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는 이전에 새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한 스님의 영혼을 찾으려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사라지게 했다. 눈 뒤에서 밝은 빛이 보였다.
'스님의 영혼일까?' 환희는 빛을 따라서 움직였다.
세밀하고 밋밋한 기운, 하지만 동요가 없고 따듯했다.
'사람을 함부로 살리면 안돼!'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희는 '왜요? 제가 살리고 싶은 사람은...'
'그러니 더욱 안된단다. 목숨은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야.'
환희는 불을 수그러들게 했다. 왜 자신 곁에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까?
환희는 분노하였지만 곁에 여노가 있어서 잠잠해지기만 했다.
그는 슬픔을 느꼈다. 지독했던 분노도, 외로움도 기껏 없앴는데,
'이건 다 예언 때문이야.' 환희는 절망했다.
'예언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거야. 내 삶이, 전부가!' 환희는 작은 폭발을 일으키려 했으나 곧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
자한 스님을 살리는 건 실패했다 .
"절은 떠나기로 했어." 그는 여노에게 말했다.
좀 걸으면 나아질까. 비가 왔다. 환희가 내리는 비였다.
그는 용이니까. 자한 스님처럼, 잠룡사의 용은 이제 환희였다.
그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훌쩍이다가 이윽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는 걸까." 그는 용으로 변해 자신의 불을 꺼뜨릴 심산으로 비를 내렸지만 산은 초목이 푸르를 뿐, 그의 자연성을 더욱 더 강하게 할 뿐이었다.
여노는 말이 없다. 그냥 환희를 내버려 둔 것이다. 다만, 분노는 계속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환희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우리는 원래..." 여노는 눈을 깜빡이다가 말을 이었다.
"우린 원래 외로운 존재야. 집도 없는 경우도 많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럼 어떻게 살라는 건데? 다른 이들은 각자 돌아갈 데가 있다구. 나는 없어. 없단 말이야..."
"운명에 귀속된 자여,"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려 펴지면서 잠룡사의 서적이 불타기 시작했다. 그곳엔 모든 예언서가 있었고, 모든 예언이 울리는 소리였다.
"죽음의 권능을 가진자여, 땅 끝으로 가 용들을 만나라. 그곳에 답이 있을 것이다."
환희는 땅 끝이 어디인지 생각했으나 여노는 "길을 알아. 같이 가자." 라고 대답하였다.
땅의 끝에는 용들이 산다고 했다. 환희는 그곳에 발을 붙일 수 있을까.
여노는 환희에게 여러가지를 알려주기로 했다.
"보아하니 죽음을 겪으면서 각성하는 것 같은데, 더 알아내야 할 것이 있어." 여노의 뒷말이 좋지 않음을 환희는 직감했다.
"너를 좀 더 읽기로 할게." 여노의 손끝이 환희의 이마에 닿았다.
환희는 붉은 머리칼과 붉은 눈동자, 그리고 머리 끝에는 황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빛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 살리는 힘도 우연은 아니었군."
"그럼..."
"정확히는 에너지의 지배란 거지. 자, 손을 뻗어봐."
환희가 손을 뻗자 산이 무너져 새 문이 드러났다.
"다른 차원의 문이야. 네 에너지가 공간에 반응해서 가야 할 길을 알게 해 주는 거지."
환희는 쉬고 싶었다. 자고 싶었다. 처음 겪는 산에서의 피로였다.
"잠깐 쉴래..." 환희가 땅 위에 드러눕자 땅이 이불처럼 움직여 작고 단단한 침낭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새벽이 되었고, 요괴와 요정들이 몰려와 환희를 위로하였다.
환희는 동물세계가 주는 안락함 속에서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꿈에는 잃어버린 가족이 나왔다.
'이젠 괜찮아질 거야.' 가족들이 말했다.
환희가 일어날 때쯤엔 하늘에 슬픔이 어렸으나 그녀는 좀 더 개운한 모습으로 여노와 함께 여정을 떠났다.
YOU ARE READING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
FantasyThe Art of Being a Creature의 각색 버전으로, 많은 부분을 다듬어서 사실상 플롯만 비슷한 다른 책입니다. 정서적으로도 한국식으로 많이 고쳤습니다. 실시간으로 다듬고 있어서 중간중간 내용이 바뀔 것 같네요! +진도나 순서같은게 정말 많이 달라요 ㅠㅠㅠㅠㅠ 읽으시다가 다른쪽에서 스포당할 수도 있을거같네요 죄송합니다... 영어판:The Art of Being a Creature 같은 사람입니다 저작권 안걸림 처음 쓰는거라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