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는 잘 맞니?”
고개를 끄덕인 온하는 하얀 테이블 위에 세팅된 음식들을 둘러보며 입술을 살짝 감쳐물었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그릇이 나와서 놀랐는데, 먹고 나면 또 음식이 나오고 먹고 나면 또 음식이 나온 터라 배가 터지기 직전이다.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돼.”
옆에서 온하의 곤란함을 알아챈 신로가 말해 주지 않았다면 토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 먹을래요.”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포크를 내려놓자 김인희는 설핏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맛있게 먹긴 한 건지, 두 볼을 발갛게 물들인 온하를 보면 누구라도 음식을 즐기고 있다고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음미한다기보다 열심히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먹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셰프는 그릇이 깨끗하게 비었으니 기뻐할지는 몰라도 말이다.
류신로와 차온하는 핏줄이라기엔 딱히 닮은 부분이 없었다. 류동하나 류신로는 키도 훤칠하고 기골이 장대한 반면, 차온하는 어린 나이를 고려해도 여리고 선이 고왔다.
“……잘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닮지 않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인사하는 목소리는 작았지만 똑바로 마주치는 눈동자라든가, 낯을 가리는 건 분명한데 당당한 태도라든가.
꽤 궁핍하게 살았다고 보고받았는데 초대받은 김인희의 집에 와서도 주눅 든 느낌은 없었다. 야망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재력과 권력을 보여 주기 위한 곳이 차온하에게는 그저 김인희의 집이고 정원일 따름이었다.
그렇듯 무구한 차온하가 류신로의 동생이라는 점이 더욱 재미있는 점이었다.
“온하는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없니?”
김인희의 물음에 목이 마른지 물이 든 유리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온하의 시선이 옮겨 왔다.
“……돈을 벌고 싶어요.”
“벌고 싶다고?”
“네. 돈을 벌고 싶어요.”
물욕이 있는 얼굴은 아닌데. 정작 말하면서도 욕심이 서린 얼굴이 아니었다. 호텔과 카지노를 관리하고 그 외에도 몇 개의 클럽을 가진 백류파의 보스인 형을 돕겠다는 뜻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려고?”
“빚이 있어요.”
뜻밖의 말에 김인희의 시선이 자연스레 류신로를 향했다. 대기하던 헬퍼가 움직이기도 전에 유리병을 가져다가 온하의 컵에 물을 채워 주는 신로는 내내 그랬듯 태연했다.
“빚?”
“네.”
“……얼마나?”
그제야 온하는 머뭇거리며 신로를 바라봤다. 류신로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일 뿐 온하의 말에 제지하지도 부연해 주지도 않았다.
“……세 달 전까지는 34,509,500원이었는데. 아마 지금은 더 늘었을 거예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농담인가 싶어 온하의 얼굴을 살폈지만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김인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터지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감춰 보려 했지만, 자꾸 입술이 올라갔다.
“저런, 어쩌다가 그렇게 큰 빚을 졌을까?”
빚에 대해서는 말할 생각이 없는지 온하는 어느새 채워져 있는 물컵을 들어 입술로 가져갔다.
차온하는 표정이 희미한 편이지만 신로에게는 달라졌다. 마치 흑백이 칼라가 되듯이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의 각인처럼 맹목적이었다.
류신로 역시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었지만 티 나지 않게 차온하를 배려했다. 배가 부른데도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으며 숨차 할딱거리는 차온하에게 그만 먹어도 된다고 한 것도 일종의 배려였지만, 그것은 어쨌든 의식한 행동이었다. 조금 전, 차온하의 빈 물컵을 채워 주는 일처럼 무의식이 아니었다.
차온하를 초대하길 잘했다. 한번 봐 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의외로 재밌다. 갑작스레 차온하를 지나치게 드러내기에 의도한 장치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김인희는 테이블 위로 턱을 괸 채 우아한 미소를 짓고서 차온하에게 미끼를 던졌다.
“온하야.”
말간 시선이 웃고 있는 김인희를 곧게 바라봤다.
