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김남준의 얼굴엔 허탈함이 가득해 보였다.
왜냐? 지금 그의 앞에 마주 서있는 한 여인 때문에.
"사람을 뭘 그런 표정으로 쳐다봐요?"
"크흠흠....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성의가 너무 없는거 아닌가?"
"왜요?? 이거...나름 꾸민건데?"
월요일, 오전 10시 34분경, 혜선은 약속한대로 김남준의 사무실 앞에서 문을 열려던 찰나,
남준이 먼저 열어 서로 놀란것도 잠시.
남준은 혜선의 옷차림을 보고 입이 떠억 벌어졌다.
너무 예뻐서? 결코 아니다.
혜선은 남준의 얼떨떨한 표정을 보고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데이트라곤 말안했지만, 눈치로 혜선은 그런가보다 하고 고른 패션은...
검은 아뒤디스 트레이닝복, 빨간 운동화였다.
반면, 김남준은 왁스로 깔끔히 올린 머리에 하늘색 와이셔츠,
네이비 면바지에다 아주 깨끗한 하얀 운동화였다.
지금 둘의 조화는 절.대.로. 데이트를 즐기려는 한쌍의 커플로 보이지 않았다.
"왜요. 나 그냥 집에 갈까요? 표정 보니까 전~혀 반가워 보이지 않는데?"
"가긴 어딜가? 따라와."
자신도 괜히 찔렸는지 뾰루퉁해진 혜선을 군말없이 데리고 나가는 남준.
건물 밖에 나가자 자신의 차에 태운다.
"우와...대박..."
'피식'
혜선은 아주 비싸보이는 고급 외제차를 보자 눈이 커졌지만,
그 안에 들어가 앉자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런 혜선을 보며 뿌듯해 하는 김남준.
"이거...오빠꺼에요??"
"그럼 당연히 내꺼....뭐??"
"이 차. 오빠꺼냐고요."
"내꺼 맞는데, 니 언제부터 날 오빠라고 불렀냐?"
"지금부터?"
"왜??"
"이거 데이트 아니에요? 데이트 하는 남녀가 서로 위반자,
김변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거 아니에요. 그리고 오빠가 그랬잖아요, 3살 차이라고.
듣자하니 우리 꽤 깊은 과거도 있는것 같고. 그러니 오빠도 이제 위반자, 학생이라 하지 마시고,
혜선이라고 부르세요."
"어......어."
"불러보래두?"
"구지 꼭 지금 불러도-"
"쓰읍!"
혜선이 갑작스럽게 오빠라해서 놀란 남준에게 주저리 설명을 한 혜선은
누가봐도 참 당돌한 여자였다.
그리고 남준이 혜선의 이름을 부르는걸 꺼려하자 두눈을 부릅 뜨고 째리는 그녀.
"...혜...혜선..."
"네에~앞으로 그렇게 부르시면 되요~ 하지만 저도 오빠처럼! 공과 사는 잘 구분하시도록!"
조용히, 그리고 수줍게 혜선의 이름을 말한 남준은,
이름 부른거 하나 갖고 얼굴이 빨개져 혜선의 눈을 피해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