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타우 라 크리스티가 북쪽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시오엔의 특명을 받고 움직인다는데, 무슨 특명인지는 말해주지 않았고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 다들 그를 배웅한다길래 나도 같이 배웅하러 나갔다. 황궁 첫 번째 외문에서 그가 말에 타는 것을 지켜보는데 비서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엇……」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면서 내 옆에 서 있는 시오엔에게로 고개를 돌렸는데 시오엔도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시오엔의 옆에 서 있는 국무대신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 말에 탄 린타우가 시오엔과 그 떨거지들-물론 나를 포함이다-에게 인사를 하려다 말고 비서관을 보더니 곤혹스러워했다.
「레니……」
어어어어어……
아니, 이거 못 올 데를 온 것 같은 기분이 살짝, 들려고 하는데.
시오엔과 나는 동시에 서로를 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비서관에게 늘 ‘시간 있느냐?’고 물어보는 황궁 최악의 바람둥이의 시선이 매서웠다.
그 시선에 응시당한 것은 주로 시오엔이었는데(나와 국무대신 사이에 시오엔이 서 있었다), 시오엔은 급기야 자신의 신하에게 「좀 봐줘……아무리 황제라도 사람 마음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단 말이야……」라고 애원했다. 국무대신은 일단 레니 데이비드 비서관이 걸리면 황제고 나발이고 집어치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오엔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장난스럽게 얼굴을 찡그리자 시오엔이 ‘구해줘’라고 입모양만으로 말했다.
‘불가능해’라고 내가 입모양만으로 대답하자 ‘거짓말쟁이. 지켜준다더니.’라고 입모양만으로 타박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국무대신이 고함을 쳐서 우리는 서로 멋쩍게 바라보아다가 서로 반대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 둘 만의 세계를 만들때입니까, 예?!」
마치 우리가 전쟁 중에 연애질이라도 했다는 듯이 국무대신이 거품을 문 사람처럼 충혈된 눈으로 책망했다. 그 신경질적인 고함에 어느새 눈물을 닦은 비서관이 국무대신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런 국무대신을 따듯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린타우가 비서관에게 말했다.
「레니, 이제 슬슬 한 가족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프러포즈가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의 동생을 대신해서 건넨 프러포즈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국무대신의 얼굴을 봐도 그렇고 내 생각에도 쓸데없는 참견이다. 아니나 다를까. 비서관은 생긋 웃으면서
「어차피 블랙신관도 되셨고하니, 저와 결혼하시게요? 그거라면 한 식구가 되도록 하지요.」
라며 이 대화에는 전혀 끼어들지 않았던 한 남자의 가슴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 처절함에 나와 시오엔은 동시에 눈을 감았을 정도였다. 멍하니 서 있는 국무대신은 평소의 밉살스러운 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폐인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레니……」
「어서 가세요, 어차피 저같은 거한테 관심도 없으시잖아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침을 쏘아대는 비서관이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내가 아는 그녀는 딱부러지고, 상냥한 사람이었는데.
확실히 연애라는게 맘먹은대로 되는 종류는 아닌가보다.
린타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 시오엔과 나에게 목례를 해보인 뒤 가려다가 문득 등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의 뺨에 키스했다.
「내가 하지 말랬지!」
국무대신이 주먹을 사정없이 내지르는 것을 슬쩍 피하며, 린타우는 경악으로 가득찬 나에게 느끼한 윙크를 날린 뒤 사라졌다.
온갖 분란거리를 남겨두고서.차가운 침묵속에서 시오엔과 나는 양쪽의 눈치를 보며 스프를 떠먹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난감해하면서도 웃었는데, 가끔 그게 마음에 안 드는지 싸늘한 시선만으로 추궁당했다.
황제고 황비고, 연애전선에서는 아무래도 소용 없는 모양이다. 계급이 무슨 상관,이라는 듯한 분위기에 질렸다.
