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지원과 은비는 차에 올라 지선이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매일 사람이 못해도 몇십 명은 죽는 병원보다도 어둡고 무거운 공기가 둘을 짓눌렀다.
검은 정장을 입고 흰 장갑을 낀 남자가 은비와 지원에게 신원확인을 요청했다. 은비와 지원이 각자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내보이자 남자는 8번 방으로 둘을 안내했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보는 은비와 지원임에도, 응급의학과라는 과의 특성 때문에 가끔은 사고를 당해 기괴하리만치 온몸에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마주치기도 하는 둘임에도 원영의 시신 앞에서 툭, 힘없이 무너졌다.
너무나도 끔찍한 모습이었다. 배 중심부에는 언뜻 보아도 정말 깊어 보이는 열상*이 있었고, 가슴에서 배까지 못해도 십여 군데는 얕게나마 찔린 자국이 있었다.
*열상:찢어진 상처.깨질 뻔한 멘탈을 간신히 붙잡고 나니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했다. 우선, 몸 곳곳에 붉은 반점이 있었다. 주로 피가 통하지 않거나 숨이 쉬어지지 않아 죽었을 때의 징후인데, 보아하니 칼에 찔린 것이 사인인 것 같은 이 아이의 몸에 왜 저 자국이 있을까.
게다가 다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멍자국도 곳곳에 있는 것이 흠씬 두들겨 맞은 듯했다. 아마도 위에서 누르면서 때려서 반점과 맞은 흔적이 같이 생긴 듯하다.
원영의 부모로 보이는 장년의 부부는 대성통곡을 하며 하소연을 하셨다. 지원은 그 부부에게 상황을 설명받으려 했다.
"그러니까 저희 원영이랑 마지막으로 연락이 된 건 그날 3시쯤이었어요."
원영의 어머니가 말을 시작하려 하자 두 눈이 충혈된 원영의 아버지가 지원을 붙잡고는 원영이 평소에 어떤 아이였냐고 물었다.
"원영이...참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어요. 정 많고, 착하고, 참 예쁘고. 누구한테도 미움 안 살 그런 아이였어요..."
그런 지원과 원영 부모의 대화를 뒤로하고, 은비는 시신을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 이상한 사실을 알아냈다.
"박지 이리 와봐. 이거 수술용 메스 같은데?"
은비의 말이 맞았다. 나름 큰 사이즈로 주로 수술범위가 큰 수술에서 사용되는 메스였다. 수술용 메스. 수술용 메스라.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굳이 수술용 메스를 사용한 이유는?더는 알고 싶지 않았다.
이 수준의 메스라면, 적어도 이 살인에 병원 관계자가 하나는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말 굳이 수술용 메스인 이유는?둘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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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병원 응급실입니다
Fiksi Penggemar윤설병원에서의 평범한 하루하루, 그러나 평범함의 정적을 깨버린 많은 사건들 그 사이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윤설병원 의사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