“내가 갚아 줄까? 그 빚.”
어리고 가난했던 아이에게는 큰돈일지 모르나 김인희에게는 푼돈이었고 은혜를 베풀어서 나쁠 일도 없었다. 대체 왜 류신로가 빚을 그냥 두는지는 시간을 두고 알아보면 될 일이다.
“왜요?”
“그야, 학생이고 어린 너에게는 너무 큰 빚이라 힘들지 않니? 그냥 갚아 주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나중에 성인이 돼서 제대로 취직하면 그때 갚으렴. 이자는 받지 않을 테니.”
“제가 갚아야 해요. 제가 진 빚이에요. 어차피 도와주신다고 해도 또 빚일 뿐이잖아요. 조금씩이라도 제가 갚을 거예요. 일하고 있으니까요.”
한두 번 사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똑 부러지게 거절할 줄은 몰랐던 김인희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신로를 바라봤다. 담담한 얼굴을 가면처럼 유지하면서도 설핏 입술이 말려 올라간다. 순식간에 언제 그랬냐는 양 희미해졌지만.
“그렇구나. 내가 꼭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런데 무슨 일을 하고 있니?”
“지금은 편지 봉투 뚜껑에 양면테이프 붙이는 일을 하고 있어요.”
“……, 흠……, 보수는 마음에 들고?”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얼굴에는 소박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거짓이나 그늘은 엿보이지 않고 순수하기만 한 모습에 김인희도 염탐을 그만두고 진심으로 웃고 말았다.
서재 창 넘어 정원에 오도카니 앉은 차온하를 보던 김인희가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세상에, 너무했지 뭐야? 류 사장, 요즘에 사업이 잘 안되나? 동생이잖아. 빚도 안 갚아 주고 그런 일 하도록 내버려 두는 거야?”
온하에게 이상한 일을 시키는 이유를 농담처럼 물어도 류신로 역시 그것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은지 입을 다물었다.
차온하에 대한 조사에 빚이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 조모인 차숙자도 채무 관계로 얽힌 바 없었고, 하물며 죽은 차온하 모친의 빚일 리도 없었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제 빚이니 스스로 갚겠다는 차온하가 어리석으면서도 나쁘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치기도 아니고 당연하다고 믿는 모습이 순진했다. 정말 류신로의 동생이 저 모양이라니, 믿기 어렵고도 제일 유쾌한 부분이다.
“참-……. 오늘 새벽에 보고 하나를 받았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 류 사장이 아는 바가 있어?”
“무엇을 말입니까?”
“최 사장님이 곤란하게 됐다는 보고를 받았거든. 내가 검찰 쪽에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정보가 좀 빨라.”
곧바로 부딪히는 신로의 눈빛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태연하게 모르는 척하는 신로의 무감한 얼굴에 김인희는 그저 웃었다.
“몹쓸 일에 얽힌 모양이야. 대체 뭐 하는 양반인지…….”
“제가 해결할 일이 있습니까?”
지시할 일이 있으면 하라는 태도에 김인희는 속으로 혀를 찼다.
간밤에 최오용이 차명으로 비밀리에 운영하던 와인 창고에 불이 났다. 단순한 화재라 재산상의 피해 규모는 적었으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창고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아니라 살해당한 시체가 한 구도 아니고 몇십 구나 나왔다. 대부분은 오용파의 수하들이었고, 그중에는 한국인이 아닌 자들도 있었다.
정보를 준 쪽에서는 아직 신원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인희는 그들이 최오용이 몰래 거래하던 중국 쪽 마약 조직이라 짐작했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 넌지시 창고를 정리해 두라고 일러둔 터였다. 쓸데없이 딴생각하지 말고 있는 일이나 잘하라고 경고했었다.
류신로가 은근히 정보를 흘릴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기리라 예상했어야지.
최오용은 무식하고 멍청해 보여도 실은 교활하고 잔머리가 좋았다. 배포가 크지 않아 류동하가 있을 때는 그를 넘어서는 게 지상 목표 같더니, 그가 죽자마자 같잖은 이빨을 드러냈다. 그렇다 해도 허술하게 제 사업을 망칠 인물은 아니었다.
