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끝날 때까진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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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가 부교수실을 나온 후에는 그냥 무너져 내려 한참을 울었다는 사실은 지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지민은 절대 모를 것이다. 엄청난 죄책감에 부교수실 안에서 고민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은비가 조금 진정되고 나자 지원은 은비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사실 지원은 이미 원영 사건 외에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일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채원 일이었다. 애가 갈수록 얼굴이 새하얘지고 열이 심하게 나거나, 갑자기 정말 이상한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식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에도 백혈병 고위험군이라 주의를 기울였지만 요즘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의 주의가 필요했다. 그야말로 여기서 하나라도 더 잘못되면 백혈병 확진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오전 시간대에는 소아과 라인에서, 오후 시간대에는 응급의학과 라인에서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알려면 아직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 하지만, 확진일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주치의들도, 채원 본인도 알고 있는 터였다. 정국은 채원이 그런 상태라는 것을 알고는 걱정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전엔 아예 채원을 붙잡고 아프지 말라며 눈물까지 보였다. 좀처럼 남에게는 관심이 없는 지헌 역시 걱정을 내비쳤고, 아린은 거의 매일 찾아와서 한바탕 눈물바다를 하고 가곤 했다. 그만큼 소아과 아이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이가 채원이었는데, 채원이 잘못되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의사들 대부분이 점심을 먹으러 간 한가로운 오후 시간대. 채원은 지헌을 남몰래 불렀다.

"지헌아..."

지헌은 신경쓰지 않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려고 애썼지만 아직 어린 아이라 그런지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지헌아, 언니 말 잘 들어봐. 김석진 선생님 있잖아, 우리 그 사람 꼭 고발해야 해... 지헌아, 언니 이번에는 못 피해갈 것 같아. 백혈병.... 근데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아. 단지 이걸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야. 너, 장원영 선생님 알지?"

안다는 표시로 지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선생님 죽인 거 김석진이야...선생님이 죽기 이틀 전에 자기는 오래 못 살 것 같다고 나한텐 다 말씀해 주셨어. 지헌아, 언니가 여기 떠나게 되면 말이야, 은비 선생님이나 아무한테 이거 다 얘기해야 해. 알았지?"

그러고는 채원은 지헌에게 원영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자신에게 해 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원영 살해의 진실을 파헤칠 열쇠가 있던 것이다.

진실은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었다.

윤설병원 응급실입니다Dove le storie prendono vita. Scoprilo 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