「하긴 옛날부터 린타우님이 각하를 좀 좋아하셨었죠「」.」
「사람을 호모로 만들지 마.」
「호모인 황제폐하앞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쯤되면 황제가 아니라 그냥 소시민이라 할지라도 화가 날법 한데 시오엔은 무념무상이었다. 아마 시오엔이 화를 내지 않으리라는 걸 아니까 하는 소리겠지만- 우리가 식사하는 곳에서 황제의 시중을 드는 시녀장이 무시무시한 눈길로 노려보아도, 그들은 이미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좋은 의미로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건 아니지만.
「난 너를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형에 대한 반발심은 아니고요?」
「헛소리!」
「그렇다면 사귈 때 누가 바람 피우랬나요. 진심을 진심답게 보여야 상대가 믿는법이지요, 각하.」
원래 황제 앞에서는 존칭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각하’까지 나오는 걸 보니 비서관은 분명히 이성이 날아간 것이 틀림없다. 사실 황제도 제정신은 아닌 걸로 보인다.
그는 나를 응시하면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시선에 온도가 있다면 나는 화상을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린타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마음속에는 너 뿐이야.」
「그랬다면, 좀 더 진지하셨어야죠.」
「여기서 어떻게 더 진지하란 말이야?」
「좋아요, 그럼 린트인 백작부인하고는 무슨 사이세요?」
「친구사이.」
그 말에 시오엔과 비서관이 동시에 말했다.
「거짓말.」
「말도 안돼.」
시오엔의 목소리가 현저히 낮았는데도, 국무대신은 시오엔을 노려보았다. 시오엔은 딴청-나를 응시하기-을 피우면서 국무대신의 눈길을 전혀 모르는 체 했다. 그리고 국무대신은 시오엔을, 시오엔은 나를 열렬하게(이런 열렬함, 정말 거부하고 싶다) 쳐다보는 사이 비서관이 달칵 소리를 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폐하, 물러가도 될까요?」
이런 폭풍우 모드의 비서관은 천하무적이다. 아마 유브라데 최강일 것이다. 잘은 몰라도 드와나 대륙까지 확장해도 그녀는 강할 것이다.
……시오엔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한번 국무대신의 열렬한 시선을 받아야했다.
결국 사랑스러운 시오엔이 가여워져 나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말았다.
「쫓아가세요.」
내 말에 국무대신이 흘끗 시오엔의 눈치를 봤다. 시오엔이 귀찮아 하는 티를 노골적으로 내면서 손을 휘젖자 「물러갑니다!」라고 말하며 사라져버렸다. 말이 사라진거지, 정말 비호처럼 날아갔다. 복도 저편에서 「친구 사이가 왜 같은 방에서 나오시는데요? 예? 얼굴이 왜 백작 부인 다리 사이에 있어야 하는건데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런게 아니라니깐! 그건 오해야, 오해라구!」라는, 국무대신의 절규도 들렸다.
헉. 다리 사이에 얼굴이……
내 놀란 표정을 마주한 시오엔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봤어.」
뭘?
내게 시오엔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린트인과 크리스티가 가든 파티때 한 구석에서 섹스하는 거.」
「헉, 정말이요?」
진짜 놀랐다. 아니……굉장히 밉상인데다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는 것 같고 바람둥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서관에게는
진심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놀라서 스푼을 떨어뜨릴 뻔 했는데, 다행히도 손에 힘을 줄 수 있었다.
뭔가, 굉장히 의외다 - 라는 기분이 들었다.
「저도 봤어요. - 아니라고 우길거면 장소는 좀 가릴 것이지.」
시녀장도 말해서 더 놀랐다.
「나프라, 그 때 가든 파티에 있었어?」
「아니요, 제가 본 것은 국무대신 개인실이었습니다.」
「일하라고 방내줬더니 잘하는 짓이군.」
시오엔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나는 그에 앞서 이해가 안 갔다. 국무대신이 그렇게 아무데서 막 한단 말이야? 물론 열렬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열렬하다면- 도대체 왜 그렇게 오매불망 비서관을 쫓아다니는거지?
알 수가 없네.