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 건지…….
미간을 찌푸린 김인희의 시선이 천천히 창밖으로 흘렀다. 잘 꾸며 둔 정원을 산책해도 될 텐데 두고 간 자리에서 앞에 놓인 주스 한 모금 안 마시고 해만 쫓는 해바라기인 양 앉은 차온하가 보였다.
……미친놈. 상소리가 절로 올라왔다. 순간 흐려진 판단으로 지금까지 쌓아 놓은 일을 다 망쳐 버리게 생겼다. 겨우 저런 어린애한테 홀려서 넋을 빼지만 않았어도 좀 더 기민하게 움직였을 텐데.
납작 엎드린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밑바닥 잡종에 쓰레기여도 쓸모 있었는데, 아깝게 됐다.
류신로가 어디까지 계획하고 있는 걸까? 겨우 서른 살의 젊은 아이가 꽤 대범하다.
의외로운 점은 조금 더 조용하고 은밀하게 옥죌 줄 알았는데, 제법 일을 크게 벌이고 있다.
김인희는 오히려 자신이 류신로의 장기 말이 된 기분이었다. 입맛이 썼지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인했으니 큰 손해는 아니었다.
“뭐, 최 사장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류 사장은…, 어수선한 분위기만 정리해 주면 돼.”
와인 창고에서는 발견된 것은 시체만이 아니었다. 마약이 담긴 와인들까지 고스란히 노출됐으니 창고의 명의가 최오용이 아니라고 해도 어차피 오래 피하긴 어렵다.
“바빠지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해.”
류신로는 고개를 숙여 긍정하면서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김인희는 류신로가 혹시 감정을 잘 숨기는 게 아니라 원래 감정이 별로 없는 타입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 정도로 무감각했다.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신로의 말에 김인희는 낭랑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요란한데 무슨 소리람? 호호호호!”
시원하게 웃으면서도 눈빛만은 날카로운 김인희가 마치 눈물이라도 찍어 내듯 눈가를 훔치며 입술을 비틀었다.
류신로는 타고난 지배자다. 지금은 눈을 내리깔고 있어도 류신로는 천성이 누군가에게 복종할 종자가 아니다. 그래서 쓰레기 같은 최오용이 주제를 모르고 꿈틀거려도 아쉬운 마음에 내치지 않았었다. 최오용이 이대로 무너져 저쪽으로 지나치게 큰 권력이 가는 일은 역시 장기적으로 좋지 않았다.
최오용 쪽에 그를 대신할 인재가 있던가?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누가 올라와도 류신로만 한 재목은 아닐 터.
쯧-. 이미 떠난 류동하가 제일 아쉬웠다. 그렇게 가 버릴 줄 누가 알았담. 차라리 남은 게 그였으면 뒷목이 서늘한 기분을 느낄 필요도 없었을 텐데.
“류 사장.”
“네.”
“내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는 거예요, 앞으로 길게 잘해 보자는 의미에서.”
류신로가 말없이 고개 숙여 인사를 마무리하고 서재를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들어와서 나지막이 보고했다.
“회장님, 최오용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또 연락이 오면 연결해 드릴까요?”
창밖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온하가 발딱 일어선다. 미미하게 파닥거리는 손이 꼭 어미를 반기는 새끼 새 날개 같다. 류신로가 데리러 나간 모양이었다.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차를 한 모금 마신 김인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옆으로 치웠다.
“이제 연결할 필요 없어.”
식어 버린 차도, 쓸모없는 패도 더는 관심 가질 필요가 없었다.
∞ ∞ ∞
“어이, 류 사장.”
걷어찬 모양인지 거세게 열린 문으로 최오용이 건들거리며 들어섰다. 눈이 마주치자 픽 웃으며 이빨을 드러내고는 여유로운 척 목 근육을 푼다. 그는 머리를 양쪽으로 까닥이더니 휘적휘적 걸어 소파에 털썩 앉았다.
