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훈련이 없는 날이면 산을 산책하곤 했다. 도시와는 달리 많은 고요, 즉 옛 요괴들도 있었고, 정령과 같은 자연에서 비롯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나와는 유사하지만 좀 더 인간적이거나 좀 더 동물적이었다. 즉 삶로 산 기간이 더 많거나 아니면 좀 더 생물과 같았다.
나는 산책하면서 생각하곤 했다. 생물이라는 것, 자연의 고요들은 생물이 죽어 남은 일종의 미세한 몸들인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지고, 잊혀지지 않는다면 더더욱 강해질 수 있는
여튼 이 지구의 태생들인것이다. 우리는 이것들과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른걸까?
몇 달이 지나자 나는 내 몸의 불길, 그 영적 몸체에 있는 에너지를 컨트롤하게 되었다.
신체적 훈련도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감각에 대한 명상이었다. 내 몸에 흐르는 기운의 길, 혈관을 가로질러 나가는 불꽃, 그것에 집중하다보면 나는 내 몸이 사라져가고 불꽃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눈을 뜨면 나는 여전히 나였다. 그것을 컨트롤하면서 지켜보니 어떠한 기운이 몸 안과 밖에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고요와는 달랐다. 지구의 불꽃과도 다른, 어떤 내 고향의 원소였다.여튼 뭐라 설명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분명 검은 불은 타오르지도 않고, 닿는 것들을 날아가게 하는 그런 성질인데 내 불꽃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부르는 영혼이랄것의 성정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기체적인 에너지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그저 인간의 형태는 내 눈속임적인 몸이고, 나는 그냥 이 불기운일지도 모르겠다.
산책하면서 이런 오만가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숲에 영향이 되지 않을 만큼의 작은 불꽃을 손가락 위에 만들어낸다. 적어도 나에게는 영향이 없으니까.
생물학 시간에 배운것은, 동물들은 불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동물들의 영혼이 날아다니는게 보였다. 참새일지 뭐라할지 모른 새들이 내 손가락 위로 날아오른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들의 영혼이 불 안으로 들어오는게 보인다.
멈췄어야 하는데 딱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새들의 영혼은 내 불길에 들어갔다.
영혼의 목소리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침을 삼키며 이거 무언가 잘못한게 아닌가 회상한다.
새들이 오는 것을 내쫓았어야 했나?
이윽고 영혼이 아닌, 다람쥐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 다람쥐다.
진짜 동물은 해할 수 없다. 나는 발길을 재빨리 옮기나 다람쥐가 종종종 뒤쫓아온다.
나는 뒷발질로 흙을 잠시 찬다. 귀찮으니 오지 말았으면 한다.
짐승은, 다람쥐는 잠깐 멈춰서서 나의 행동을 눈여겨 바라본다. 나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 갈 길을 간다.
'뭔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나는 동물과는 달라. 영혼은 몰라도 동물이 나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저런 일까지 책임지긴 싫으니까.'
그러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느낌, 그러나 분명한 시그널이었다. 일종의 전기자극이었다.
나는 다람쥐가 아직 있나 뒤돌아본다.
다람쥐는 계속해서 시그널을 보낸다. 어떠한 전기자극의 여파가 다람쥐가 무언가를 원한다는것을 나에게 상기시켰다.
다람쥐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이 어떤 것을 갈망함을 알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다람쥐는 두 다리로 상체를 일으키고 말았다.
두 손을 나에게 뻗으며 찬찬히 달려온다.
마치 과자를 달라 하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가만히 다람쥐의 이상한 행동을 눈여겨보다 쭈그리고 앉는다.
다람쥐는 무언가를 달라 보챈다.
그리고 나는 뭘 원하는지 눈치채게 되었다.
새의 영혼, 내 불꽃에 담긴 새의 영혼을 원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하고 나는 다람쥐에게 콩알만한 불꽃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빛딱지를 준다.
작은 불씨였다.
다람쥐는 순식간에 이를 낚아채고 다시 내 발로 이것을 물고 달아난다.
나 참, 어이없는 놈이로군.
나는 다람쥐가 뛰어 지나간 길을 천천히 돌아가본다. 나는 괴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이것이 내 삶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다람쥐 둥지 곁에는 이미 죽은 다람쥐 새끼 시체들이 있었다. 아마 뱀에게 당했거나 그런 듯 했다.
다람쥐는 가장 큰 다람쥐 새끼 시체 앞에 자기가 물은 불씨를 넘겨준다. 그리고 새끼 배를 살살 쓰다듬는다. 마치 열심히 간호하듯.
새끼 다람쥐가 턱턱 숨을 쉬더니 벌떡 일어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부비며 감사의 안도를 한다.
한 죽음과 한 생명,
불꽃이 첫번째로 순환한 일이었다.
YOU ARE READING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
FantasyThe Art of Being a Creature의 각색 버전으로, 많은 부분을 다듬어서 사실상 플롯만 비슷한 다른 책입니다. 정서적으로도 한국식으로 많이 고쳤습니다. 실시간으로 다듬고 있어서 중간중간 내용이 바뀔 것 같네요! +진도나 순서같은게 정말 많이 달라요 ㅠㅠㅠㅠㅠ 읽으시다가 다른쪽에서 스포당할 수도 있을거같네요 죄송합니다... 영어판:The Art of Being a Creature 같은 사람입니다 저작권 안걸림 처음 쓰는거라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