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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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마치 산과는 분리된 이질적이고 외계의 문명 같았다. 자연 속에서 살다 보니 차들과 그 많은, 벌집같이 다닥다닥 구멍들이 옆에있는 아파트에서 공허한 눈으로 비적이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연기하며 사는것임에도 그들은 사실 내가 무엇인지 신경 쓸 만큼 주위를 살필 것 같지 않다.

모든 것이 윙윙대고 별들은 없었으며 번쩍이는 것들은 모두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 불볕이었다. 마치 별천지를 의인화한 작은 소우주 같았다. 실제 자연을 모방하며 살면서도, 그들과는 분리된 그들만의 자연력...

그러나 생기는 없었다. 아 물론 내 기준에서.

무얼 쫒으면서 사는지는 모르겠다. 마치 나는 여기에 있는데 사람들이 바람같이 쏟아지는데도 그들이 무얼 휘날리며, 어디로 가는지 잊은 듯한 검은 눈동자들이었다.

분명 도서관에서 사람들은 불을 이고 다닌다는 표현을 들은 것 같다.

그들의 눈에도 불꽃이 있으려나.(물론 나와는 좀 다르면서도)

무엇이 그들의 원형인진 모르겠지만 그게 구름이나 진흙은 아니어도 무언가가 나는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들 옆에 있으니 내가 투명인간 인 것 같다.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들은 나를 전봇대처럼 지나치니까.

'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구만.'

나는 근처 가게에서 커피를 한잔 사 마신다. 사람들을 구경하며 걷는 것은 재미있다. 빵빵거리는 차들은 좀 시끄럽지만.

'뭐가 저렇게 바쁘지. 핸드폰이 재밌긴 한가.'

여튼간에 나는 사람들의 행태를 구경하는게 재밌었으니, 앞으로 붐비는 것이 익숙해져도 그들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까 두근대기 시작한다.

'호기심. 아, 신화 속에서 호기심은...

판도라의 상자로 많은 이들을 멸망으로 이끌었었지.'

'뭐든 간에 그건 재밌으니까.'

나는 엄청나게 시끄러운 골목으로 들어간다. 해가 지는 중이다. 사람들은 중국어 일본어 영어... 온갖 언어로 장사한다. 외쳐대는 사람들의 숨결이 해괴했지만 그마저도 나에겐 생소하고 즐거워서 재밌는 노래를 하는...

'이런 식의 호기심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생각을 끝맺는다. 호감은 좋지만 일단 같이 살려면 얕잡아보는게 좋은 태도는 아니니까. '같이'사는거지. 뭐 양육하는 것도 아니고.

전대 아수라들은 그런 목적도 있었던 듯 하지만.

화려한 전구 속 전류들이 보인다. 그것들은 갖혀있으면서 빠르게 흐르면서도 빛을 내어 환희를 제공하는 듯 하다. 주로 내가 선호하는 불빛은 아니다. 어쩐지 전구의 열은 아파보이니까.

나는 옷가게를 구경한다. 전구의 열이 너무 희미해서 차라리 꺼뜨리는게 나을것 같아보인다.

사람들은 미소를 띄지만 그 옆에 걸려있는 가죽과 혁대, 털들을 보니 과연 그 미소가 내가 받아도 될련지 모르겠다. 나는 썬글라스나 하나 산다. 밤인데도 그냥 그러한 불빛이 보기 거슬린다.

나가면서 나는 그들이 보기좋게 살해당한 나의 친구들, 음 동물들을 생각한다. 어쨌거나 난 그들에 더 가까웠고 말이지.

가게에서 가장 비싼 선글라스를 샀다.

그리고 땅에 던져 밟아 부숴버린다.

이상한 역정이 났다.

눈에 불길이 차오르는 것 같은데, 도시의 소음에 적응을 못하는건지, 아니면 저런 기묘한 웃음이 싫은건지. 이상한 방면에서 불만이 난다.

젠장, 저놈의 전기들이 말썽이야.

사람들의 일은 사람들에게 맡겨야지 생각하면서 나는 나를 진정시키려 빠르게 걷는다.

'이 시끄러운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될 거야. 물론이지. 명상도 자주 해 왔는걸.'

나는 불길이다. 그래도 사그라들 수 있는 지성이 있다.

잠시 마른세수를 하고 걷는데 옆에서 실랑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의 소음은 이쯤에서 마치고 싶은데, 왠 취객이 내 귓가를 괴롭히는 것이다.

취객은 술에 꼴아박은 듯한 눈을 하고있다. 눈가엔 소용돌이치는듯한 탕물이 번진다.

저게 뭐라고. 50대쯤 되어보이는 남자가 내 나이또래에게 시비를 건다.

듣기도 싫다. 그래서 끼어든다.

"왜 아가씨가 버스비라도 주게?" 50대 남성이 헤실댄다. 역한 냄새는 술이 아닌 미치광이의 욕망에서 온다.

이성을 상실한 욕망..

나는 그의 눈을 조금 바라본다. 눈이 깨져있는 유리창처럼 어스름하기도 하고, 미끌거리는 듯한 안광이다.

나는 그의 눈에 불길이 있나 없나 살핀다. 사람 눈에는 나와 같은 면이 있을까? 나는 저런 부류의 인간과 다른가?

그의 동공은 나의 불볕을 마주한다. 나는 무언가 꿈틀대는 것이 보인다.

노년의 눈 안에서 꿈틀대다 죽어가는 작은 조밀한 생기가, 정체된 시간에 쳐먹히는듯한...

그의 영혼은 욕망 안에서 피식되어가는 것이다.

"아가씨는 눈이 참 밝네...." 50대의 남성은 이내 중얼거려보지만 말을 멈춘다.

그의 영혼이 내 불로 타들어간 것이다.

그의 욕망을 읽으려는 찰나 나는 그의 마지막 남은 것을 집어삼켜버렸다.

죽지는 않겠지만, 아니 죽으려나...

아저씨는 검은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채 주저앉아 고꾸라진다.

며칠 지나서 술집에서 유명한 진상 하나가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빚이 있었나 원한을 샀나 이런저런 얘기였지만 나는 양심의 가책보다는 내가 과한 대처를 했나 넘기고 만다.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