“뭐라도 좀 내와 봐라? 대접 좀 받아 보자?”
방만한 꼬락서니에 인상을 긁던 박덕수는 신로의 고갯짓에 별수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사무실을 나갔다.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신로가 바에서 술잔과 술을 꺼내자 최오용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뱃불을 붙이자마자 자동으로 열리는 전면의 창문들을 본 최오용이 오호호!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신식이네, 신식! 호텔 사업 할 만해!”
최오용은 손바닥을 맞부딪혀 손뼉을 쳤지만 조롱하는 눈빛이었다. 도발에도 신로는 반응하는 법 없이 위스키 담긴 글라스를 내민다. 최오용은 받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켜고 크, 하고 소리를 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무슨 일로 왔냐고?”
최오용은 테이블에 두 다리를 올리고 소파에 늘어졌다. 삐딱하게 신로를 바라보고는 실없이 웃었다. 신로는 기계처럼 무표정했다. 우뚝 서서 내리뜬 눈이 거슬려 최오용이 이를 드러냈다.
“앉아, 앉아. 앉아서 우리 대화, 라는 것을 해 보자꾸나, 신로야.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 네가 날 깔보는 거 같잖아?”
한참을 서늘하게 서 있던 신로가 의례적인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최오용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신로를 태워 버릴 기세로 노려보았다.
담배 한 개비가 다 타들어 가는 동안 필터만 씹어 대던 최오용이 꽁초를 글라스에 던져 넣었다. 남은 위스키에 치익, 소리를 내며 꺼지는 꽁초를 지켜보던 최오용이 눈을 치떴다.
“너, 나 좀 도와라.”
와인 창고에서 벌어진 사건은 사실 크게 문제가 안 되었다.
명의도 달랐고, 살해된 자의 신원이 모두 오용파로 활동하던 놈들이었어도 검찰 쪽에서 직접적으로 최오용에게 씌울 혐의는 없었다. 모르쇠로 일관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검찰의 이목이 모두 집중되어 최오용이 마음대로 활개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별거 아니야. 돈 좀 융통해 줘. 금세 갚아 줄 테니.”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50억.”
50억이 개 이름이라도 되듯이 쉽게 내뱉은 최오용이 대수롭지 않은 척 가장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50억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고, 지금 검찰 새끼들이 뭐 캐낼 게 없나 눈이 돌아서 누명이라도 뒤집어씌울 판이라 그래.”
“이자가 적지 않을 텐데요.”
“살살해, 살살. 우리 사이에. 나도 공짜로 해 달라는 거 아니야.”
“도와 드리면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중국 쪽하고 거래를 터 주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중국 새끼들이 굉장히 폐쇄적이거든. 물꼬 트기가 쉽지 않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뭐, 입 아프니까 말할 필요도 없고. 어쨌든 내가 널 소개시켜 주겠다는 말이야. ……흑사회에 말이지.”
그저 입꼬리를 올려 웃고만 있을 뿐 답하지 않는 신로를 보며 최오용이 입술을 핥았다. 바싹 마르는 입술을 적시고 담배를 빼 손바닥에 톡톡 치는 모습이 얼마나 초조하게 비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김인희 그 개년 보지나 빨 거야? 독립해야지, 안 그래?”
“그런 걸 빠셨습니까?”
순간 미간이 사납게 구겨진 최오용이 곧 아무렇지도 않게 입술을 올리며 껄껄 웃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음충맞기는.”
맞춰서 그린 듯 웃던 신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흑사회와 자리 마련하십시오. 필요하신 돈은 그때 드리도록 하지요. 담보는 잡지 않겠습니다. 회수는 3개월 뒤, 이자까지 120% 회수입니다. 문제 있습니까?”
장신의 신로가 반듯하게 서서 내려다보는 시선엔 누가 봐도 무시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억지로 미소를 짓는 최오용의 볼이 치욕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아니, 충분해.”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조만간 연락하지.”
거친 숨을 고르며 일어선 최오용이 문 쪽으로 나서다 문득 뒤를 돌았다.
