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가 눈을 뜬 건 지독한 두통 때문이었다. 두개골이 깨질 것 같은 고통이었다. 꾹 다문 잇새로 신음이 새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시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철그렁.
바스락거리는 침대 시트의 촉감보다 둔탁한 쇳소리가 먼저 신경을 건드렸다. 잘게 찌푸려진 눈을 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뭐….”
누워있던 곳은 1인용 침대였다. 마치 응급실의 간이침대처럼 얄팍한 매트의 침대. 시트는 호텔의 침구처럼 부드러운 리넨 재질이었고, 얼룩 하나 없이 몹시도 희었다. 시선을 돌려 몸을 내려다보자 자신 또한 침대 시트처럼 하얀 리넨 재질의 상하의를 입고 있었다. 흡사 환자복처럼 보였다. 기실 환자복 보다는 수용소의 유니폼에 더 가깝겠지만.
뉘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자 하체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무릎이 살짝 굽어지는데 다시 한번 철그렁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발목이 몹시도 무거웠다. 시우는 멍하니 자신의 발목을 바라보았다. 팬츠 아래로 드러난 복사뼈에 이질적인 것이 눈에 띄었다. 거친 가죽족쇄. 족쇄는 굵은 쇠사슬에 단단히 메어있었다.
“이게 무슨….”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눈에 담기는 건 매우 낯선 정방형의 방이었다.
손바닥만 한 창문이 있고, 하얀 페인트가 발라진 철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벽은 온통 하얗고 거친 회칠 투성이었다. 하얀 벽, 하얀 침대, 하얀 베갯잇, 하얀 옷. 이 공간에서 하얗지 않은 것은 시우의 발목을 단단히 거머쥔 족쇄와 쇠사슬뿐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선배?”
게다가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1미터가량 떨어진 침대 위에 누군가 멀거니 앉아있었다. 그는 시우와 마찬가지로 하얀 리넨 재질의 상하의를 입은 채였다. 유달리도 흰 피부와 새까만 머리카락의 대비가 뚜렷했다.
“산, 호?”
도자기인형 같은 얼굴의 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기묘한 표정이 한순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공포와 안도가 동시에 얼룩진 듯한 표정이었다.
“여기 어디야? 우리 왜 여기 있는-.”
산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너는, 너는 왜 여기….”
“저도 몰라요. 선배.”
뒤늦게 산호의 마른 발목이 눈에 띄었다. 시우의 발목에 채워진 것과 똑같은 모양의 가죽 족쇄가 그의 발목에 굳게 채워져 있었고, 그 안으로 이리저리 쓸린 상처가 가득했다. 핏물이 스민 것인지, 울긋불긋했다. 족쇄를 풀어보려 안간힘을 쓴 흔적일 것이다. 시우가 아래로 떨어졌던 시선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치자 산호의 검은 눈동자가 깜빡였다.
“저도 여기 어딘지 몰라요.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요.”
잠시 입을 다물었던 산호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마도 선배… 여기 갇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