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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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서 일어났을때, 머리가 아프리라 예상했지만 몸과 마음은 상쾌했다. 글자들이 내 몸의 독소를 치유해준 것 마냥 스트레스가 한결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니, 오래 자서인가. 오랜만에 푹 자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나는 기억 못하는 악몽을 많이 꾸곤 하니까.

눈을 뜨자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호기심 많은 눈동자들 안에는 어떤 공포감과 마력이 서려있었으며 나는 그들이 나와 같은 아수라족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큰스님보다 좀 더 작은 체구의 남자아이, 아마 10대 후반쯤의 머리를 깎은 스님이 차를 내어왔다. 그의 눈은 가늘었고 날카로웠지만 기분 나쁘거나 영악한 인상을 주지 않았다. 마치 항상 웃고 있는 느낌을 주었고 약간은 느슨했다.

그는 슬며시 차를 내려놓으며 일어나셨나요 하고 조곤조곤 말했다. 나는 손을 들어야할지 아니면 누운 자리가 너무 편해서 누워있어야할지 망설였다.

그는 편히 있으세요 라고 말한 후 자신은 여기에서 관리를 맡고있는 자한 스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이 아이들은 잠시 견학처럼 맡겨진 아이들이라고 했다.

12살쯤 보이는 아이는 김 다인, 서로를 대기업의 사촌이라고 소개한 남자아이는 이 주니어 (그렇게 불러주기를 고집했다.) 여자아이는 진이라고 불러달라 했다. 실제 인간으로 쓰는 이름은 양 서진이었으면서도, 그리고 자한스님. 자한 스님을 제외하면 이곳에 잠시 훈련과 교육, 그리고 '혹시나'그들이 예언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인지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예상을 깬 불청객인건가.

이 주니어와 진은 좋은 혈통의 아수라들, 즉 중요한 존재 중 하나들이라고 자신을 무척 뿌듯하게 여겼다. 그래도 거의 완벽하게 사람의 형상을 한 것 보면 아마 부모가 훈련을 시켰거나, 아니면...

나보다 약한 걸 수도.

진과 이 주니어는 나에게 자신들이 무얼 훈련하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이 주니어는 조금 더 큰 오빠였다. 그는 내 손을 잡고 빨리 나오라 재촉하며 자기들의 대결을 보고 배우라고 했다.

그래, 나는 배울게 무척 많았다.

진과 이 주니어는 독특한 힘을 썼다. 자신의 본디 신체였던 그 차원의 자연을 이 행성에서도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기엔 초능력이었고 내가 보기엔 그 안에 자리잡힌 자신과 엇비슷한 에너지 흐름을 갖고오는 것 같았다.

진은 번개를, 이 주니어는 나무와 돌을 활용했다.

그들은 맞부딪히며 땅에 균열을 내고,마치 작은 지진같은 울림과 소음이 들린다.

하늘에서 번개가 잠깐 잠깐 울리지만 이 주니어가 좀 더 숙련도가 높다.

그래도 나는 진이 더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 부류 같았다.

어찌됐던간에 진의 번개는 돌을 전부 뚫긴 역부족이었고 이 주니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승리한다.

나는 자한 스님을 돌아보며 저렇게 땅이 울려도 괜찮냐고 했다.

자한 스님은 입꼬리를 조금 더 올려 웃으며 따뜻하게 말했다.

"이 산의 절이 보이는 위치까지는 주술이 걸려있습니다. 사람이 올 수 없는 곳이지요."

애초부터 큰스님은 내가 사람이 아님을 알았던 것이다.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