“이혜리 아들은 여기에 있어?”
“중요합니까?”
입술을 비틀어 기묘한 웃음을 지은 최오용이 그대로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최오용이 사무실에서 나서자 바로 박덕수가 들어왔다.
“뭐라고 합니까?”
“흑사회를 소개해 준다면서 돈을 빌려 달라더군.”
무심하게 말하며 시간을 확인한 신로가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손이라도 씻는지 짧은 물소리가 들리는 동안 신로의 재킷을 꺼내 들고 기다리던 박덕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백류파에 돈을 빌리러 오다니, 상당히 급한 모양이다.
김인희에게 버림받은 최오용은 사면초가였다.
아무도 그의 연락을 받아 주지 않으니 최오용이 돈을 구하고자 손을 벌릴 곳은 많지 않았다. 대부업이 주업인 대호파와 카지노를 운영해 현금을 보유한 백류파 정도였다. 이미 대호파에서 100억을 대출받고도 모자란 탓에 여기까지 와서 손을 벌린 것이다.
와인 창고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일 자체는 최오용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큰일은 그곳에 있던 필로폰 대부분이 공중으로 증발했다는 사실이다.
사라진 필로폰의 시가는 300억이 넘었다. 조급하게 손을 벌리며 대출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최오용은 눈이 벌게져 사라진 배신자 임문기를 찾고 있었다. 최오용은 아직 값도 지불하지 않은 약을 임문기가 들고 튀었다고 믿었다.
류신로가 상황이 그렇게 보이도록 조작하라 명했고, 최오용은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 이성이 똑바르다면 최오용은 속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경찰은 최오용을 소환했고, 흑사회에서는 당장 돈을 메우라 압박했다. 액수가 어마어마하니 제대로 따져 볼 정신도 없이 깔아 놓은 덫이란 덫은 다 밟고 있었다.
정작 몰이사냥 중인 류신로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박덕수는 최오용이 빠져나오지 못할 구렁텅이로 스스로 굴러 들어갈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최대로 대출한 돈으로 흑사회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배신한 임문기를 찾겠다는 계획이 빤히 보였다. 약만 찾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놈은 배신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개밥이 되어 소화된 지 오래였다.
더군다나 흑사회를 소개해 주겠다는 제안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왜냐면 이미 거래 중인 까닭이다.
와인 창고에서 회수한 필로폰은 고스란히 흑사회에 넘겨졌다. 잃어버린 필로폰을 돌려주는 대신 류신로는 흑사회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모르는 척할 것.
그들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약은 잃지 않았고 덤으로 최오용에게서 필로폰값을 받게 생겼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흑사회는 타민족에게 배타적이라 쉽게 거래를 트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들과 거래를 트기까지 최오용이 많은 공을 들였을 터다. 겨우 연결되었어도 대등하기는커녕 하청 업체 취급이었다. 기본적으로 화교들과 거래하는 조직인 탓이다. 그런 흑사회가 먼저 사업 제안을 해 왔다.
모든 상황을 곁에서 지켜본 박덕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최오용에게 복수하지 않는 류신로에게 불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놈의 멱을 따겠다고 품 안의 사시미를 다잡으며 이를 간 것도 수십 번이었다.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인내한 몇 개월, 최오용 놈이 설치는 꼴을 보자니 인내심에 슬슬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참길 잘했다.
눈 밑이 시커멓게 죽어 모욕감에 치를 떨며 사무실을 나가던 최오용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실실 웃음이 새었다.
씻고 나온 신로에게 재킷을 건네면서도 자꾸 허물어지는 얼굴을 수습하기가 힘들어 박덕수는 몇 번이나 헛기침해야 했다.
“온하는?”
“룸에 있을 겁니다.”
“식당 예약해. 나가서 먹을 거야.”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십니까?”
“날씨가 좋으니까.”
“날씨…, 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덕수가 번쩍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신로는 비상계단으로 나간 뒤였다.
