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자비하다. 땅의 원소들 중에는 쓸 만한것이 많다. 나는 땅을 쓸다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금들이나 아니면 강바닥의 사금들을 쓸어 모으곤 했다. 혹은 변형을 통해 만든 예쁘장한 돌들을 집어모아 수석가에게 넘겨주거나, 금은방에 의뢰하거나, 파운 샵에 들려 파는 것이다.
현금이 부족할 때 이러한 방식은 유용하다. 땅에게서 빌려간 것들을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집이나 침대가 필요없으니 그저 즐길거리를 사모으다가 과자나 군것질들을 먹으면 비닐과 플라스틱을 완전히 분해하는 것이다. 그저 내 몸은 불덩이였고 이는 이곳에 해가 되지 않으니 완전히 소각해버린다면 몸 안에서 연료로 재활용되곤 했다.
나는 땅을 빌리면서 감사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아니면 책임이라던가. 그래서 땅은 인간에게 화를 가져다준다. 그들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화를 내거나, 남을 때리거나, 술을 마시면서 괴상한 행태를 부린다.
그건 정말 재밌는 일들이었다. 와우. 땅을 모가지채로 뜯어쓰면서 외면하다가 결국 땅의 소산으로 몸이 망가진다니. 어쩌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그들에겐 과한게 아닐지?
나는 커피와 얼음을 몸 내부에서 소각한다. 원래는 흰 티와 청바지, 검은 모자를 의태해서 쓰고 다녔는데, 오늘은 왠지 그럴 기분이 아니라 검은 폴라티와 새까만 안경, 머리는 흑색으로 길게 묶고 바지는 흰 바지, 뱀처럼 생긴 벨트를 찬다. 내 외모가 무엇이든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가죽도 옷이나 마찬가지인걸.
나는 흉내내기가 재밌었다. 옷가지를 둘러보면, 둘러봐도 저 들풀이나 나비만큼 아름다운것도 없었지만, 일단 이곳에서는 옷을 입는게 나으니까.
휘파람을 불며 길을 걷는다.
앞에 핸드폰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자 나는 속으로 낄낄거렸다. 그의 핸드폰이 번쩍 번쩍 하더니 곧 꺼진다.
'아이씨, 뭐야.'
사람은 폰을 툭툭 거리다가 멈춰서서 작은 역정을 낸다. 바로 앞에 화분이 떨어져서 깨진다.
사람은 매우 놀란 모습으로 소리를 잠시 내더니 뒷목을 긁적인다.
'어휴 십년 감수했네.'
뭐 딱히 나는 10년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나는 비를 불러본다. 비가 갑자기 내린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방금 저 사람은 10년을 감수했다고 했는데. 그건 안도감이겠지만 말야.
툭툭 거리며 단추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비가 세차게 온다. 사람들이 어휴, 아오 뭐야! 라는 식의 의성어를 내더니 처마로 피하고, 빨리 뛰어가기 시작한다.
좋아. 나는 그냥 폰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루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변화는 즐거움이었다.
다들 집이나 보금자리로 가겠지.
나는 가게들 사이에 있는 비를 맞는 풀들을 본다. 고양이가 차 틈으로 숨으면서 비를 피한다. 나는 싱긋 웃는다.
비가 내리는건 즐거워...
내 안의 열이 식는 기분이 든다. 카페 안의 있는 사람들은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는 나를 보며 웬 미친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 들린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노트북의 일에 집중한다.
재밌는 분들이야.
그들에게 자연은 아무것도 아닌건가? 고양이나 풀들도 비님을 피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항상 안전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내 앞의 또다른 흥밋거리가 생기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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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
FantasyThe Art of Being a Creature의 각색 버전으로, 많은 부분을 다듬어서 사실상 플롯만 비슷한 다른 책입니다. 정서적으로도 한국식으로 많이 고쳤습니다. 실시간으로 다듬고 있어서 중간중간 내용이 바뀔 것 같네요! +진도나 순서같은게 정말 많이 달라요 ㅠㅠㅠㅠㅠ 읽으시다가 다른쪽에서 스포당할 수도 있을거같네요 죄송합니다... 영어판:The Art of Being a Creature 같은 사람입니다 저작권 안걸림 처음 쓰는거라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