「뭔가, 사정이 있는 거일수도 있잖아요?」
「사정같은 말씀 하십니다.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누가 집무실에서 지저분하게 놀아도 된답니까?」
일단 내 교육도 담당하고 있는 시녀장이 도끼눈을 했다. 그 옆에서 시오엔도 「어떤 사정이 있든 용납될 수 없는 선이 있어.」라고 따끔하게 말했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뭔가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사정이든 아무데서나 몸을 섞는 것은 이상하다. 망가같은데서 보면 온갖 곳에서 섹스를 하지만 확실히 이상하다. 섹스를 하기 전에는 그것이 그렇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시야가 흐려진다.
상대밖에 보이지 않고, 이성이 희미해지고, 알 수 없는 감각들이 덮친다. 상대를 더듬는 나의 손도, 정해진 것처럼 움직이고 또한 다급하다.
열기가 느껴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소리가 귀에서 들린다. - 그걸 아무데서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거지?
내가 한참동안 생각하다 결국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묻자 - 시오엔은 아주 애매하게 웃었다. 그는 대답하기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한참이나 말을 해주지 않다가 내 추궁에 못 이겨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입을 열고도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망설였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말을 고르다가 신중하게 대답해주었다.
「여러가지 형태의 욕망이 있어. 물론 연인과 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것이지만, 때로는 그저 사정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 너도 자위를 해보았겠지만, 자위와 섹스는 다르잖아.」
다르지.
「그런 것과 마찬가지야. 다른 이와 몸을 섞는 것도 굉장한 쾌감이 있는가하면, 그저 그런 수준도 있지. 그 경우에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저 그런 정도라면 왜 타인과 하지? 혼자 하면 되잖아요.」
내 말에 시오엔이 「혼자 하는 것보다는 남하고 하는게 더 좋으니까.」라고 간결하게 답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그정도라면……나는 하고 싶지 않다.
겨우 자위와 비슷하거나 자위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나는 평생 자위를 하는 것이 낫겠어. 난 아마 보통 남자들과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남자나 여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보건대 나는 좀 까다롭고 폐쇄적인 것 같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이런 말을 했더니 시오엔이 정말 기쁘게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마이를 좀 더 키워서……」
시오엔이 나를 자신의 몸 위로 올리고 말했다. 즐거움으로 가득찬 음성이었다.
「황제 자리를 재빨리 넘겨버리는 거야.」
시오엔의 유두가 눈앞에 있었다. 잠시 갈등하다가 그 혀를 내밀어 조금 핥으니 시오엔의 몸이 크게 출렁였다. 그가 내 어깨를 움켜 잡고 나를 끌어올렸다.
「……이러지 마.」
난처하게 웃는 것이 진짜 딱 내 취향이다. 알고보면 나 취향 나쁜 거 아닐까?
「왜요? 아아- 하긴 늙어서-」
내 빈정거림에 시오엔이 울컥한 얼굴로도 웃었다. 이야, 저것도 재주다. 게다가 굉장히 가련해보인다.
「내일 너 알현 길잖아. 요즘 지쳐하는 거 다 알아. 도발하지 말고……」
「늙은이.」
「……후회 안하지?」
시오엔의 물건은 이미 내 손안에 있었다. 시오엔의 얼굴이 천천히 변했다. 나는 사실 아름답고 어딘가 연약해보이는-그럴 리가 없지만- 시오엔이 좋지만……이 얼굴도 꽤 마음에 든다.
아마도 시오엔의 얼굴이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이렇게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시오엔은, 맹수같다. 고양이과의 맹수. 어떻게 보면 웃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기회를 엿보는 것 같은 느낌. 말랑말랑한 발바닥이 좋지만, 발톱을 감추고 있는 듯한 위험함.
평소에는 그다지 볼 수 없는 얼굴이라서 마음에 든다. 레어 아이템이랄까.
「시오엔이야말로.」
내 말에 시오엔이 아랫입술을 핥으며 웃는다. 그는 재미있어도 기뻐서도 아니라, 그냥 웃었다. 금안이 흥분으로 더욱 선명해져 있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키스를 했다.
시오엔이 발기하고 있는 도중이 싫을 지경이었다. 빨리, 더 흥분해. 빨리. 내가 그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굉장한 쾌감이었다. 그의 것을 잡은 손이, 내 의도보다 더 빨리 움직인다. 내가 키스하는 동안에도 시오엔은 내 목에 이를 세운다.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이미 벗고 있기 때문에 꺼릴 것이 없다.
