엉켜있는 것, 몸은 까만색에다가 항상 'ERROR' 표시가 나는 것. 모두 다 싫었다.
그래도 에러는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어차피 하려고 하도 엄청난 고통이 찾아오고, 죽으려고 했을때 죽지 않으면 또 살아야 되고. 그런 행위들은 에러에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위들이다.
에러는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금은 집중을 해야했다. 원래는 제노가 프레쉬를 돌보는 날이었지만, 제노에게 중요한 사정이 생겨서 또 에러가 프레쉬를 보게 된 것이었다. 에러는 한숨을 내쉬고 눈길을 프레쉬에게 돌렸다.
"혀, 형..."
프레쉬를 목소리는 힘이 다 빠져 있었고, 약한 그의 눈빛은 에러에게 향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에 빠져있는 자신의 동생을 본 에러는 마음이 약해졌다.
"뭐 먹고 싶어? 형이 뭐 사다줄까?"
에러의 말에 프레쉬는 약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응...."
그 말이 에러는 재빨리 일어섰다.
"그럼 갔다올게. 뭐 필요하면 문자해."
에러는 자신의 동생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준 다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에러가 길가로 나오자마자 시야에 잉크가 보였다. 에러는 작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은 다음에 고개를 깊이 숙이고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에러는 잉크가 자신을 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에러를 방심하게 만들었다.
"에러!"
잉크가 이미 자신을 봐 버렸기 때문이다. 당황한 에러는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기며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잉크는 에러보다 빨랐다.
"에러, 너 어디가?"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게 예의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러는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 동생 먹을 것 좀 사려고..."
잉크가 말을 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에러는 큰 숨을 들이마셨다. 잉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구나."
잉크는 잠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에러는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잉크가 말을 그만한다고 대화를 아얘 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근데 왜 너가 가? 동생이 원하면 자기 혼자 오면 되는거 아니야?"
에러는 잉크의 질문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동생이 아파서... 혼자 못 나와..."
잉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 아파?!"
에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잉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에러 착하네, 동생도 돌봐주고."
"무슨 소리야, 아냐!"
그렇게 둘은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수록, 에러는 점점 더 잉크가 익숙해졌다. 둘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기본적인 주제로 대회를 나누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에러는 기뻤다. 아무리 그 순간이 당황스럽다고 해도, 잉크와 아주 멀어지는건 에러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이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 큰 경적이 뒤에서 들려왔다. 차 도로에 더 가깝게 서 있었던건 잉크였고, 에러는 본능적으로 잉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잉크는 놀란 소리를 내었고, 에러는 자신이 갑자기 왜 이렇게 반응했는지 잘 몰랐다. 에러의 얼굴은 서서히 달아올랐고, 잉크의 얼굴도 무지개 색 빛으로 및나고 있었다. 에러는 순간적으로 잉크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거야...'
에러는 당황한 채로 생각을 했고, 잉크는 매우 당황란 표정으로 에러에게 안겨있었다.
"미, 미안..."
에러는 재빨리 잉크를 놓았다. 잉크는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에러에게서 떨어졌다.
"괜찮...아..."
에러는 몇분동안 가만히 있다가, 집에서 고통을 참고 있을 동생이 생각났다.
"나... 먼저 갈게.. 동생이 기다려서...."
잉크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에러를 보내주었다.
"그래... 나중에 봐...!"
에러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준 후,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편의점에 다다른 에러는 프레쉬가 원하던 것들을 집어들었고, 계산을 했다. 그리고선 편의점을 나섰다.
집에 가는 도중 에러는 계속 잉크 생각이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자산이 잉크에게 호감이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지, 또는 잉크가 불편한 건지 몰랐다. 다만, 잉크를 보면 아주 당황스럽고 파란색 실로 엉켜있던 영혼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쫌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