날씨라니, 벙한 얼굴로 뒤를 돌아 담배 연기 때문에 자동으로 열린 창밖을 보던 박덕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늘은 모처럼 하늘이 파랗고, 바람도 적당했다. 날씨가 좋긴 했지만, 언제 류신로가 날씨 따위 신경이나 썼던가. 해가 뜨나 비가 오나 그저 수많은 날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해도…….
“흠…….”
차온하 덕분인가? 날씨가 좋다고 나가서 먹는다니, 세상에 이거 데이트…….
짝! 별안간 박덕수가 스스로 뺨을 후려치자 문 앞에서 대기하던 부하 놈이 화들짝 놀라 눈치를 살핀다. 박덕수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불길한 예감을 지워 버렸다.
∞ ∞ ∞
완성된 봉투를 들고 앞뒤로 뒤집어 보며 비뚤어진 곳은 없는지 차분히 살피던 온하는 한숨을 지으며 왼쪽에 내려놓았다. 오른쪽에 놓아둔 봉투보다 왼쪽에 놓은 봉투가 월등히 많은 탓에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깁스를 풀자 봉투 뚜껑에 양면테이프를 붙이는 일에 확실히 속도가 붙었다. 봉투를 접어서 양면테이프를 붙이는 일까지 한꺼번에 하면 일당도 두 배라 넌지시 부탁하니 다행히도 일이 있었는지 모두 펼쳐진 봉투가 왔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모서리가 여물지 못하거나 사각으로 반듯하지 않게 완성된 봉투가 너무 많았다.
돈 벌기 쉬운 일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길게 한숨짓는 온하를 지켜보던 김지원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왜 나눠요?”
온하는 문득 조용한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김지원이라고 했다. 대식 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대신으로 온 사람이다.
잘 부탁드려요, 하고 빙긋 웃는 김지원은 일견 상냥해 보였지만, 낯가리는 온하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노대식은 처음 온하를 류신로의 집으로 끌고 온 장본인이었고, 계속 함께 있어서 당연하다 여겼다. 그런데 김지원으로 사람이 바뀌고 나니 뭔가 이상했다. 곰곰이 고민 끝에 식사하러 온 신로에게 결연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안 도망가요. 빚 다 갚을 때까지.」
사실은 빚을 다 갚아도 곁에 있고 싶다는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아직 갚으려면 멀었으니까. 어쨌든 믿지 못해서 감시자를 붙이지는 않아도 된다고 말해 두고 싶었다.
「정말 안 도망가요.」
좀 더 강조하는 온하의 얼굴을 신로는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안-,」
「알아.」
말을 끊은 신로는 물을 마시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직하게 덧붙였다.
「보내지 않아.」
류신로의 의심을 걷어 주고 싶었을 뿐인데 오히려 온하의 기분이 나른하게 달아올랐다.
간질거리고 두근거렸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면 말 한마디에 이렇게 기쁘구나, 온하는 신로가 바라보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 방실거렸다.
김지원이 왜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어볼 시기를 놓쳤지만, 의심 때문이 아니라면 상관없었기에 온하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가 뭐예요?”
지원은 언제나 잔잔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항상 없는 사람처럼 기척도 없고 조용했다. 인사한 이후로 내도록 입을 연 적이 없던 김지원이 사흘 만에 말을 걸었다. 내내 지켜보기만 하더니 왜 봉투를 분리해서 놓는지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왼쪽은 망친 거예요.”
“어디가요?”
김지원은 자세히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온하는 왼쪽의 봉투를 하나 들어 김지원 쪽으로 내밀었다.
“여기가 삐뚤어졌어요.”
모서리를 쓸며 보여 주자 그는 봉투를 뚫어지게 보기만 했다. 오른쪽의 멀쩡한 봉투를 들어 기울어져 삐져나간 면이 보이도록 겹쳐서 비교하자 아, 하고 낮게 침음했다.
“다른 건요?”
“이거는…… 밑단 부분이 그래요. 틈이 생겼어요.”
온하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 김지원이 또 흠, 하고 낮은 소리를 내었다.
“……망친 게 더 많네요.”
