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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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된 챕터입니다.)

나는 꿈에서 깬 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긋지긋하게 울리는 내면의 목소리와 뒤엉킨 기억들이 꿈 때문에 더 심란하게 느껴졌다.
나는 살아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냥 존재인가?
우리에게 시간은 무의미했다.
흙 위의 삶이란 그저 사람 몸 안에서, 사람, 혹은 그 엇비슷한 지성체들이 임의로 지어낸 규칙에 의해 지나가는 시간적 변화였다.
죽은 뒤에는 그것은 그저 기억이 된다.
그래, 전생을 기억이라고 부르듯이.

하지만 내 본질은 몸 안에 있지 않았다.
나는 붉은 눈을 뜰 때, 비록 나의 가죽을 만들어준 부모님은 이를 극히 꺼려했지만, 나와 비슷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영혼 말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망상이나, 과인지 상태의 그것은, 에너지체로 존재하여 누군가 인식해준다면 더욱 강한 형태를 띄었다.

인지하면 인지할수록, 원하면 원할 수록, 영혼이라는 생명이 죽어 흩어진 에너지의 체, 이것들은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더욱 견고해졌다.

그래서 산에는 그것들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산은 절이 있었고, 그 산은 언제나 미지의 것으로 가득 차 보였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이사한 마을에서는 20여년 전까지 마을의 큰 나무에서 굿을 했다고 했다. 색색별의 띠도 있다했지만 근처부터 근대화되면서 전통을 지키는 사람이 많이 줄어, 혹은 미적인 이유로 띠를 덜어냈다고 했다.

그곳에는 내가 오기 직전까지 마을 신의 옅은 내음이 남아있었으나, 내가 등산을 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사라진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신이랄 것은 아마 그런듯 했다. 영혼은 원체 인지적인 존재이니, 남이 믿어주거나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못하는, 그런 약한 자들이다.

때문에 귀신 따위는 두렵지 않다.

나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지하의 불에서, 그리고 타오르다가 어딘가의 연기가 되는 존재였다.

지금이 그랬다. 그들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지하에서 태어나 지금은 이곳에 연소되어간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승화되어 사라질까?

이건 나의 방향, 알 수 없는 목적지에 대한 불안이었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에 대해 알거나, 혹은 나에게 지시표를 줄 아무나가 필요하다.

불길이 타오르다가 장작이 사라지면 더이상 타지 못한다.

불 또한 연기적인것이었나.

나도 결국 인간보다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누군가를 보거나, 대하거나 하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던 존재 아니던가.

스스로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것은 없었다.

지옥에서도,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누군가는 항상 누군가와 있었다.

그저 마음이 엮이지 않는다.

얽히지 못했다.

남들을 타게 하지 못한다면, 나도 결국 사라지고 말 것 같았다.

그 절에 다시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