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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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늦지 않게 왔고만."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소리를 내는 새가 나앉는다. 불이다. 환희 저보다도 거셀지 모르는.

"여, 너도 사냥꾼인가?"

사냥꾼? 환희는 생각한다. 사냥꾼이라는 건 환희 생각에는 금방 토지신이 된 뱀을 꼬챙이에 꿴 자들로밖에는 유추할 수가 없다.
환희는 제 동족인 뱀이 좋다. 적어도 새로운 신은 보호해주고 싶다. 인간이 아니라 짐승, 그리고 꽤 오래 산 듯한 이무기. 용은 못되어도 작은 땅 정도는 다스리게 하고싶어서.

"내가 말하잖아. 아 혹시 다른 나라 사람인가? 사냥꾼. 헌터. 갓 디보어러. 몰라?"

환희는 이 새 형태의 뒤섞인 짐승에게서 정보를 더 캐내야 한다.

"너는 뭔데?" 쏘아붙인다.

"음 나는.. 말하자면 메신저 같은 거지. 네가 사냥꾼이 아니라면 공격할 이유는 없어. 보아하니 일반 사람은 아니겠군그래?"

"당연하지.." 별 말 섞지 않았지만 한숨이 나올거같다.

"오케이. 한국인이네. 나는 여노라고도 하고, 레드라고도 하고. 개나 새라고도 부르고, 뭐 이름은 제각각인데 아무거나 불러. 친해지면 망나니라고 해도 좋지만 아직 초면이니까." 여노는 킬킬댄다. 뭐가 저리 웃긴지 이상한 쉭쉭 소리를 낸다. 멍청한것 처럼 보이지만 환희가 느끼기에는 꽤 나이도 많아보이고, 꽤 강해보인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환희는 다가간다.

"이런 모습으로 다니면 안들키나?"

"그럼 너는? 아 네 이름을 알겠군. 너는 환희, 딜라이트먼트지?"

환희는 그러모을 무기가 있나 생각한다.

"네 눈 말이야."

아차, 제 눈이 붉게 빛나는 지도 몰랐어서 다시 검은 갈색으로 변형시킨다.

"말이 별로 없네... 근처에서 신을 죽이는 소리가 났어. 아니, 너는 말고. 네가 한 일 말고. 아. 저기 연기에 그을린거였군."

여노는 검은 재가 조금 어린 그래피티를 쓰다듬는다. 이윽고 벽을 조금 움켜쥐자 기다란 창, 꼬챙이로 그려졌던 본디 창이었던 것이 떨어진다.

"무기지. 이런건 도대체 어디서 조달받는거람."

"이봐. 그런건 어디서 배웠어?"

"그거야 나는 너보다 덜 인간적이고, 더 인간적이기도 하니까. 여기 틈에 오래 살면 알게되는 기술이지."

'대체 무슨 소리야. 알 수가 없군.'

여노는 창을 만지작 거리다가 가만히 보더니 창을 분해시킨다. 이들은 글자가 된다. 여노는 녹슨 글자들을 해석한다.

"너도 알려줄까?" 여노가 묻자 환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믿을 순 없지만.

"이거 그러니까.. 전쟁에 관한 거야?" 환희가 첫 질문을 한다.

"전쟁이라..전쟁은 항상 있었지. 다만 조금 더 큰 전쟁이 일어난 거야. 나도 불법자들을 봤으니까. 그러니까 이 사냥꾼들은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거지. 거기 너, 그 뱀은 새로운 이곳 신인가?"

뱀은 쉭쉭거린다.

"나도 뱀 말을 할 순 있어." 여노도 쉭쉭거린다.
"네 편이란 뜻이지."

"이 글자는, 그래.." 여노는 남은 뱀 둘이 볼 수 있도록 글자를 튕기고, 이것은 곧 영상적인 이미지로 변형된다.

"아귀로군." 여노가 말하자 환희의 머리카락이 살짝 곤두선 느낌이다.

"너도 아귀인가? 아냐 그래 보이진 않는데... 여튼 동양의 악마같은건가?"

"아수라다."

"그거나 그거나."

재수없어. 환희는 생각한다.

"내가 눈치가 좀 없긴 한데 말야.. 너는 아귀같은건 이길 수 있나?"

"글쎄, 붙어보면 알겠지."

"실전은 안해봤어?"

"..아니." 환희는 저보다 강한 이 앞에 수그리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

"저런 즐거운 자는 즐겁게만 살았나 보군."

"그만 비꼬아줄래?"

"투기는 있는데 말야. ..이리와봐."
환희는 더 다가간다.

여노는 기다란 손가락을 환희의 이마에 대어 본다.

재밌다는듯이 킬킬거리는 웃음을 짓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변한다.

"좋아. 환희. 나는 천사 중 하나다. 맞아. 종교의 그 매신저들 중 하나지. 문제점이라면 나는 타락 이후 순례 중에 있고.. 또 이 전쟁의 일원 중 하나야."

"이곳에는 왜 온거지?"

"다른 형제에게 그 계시를 받았거든."

"나와 내 동류를 적대할 건가?"

"내 말은, 난 뱀 편이라니까? 그리고 빨간 뱀들은 좋아해."

여노는 갑자기 검은 개의 얼굴을 한다. 환희의 옷자락을 킁킁 맡다가, 아 절에서 온 자로군. 정당한 일원이야.

"좋아. 너는 절에서 왔다는 거지?"

"그래."

"절에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나? 전쟁에 끼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

"왜 묻나?"

"그거야 기본적으로 아귀들은 네 절을 공격할 테니까."

환희는 욕을 한다. 이제는 들려도 상관 없다는 투다.

"도와줄 수는 있어. 나를 믿는다면."

"처음 본 사람을 믿으라고?"

"내 종교에서는 믿으면 구원받는다고 가르치거든."

"믿을 수 있게 증명해봐."

여노는 환희가 재밌으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을 많이 하는건 여노에게 좋지 않다.

여노는 대신 날개 깃 사이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더니 해골들을 꺼낸다.

"젠장, 뭐야?"

"내가 저번 주에 죽인 아귀들. 여기 사냥꾼 문장 보이나? 아니 처음 봐서 모를려나."

"일단 절에 동행하는건 허락하지."

"그래. 그래. 묘법스님은 아직 계시나?"

"그런 사람 몰라."

"아 모를려나. 하긴 넌 어려 보이는군."

"가자고. 그만 좀 말해."

"그래 그래."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