안됐다는 목소리에 온하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망친 건 버리려고요?”
“……이게, 봉투 한 장에 이십 원인데요. 십 원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려고요.”
아쉬운 마음에 미련이 생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반값이라도 쳐주면 좋겠지만 안 되면 내가 써야지.
온하가 시무룩하게 쌓인 봉투를 바라본다. 저 많은 봉투를 어디다 쓰면 좋을지 걱정스럽다. 편지 쓸 곳도 없는데.
“역시 힘들까요?”
온하는 침침하니 어두운 빛을 띤 김지원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바랐다.
온하 입장에서야 반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고용한 사람들은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은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욕심일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실 많이 이상하진 않은데. 못난이 봉투들을 내려다보던 온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음, 제가 봤을 때는 고용주가 못 알아볼 거 같아요. 그냥 다 합쳐서 주면 구분하기 어렵고-….”
“그렇게 일하면 안 돼요.”
단호한 태도에 입술을 길게 늘인 김지원이 음, 하고 또 침음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제가 봉투 쓸 일이 좀 많으니까 만약에 고용주가 반값도 안 쳐준다고 하면 제가 반값에 살게요. 장당 십 원?”
“……정말요?”
온하의 얼굴이 단숨에 환해졌다. 기묘한 기분으로 지켜보며 김지원은 입술을 휘어 미소 지었다.
애가 웃는 걸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탄하던 노대식을 떠올리니 더욱 기분이 묘했다.
하여튼 형님은 요령이 없다니까, 이렇게 쉽게 웃게 만들 수 있는데 고래고래 소리나 질렀겠지. 안 봐도 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대식이 왜 아이를 그렇게도 예뻐하는지 조금은 알겠다.
“정리하세요. 사장님 오실 때 됐어요.”
손목시계를 확인한 김지원의 말에 온하는 창밖을 바라봤다. 어둑어둑해진 하늘로 시간을 짐작하는 건 룸에 시계가 없는 탓이지만, 어딘가 어눌하고 순박한 행동이 잘 어울리기도 했다.
차온하는 이 세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짐승이었다. 이렇게라도 류신로라는 강한 짐승이 품지 않았다면 먹이사슬의 밑바닥에서 이리저리 뜯기다 제 명도 다 못 채우고 스러졌을 터다.
봉투를 정리해 왼쪽 것과 오른쪽 것을 따로 상자에 챙겨 넣는 온하를 물끄러미 보며 김지원은 소리 없이 웃었다. 저걸 조금 섞어 놔 볼까. 심술궂은 장난을 떠올릴 무렵 신로가 도착했다.
바지를 툭툭 털어 옷을 정리한 차온하가 느릿느릿 류신로의 앞으로 다가서면 각인이라도 하듯이 한동안 둘은 눈을 맞췄다.
고요한 눈 맞춤은 어쩐지 달콤한 기운이 흘렀다. 만지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데도 지켜보는 이들이 야한 기분이 들 정도로 그윽했다.
“저녁 식사는 룸에서 드시겠습니까?”
박덕수의 물음이 이어져야 류신로는 시선을 거두곤 했다.
“응.”
넥타이를 풀며 류신로가 움직이면 차온하는 총총히 그 뒤를 따랐다. 어미 쫓는 새끼 오리 같은 차온하가 바지런하게 침실 쪽으로 사라지면 김지원의 일과는 끝이었다.
“수고했다. 별일은 없었지?”
온종일 봉투 예술을 하는 차온하에게 무슨 일이 있겠는가. 기껏해야 종이에 손 베는 정도겠지만, 장갑을 끼고 일하니 그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 형님. ……오용파 쪽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뭐, 다급하지. 오늘도 몇 번이나 전화해서 발광했어. 흑사회랑 어렵게 자리를 만들었는데 사장님이 약속 있다고 연속해서 펑크를 내니까 독이 잔뜩 올랐겠지.”
“이상하다고 눈치챌 때도 된 거 같은데, 최오용이 이제 정말 다된 모양입니다. 아직도 임문기를 찾고 있어요?”
