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는 "우울해..." 라는 말을 뒤로하고 산의 끄트머리에서 무릎에 얼굴을 기댔다.
"이전에는 우울한 걸 잘 모르고 살았는데, 나, 다른 사람들처럼 되어가는 걸까? 없던 감정도 느끼는 중이고."
여노가 대답했다. "이제야 본 각성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처럼 되어가는 거야."
환희의 잠룡사, 환희는 잠룡사의 주인으로 이 곳을 남겨둘 건지, 아니면 없앨 건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곳의 예언은 환희를 마지막으로 모두 사라졌다. 그 뒤에 환희에게 각성 이후에 일어날 힘의 변동과 그 기록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는데, 그는 이에 미적지근하게 반응하여 장대비만 쏟아졌다.
"그만하지 그래. 산이 침수되겠어."
"알 바 아냐."
"뭐가? 이제는 네 터전이야!"
"난 터전같은거 필요 없어."용이 우는 소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나무가 하나 죽자 나무에 끼어있던 정령이 소멸했다.
환희는 그 정령의 영혼을 헤집더니 이윽고 먹어버렸다.
"퇴락할 셈이야?" 여노가 꾸짖었다. 그러자 다시 잠잠해진다.
'화를 내는 건 오랜만이군...' 여노도 마찬가지로 환희를 만난 지 얼마 안되어 옛날에 사라진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것이야.
"잠깐, 손 좀 이리 줘봐."
"뭐하게?"
"내 힘을 나눠줄거야."
"싫어, 더이상 힘 같은건 원하지 않아. 불행해질 뿐이라고."
"괜찮아질 거야. 날 믿어."
천사가 믿으라고 하는 말에 환희는 온열감을 느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만졌다.
따스함이 전해져 내려온다.
작은 부드러움, 분홍색 빛이 여노와 환희를 감싸올렸다.
"내 생각이 맞았어. 우리는 공명하는 군."
"주파수가 맞다는 뜻이야?"
"그래. 영혼들은 공명 계수라는게 존재해. 아마도 우리들은 진동수가 얼추 맞는 것 같다."
환희는 공명감에 희열을 느꼈다. 그것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강하게 자신을 옭아매는 자신감이었다. 환희는 다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나, 이 절을 바꿀거야. 내 집으로. 다른 아수라들이 돌아올 수 있게, 자한 스님의 말처럼. 주지 스님도 사라진거지?"
"이젠 네가 주지니, 그런 셈이지."
"이제 이곳은 절이 아니야. 이제부터는."
환희는 건물의 토대를 일으켜 나무를 변질시켜 서까래를 무너뜨리고, 반석을 세우며 한옥의 모습 대신에 이를 지하에 있던 철과 돌을 으깨어 철골을 만들었다.
"내가 도와주지."여노는 환희의 힘에 덧대어 여노와 환희가 살아있는 한 지속되는 변성의 마법을 해내었다. 이것은 집을 현대 형식으로 바꾸는 마법이었는데, 사물의 질량과 모습, 두깨를 변형시키는 고급 단계의 마법으로, 환희의 집은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아늑한 주택이 되었다.
" 우리 집이지."
"맞아. 도와줘서 고마워. 같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둘게. " 환희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러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었다.
"음식을 구하는게 나을까? 정말 사람들이 하듯이."
"우리는, 음식은 필요 없는 존재지. 정령들과 함께하는 건 어때. 완벽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
여노의 말에 환희는 안심하였다.
'완벽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 그래. 난 온전한 인간은 아니니까. 이걸 인정해야겠어.'
여노는 환희에게 에너지를 좀 더 나누어주었다.
"뭐하는 거야?"
"이제 등의 근육을 뻗어봐."
환희의 등에서 거대한 뼈가 자라나더니 날개의 형태를 띄었다.
"이제 날 수 있을 거야."
환희는 산을 뛰어내려가더니 나무들 사이로 비행을 시작했다.
"날 수 있다니!" 환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살과 피, 뼈와 힘이 자신 혹은 모두의 에너지와 목숨과 희생으로 덧붙여져 생겨났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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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
FantasyThe Art of Being a Creature의 각색 버전으로, 많은 부분을 다듬어서 사실상 플롯만 비슷한 다른 책입니다. 정서적으로도 한국식으로 많이 고쳤습니다. 실시간으로 다듬고 있어서 중간중간 내용이 바뀔 것 같네요! +진도나 순서같은게 정말 많이 달라요 ㅠㅠㅠㅠㅠ 읽으시다가 다른쪽에서 스포당할 수도 있을거같네요 죄송합니다... 영어판:The Art of Being a Creature 같은 사람입니다 저작권 안걸림 처음 쓰는거라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