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봐. 우선 네가 원영이네 자취방 가봐서 알겠지만 지하철역이랑도 가깝고, 근처에 가게도 꽤 있어서 유동인구가 딱 적당히 있어. 딱 수상한 짓하면 진짜 잘 보이고 신고당할 가능성 높은. 그런 빌라에, 굳이 3층 원영이 방까지 가서 애한테 손을 댄 거 보면 얘한테 무슨 원한이 있었겠지? 거기다 교수님 말씀 들어보면 뭐 없어진 물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빌라에 딱 그 층을 특정해서 물건엔 손도 안 대고 애를 죽여 놨으면 진짜 싸이코 새끼거나 원한관계거나 그럴 거 아냐. 전자거나 후자거나, 제일 이상한 건 교수님 태도야. 평소에 얼마나 정이 많으신 분인데, 남자애들 군대 갈 때도 붙잡고 우셨잖아. 그런데 아끼던 제자가 죽었는데 우리가 오기 직전까지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고 계셨어. 그 사실을 알았는데도 말이야. 아끼던 사람이 아니었어도, 나는 누구 죽었는데 그렇게 못 해. 이거 자체가 교수님이 사건 자체에 관련이 있울 거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결정적으로 최근에 지나가는 말로 들었는데 원영이가 경찰에다가 신변보호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대. 수아 알지? 걔 남친이 여기 앞에 경찰서에서 무슨 일하잖아. 걔가 그러더라구. 대충 종합해 보면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김교수님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 같아. 사람이 죽은 일이야. 이런 일은 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배후에 더 큰 게 있는 거야. 즉, 걔 죽은 거랑 윤설이 관련이 있을 확률이 아주 높아."
은비의 말은 아주 논리정연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뿐이었다. 그런데...그래도 원영과 각별한 사이이던 지원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치 정황상 연락이 끊긴 지 몇십 년은 된 아내가 사실상 죽은 것이 확실하고, 배후의 가해자도 정황상 맞아떨어지지만 아내의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는 아내 찾는 일을 멈출 수 없는 남편의 심정.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모든 퍼즐을 장원영이 쥐고 안고 죽었으니, 배후가 뭔지 알려고 하다가는 우리까지도 위험해. 이미 장원영 하나가 죽었어. 추측이지만, 정말 갖다붙이기지만 환자 상습실종이랑도 상관있는 것 같아. 우리쯤 더 못 죽일 이유 없어."
다 사실이었다. 더 알려고 하는 것뿐으로도 은비와 지원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원은 영 마음이 불편했다.
"권은비, 우린 의사야."
"그런데? 네가 지금 환자 안전 때문에 이러니? 너랑 친한 사람이니까, 의사 이전에 사람이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지원은 말문이 턱 막혔다. 사실이었다. 지원은 의사 이전에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지원이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었다. 그때 지선에게 연락이 왔다. 원영이 시신이 원영이네 방 옷장 안에서 발견되었다고. 그런데...좀 이상하니까 와서 좀 봐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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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병원 응급실입니다
Fanfic윤설병원에서의 평범한 하루하루, 그러나 평범함의 정적을 깨버린 많은 사건들 그 사이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윤설병원 의사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