“모르지는 않겠지. 임문기가 이미 죽었을 거라고 대충 짐작할 테지만, 멈출 수 있나? 시늉이라도 해야 시간을 버니까.”
“이다음에는 어떻게 하신대요?”
“언제는 뭐, 사장님이 우리에게 일일이 일러 주셨나.”
박덕수의 말에 김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류신로는 언제나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시켰고, 일이 마무리될 즈음에나 어떻게 아귀가 맞아 돌아가는지 뒤늦게 눈치채곤 했다.
“참, 대식이 내일 퇴원한단다. 대식이 퇴원하면 교대해.”
“대식 형님도 참, 그냥 휴가라고 생각하고 누워 있으면 될걸.”
“그놈 성격에 오래 버텼지. 온하 아니었으면 뇌를 줄줄 바닥에 끌고도 돌아다닐 놈이지, 그게.”
박덕수는 혀를 차며 탄식했다.
노대식은 남자가 좀 아프다고 병원 가는 거 아니라 주장하며 맹장도 터트린 전적이 있었다. 그 무식한 놈을 병원에 며칠이나 얌전히 묶어 둔 사람은 웃기게도 다름 아닌 차온하였다. 의식을 차리자마자 병원에서 맘대로 나온 그에게 온하는 차분하게 물었다.
「돈이 없어서 그래요……?」
기가 막혀서 노대식이 답을 하지 못하고 뻐끔대는 동안 검어진 눈동자를 내리깔며 나지막이 덧붙였다.
「우리 할머니도 괜찮다고 그랬어요. 그냥 고장 난 거라고.」
「온하야, 야-. 그야, 니 할머니는……, 으음.」
「정말 치료 다 끝났어요?」
「어-. 음.」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게 물들인 노대식은 잘하던 거짓말도 못 하고 더듬거렸었다.
「그러다 죽어요.」
단호한 한마디에 검은 수염이 고슴도치처럼 솟은 노대식이 팔을 휘저으며 온하를 달랬다.
「아야, 나 겁나 튼튼혀. 머리 좀 뽀사진 걸로 안 죽는다?」
「피 많이 났어요.」
「지, 지금 나 걱정하는 거여?」
온하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감동한 노대식은 울 것처럼 목소리를 떨었다. 아니, 분명 울었다.
헐, 징그러워라. 대식 형님이 정말 머리가 크게 다쳤구나!
김지원은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그렇게 생각했었다. 곰이 재주 부리게 만드는 토끼 조련사를 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괴상한 광경이었다.
“저도 휴가 끝이네요. 꿀이었는데.”
아쉽게 입맛을 다신 김지원의 입술이 다소곳이 휘어졌다.
꿀은-…. 박덕수는 입속으로 혀를 찼다.
겉모습만으로는 상냥하고 말쑥하게 보이는 얼굴이나 김지원은 저런 낯짝으로 사람 잡는 백정이었다. 흡혈귀도 아닌 게 사흘에 한 번 피를 보지 않으면 눈이 홱 돌았다. 노대식이 오지 않더라도 피 보러 놀러 가라고 미친놈을 풀어놓을 때가 되었다. 벌써 닷새가 지났으니 내일까지 묶어 놓으면 눈이 돌아 온하를 물지도 모를 놈이다.
“그럼 전 이만 퇴근합니다, 형님. 수고하세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돌아서는 김지원의 발걸음이 유난히도 신나 보였다.
“조심해서 놀아.”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지만, 혹시나 금단 증상으로 날뛰다 증거라도 남길까 걱정스러워졌다. 박덕수가 뒤통수에 덧붙이자 문을 닫으며 배시시 웃은 김지원이 손가락을 경례하듯 관자놀이 위로 스치고 나가 버렸다.
쯧쯧 혀를 차며 자연스럽게 닫힌 침실 문 쪽을 본 박덕수는 룸으로 식사를 시키려 핸드폰을 들었다. 어쩐지 박덕수는 요사이 자신이 조폭이 아니라 집사나 보모가 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