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밝혀지는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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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이라는 원영의 친오빠가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그는 잠시 부모님을 진정시키더니 이내 은비와 지원의 곁으로 다가왔다.

"원영이 오빠 장원석이라고 합니다."
"원영이 선배 권은비입니다. 얘도 원영이 선배."
"박지원입니다."

그도 한동안은 원영의 시신 앞에서 말없이 무너져 있었다. 귀엽고, 밝던 동생이 대체 왜 이런 짓을 당했던 걸까.

"수술용 메스...맞답니까?"
"예...상부에서 지금 조사 중이라 자세한 건 저도 모르지만, 그런 듯합니다."

또다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원석은 비탄에, 은비와 지원은 슬픔과 의문에 빠져 있던 것이다.

"아마도...자신이 병원 관계자라는 걸 알리고 싶던 것 같아. 누군지에 대한 암시를 해서, 얘가 이런 짓을 해서 죽었으니까 너희는 그러지 말아라, 하고 싶던 것 같아...."
"혹시 지민쌤이 교수가 될 수 있던 이유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지원과 은비가 차례로 입을 열었다. 아끼던 후배의 죽음 앞에서 탐정놀이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지원이나, 자기 남자친구가 후배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은비나 지금 둘 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때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장 경관님! 메스 찾았답니다!"

원석은 바로 보고를 받으러 방 밖으로 나왔다. 은비와 지원 사이에서는 또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 들어온 원석의 입에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왔다. 몇 번의 문답 뒤 은비와 지원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그런 말.

"김석진이라고 아십니까?"
"교수님이세요. 저희 과 정교수님.."

떨리는 목소리로 지원이 한 대답에 은비가 덧붙였다.

"오늘 아침에 제자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걸 알면서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계시기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럼 박지민이라고 아십니까?"

이쯤 와서 은비는 거의 무릎을 꿇은 상태로 무너져 있었고 눈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원이 은비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거리며 원석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희 과 부교수님이세요. 얘 남자친구."
"두 사람 지문이 메스에서 나왔답니다. 시간으로 봐서는 김석진이 먼저, 박지민이 나중인데, 아마 김석진이 죽이고 박지민이 숨겼거나 김석진이 칼을 주고 박지민이 죽였을 듯합니다."

은비와 지원은 이제 더 이상 집을 멘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어서야만 해. 원영이를 위해서라도 일어서서 무슨 일인지 물어야만 해. 생각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물론 이 정도는 예상했지만, 아니 더 심가한 상황도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도 충격적인 말에 둘은 무너지고 말았다.

윤설병원 응급실입니다Où les histoires vivent. Découvrez mainte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