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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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나 골목, 쇼핑몰과 공원, 어디를 걸을 때나 보이는 것은 누군가의 가족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우울하고, 가끔씩 산에 있었던 다른 어린 아수라들과,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들의 가족이나 뒤를 봐주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내 가족은 평범하고, 나는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경우에서는 그들이 이미 평범한 삶을 소원하여 인간으로 살기를 택했거나, 아니면 검은 거인들처럼 무언가, 즉 그들의 아수라적 기원과 힘을 태워 내 붉은 눈을 깨워냈을 것만 같다.

아마 사실이겠지. 이러한 감은 꽤 잘 맞기 때문이다.

이 주니어, 산에 있었던 작은 이씨는 첫 살생을 했다고 한다. 그는 '강한' 태생 중 하나였고, 아수라의 힘을 일찍 깨우기 위해 그의 가족이 준비해 놓았던 가신 중 하나를 죽였다고 한다.
가신은 기쁘게 희생되었다고 표현했다.

그 가신이 아수라였다면 아마 별 뜻 없이 목을 내어줬을 지도 모르겠다. 아수라는 좀 더 대의적인 존재며, 개별성을 사람들만큼 크게 띄진 않으니까.

하지만 내 어딘가에는 인간과 같은 마음이 자리잡아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첫 살생, 아니 살생'들'이 어떠한 욕망을 읽는 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동질적인 부류를 원한다. 산에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 부모였던 자들이나, 평범하게 살다가 간 사람들, 그렇게 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동경이려나.

내 부친은 내가 성인이 되자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머니마저 가시자 장례를 치르고 시골에 정착하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도시에서 줄곧 자랐으며, 아마 부모였던 분들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일전에 스님이 말하셨듯 도시에서 오염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생각도 어눌해졌다.

나는 도시를 떠날 거라 했지만 동시에 동경하고 있었고, 결국 자연에 속해있어도 문명을 동경함에는 이골이 나는 것이다. 도시와 나의 본질들은 부모를 살해한 것처럼 느껴지니까.

어디든 속하고 싶다는 느낌이다.

나에게선 새와 같은, 정신적 존재가 가진 특유의 냄새가 난다. 나도 내 냄새와 유사한 것들을 맡는다. 나에게 주어진 신의 바람도, 길들도, 아마 이전의 무당도 그 냄새를 지금은 알 것이다.

그가 내 냄새를 뒤쫓는 소리가 들린다. 방울과 장구와, 신명을 부르는 그러한 쇠와 부채가 내는 바람이 이는 소리다. 내 귀에도 그게 들리고, 불을 염원함에는 기도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제단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없다.

그들은 감사 제사를 드린다 했지만 결국 무엇인가를 원히거나, 바치거나, 나는 그런 정성에 맞는 이가 아니었으므로. 어쨌거나 나는 그들에게 해악을 내릴 것이 아닌가?

그들은 나에게 사과를 바친다. 아니면 흠향을 하도록 여러가지 향과,

'아니야 아마 돼지는 원하지 않으실거야."

"향만 바치는게 나을것 같네. 아무래도 매운 냄새를 좋아하시겠지."

"혹여 모르니 동물을 바치지 마시게나. 그런데 종이 태우는건 좋아하실거 같으니까, 저번에 그 노트와 비슷한 거라도 준비해보게."

그들은 매일 매일 무언가를 빈다. 그런 것들을 들을 생각은 없다.

"녹그릇을 싫어하셨으니... 도기가 어울리나? 그들은 술을 따른다. 그래, 이정도 독주면 어울리겠어."

"어휴 탄내! 언제까지 태우는 거에요? 정말 다시 오실 것 같으세요?"

"글쎄, 신님 마음따라 달렸것만은..."

"엄마, 내가 이것 좀 꽂아봐도 돼?"

"어휴 얘는 왜 또 생화를 가져왔어, 꽃은 종이로 만드는 거라니까?"

"그치만.. 불님이 꼭 여자 목소리 같아서, 여자들은 장미를 좋아하니까..."

"가서 종이 모란이나 더 가져와 얼른."

"어이구 예쁜게 꼭, 신방같구만..."
아이 아버지가 혀를 차는 소리다.

"허 참 말장난도 저리 한데.."

"아니 칭찬으로 하는 말이지...돌아가면서 밤 새 하는건데..정말 오실까?"

가족들은 들으라는 듯이 오실까만 연거푸 묻는다. 아이가 마치 이미 답을 알 거라는 듯, 애는 웃음을 슬슬 짓는다.

"안오셔도 고맙다는 인사를 이렇게 하는거야. 그게 예의잖나."

"어차피 아는 이제 신 받을 길도 끊겼는데, 괜찮으니 전부 다행이지. 다들 잘 넘어와서 기특한지 이제는 그냥 감사라도 전하는거지."

그래...

아무렴 여기있으면 그 냄새나 길에 따라 다 들리니 감사를 전한다면 얼마든지 들으려 한다. 애초에 저런 연이라면 나쁠 것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되돌아간다는 것은 이미 쌓지 않아도 될 돌을 올려놓는 것 같다.

아마 나는 그들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나중에 어떻게 사과를 전할지 모르겠으니까.

외면하려는 것이다. 나는 예언이 문득 두려워진다.

'그래도 계속 기다리게 하기는 싫어.' 나는 방도를 고민하다가

아이가 놓은 장미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직접적인 가시화는 아니어도 나는 장미의 붉은 잎들을 톡톡 건드린다.

'이거면 알아들으려나.'

내 입김이 닿자 장미는 순식간에 시들어 말라버린다. 이윽고 잘게 바슥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네들과 어울리지 못하겠다. 장미가 시드는 것처럼.

그러니 나에게 이러한 것들을 바친다면 그저 이렇게 사그러질 뿐이니 너희는 너희끼리 부대끼며 살길 바란다.

아마도 그들이 죽는다면 나와 더 어울릴것 같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저편으로 가며, 난 그것들이 너무 잘 보이니까, 그때쯤이야 얼마든지 다정해질 수 있으리라.

(한국어판) 생물로 사는 즐거움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