내가 시오엔의 것을 손으로 훑는 동안 시오엔은 내 뒤를 만졌다. 용서없이 만지는 손길 끝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휘젖는 그의 손가락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나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왜 이렇게 초조한걸까. 어디든 닿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시오엔이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가 내 다리를 벌렸다. 언제나 이 순간에 엄습하는 수치심조차 사랑스럽다. 그래- 이 모든 행위는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시오엔이 크림을 손가락에 듬뿍 묻히고 다시 내 내부를 휘저었다.
「아……」
목소리가 가면갈수록 높아졌다.
「더 벌려줘.」
시오엔이 입으로만 애원하고, 내 엉덩이 밑으로 손을 넣어 허공으로 띄웠다.
「다리 잡아줘.」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두 손을 내 허벅지에 대었다. 나는 직접 양 허벅지를 잡고 허리를 허공에 띄웠다. 그러자 시오엔이 내 중심에 뺨을 비볐다.
「다정해……」
손가락이 하나씩 늘어간다. 시오엔은 조금씩, 신중하게 내 뒤를 열었다. 이 여는 과정은 부끄럽고도 고통스럽다.
「그냥 해줘요……」
내 부탁에도 시오엔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 요도를 후비며 괴롭힌 뒤에 세 번째 손가락을 넣었다.
「아……제발, 그냥……」
손가락 세 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펼쳐졌다가 오무라들기도 하며 나를 괴롭혔다. 헐떡이는 숨을 제어할 수가 없다. 그냥 아픈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시오엔은 상냥하고 잔인하게도 그 여는 과정을 계속한다. 차라리 뒤로 엉덩이를 세우고 하는 것이 나은 것 같은데, 그는 이것을 좋아한다. 내 눈을 쳐다본 채 내 뒤를 연다. 내가 입술을 물면, 그는 자신의 손을 대준다.
「물……거 같아…… 손가락 빼……」
「물어줘.」
시오엔은 나처럼 헐떡이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숨결도 흐트러져 있다.
「위도 아래도 나를 물고 있는 거야.」
장난스럽게 말하며 시오엔의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왔다.
「무리……」
밖으로 나올때는 오무라들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부채살처럼 펼쳐졌다. 입구가 아닌 안쪽이 넓혀져 나는 크게 신음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신음할 때마다 시오엔은 더 교묘하게 손을 움직였다. 느끼는 곳이 애매하게 닿아 허리를 흔들고 싶은데 흔들 수가 없다.
안타까움에 눈물이 흘렀다.
「싫어……」
「뭐가 싫은데?」
허리를 움직이고 싶어. 닿게 하고 싶어. 허리에 힘이 들어가서 자꾸 허리가 당긴 듯한 느낌이다.
「자세가……」
「지금은 뺄 수 없는데.」
시오엔이 난처한 목소리를 냈다. 말을 제대로 할 수조차 없다. 시오엔의 손가락이 내 혀를 애무하고 있다. 나도 그의 손가락을 핥아보려 하지만 신음 때문에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오엔의 손가락이 혀뿌리에 닿았다. 살살 긁어내고 있다.
「손톱 세우지 말……」
「이대로 돌아볼래?」
시오엔이 그렇게 제안했다. 이대로라니……이대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술을 마신 것처럼 뺨이 더울 지경이다.
「아, 아니 그건 싫……」
두말할 필요도 없이 거절하는 내게 시오엔이 네 개의 손가락을 거칠게 움직이며 물었다.
「닿지 않지?」
어, 어떻게 안걸까. 그는 알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창피하고……뭐라고 돌려서 말하고 싶은데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움직이고 싶잖아. 엉덩이를 흔들고 싶은 거지? 말해, 미누. 말해줘.」
「읏……응……」
천천히 몸을 뒤집었다. 내 힘으로는 불가능했고, 시오엔이 도와줘야 했다. 뒤집자마자 시오엔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이제 겨우 닿을 수 있었는데!
「안돼!」
내 항의에도 불구하고 시오엔의 손가락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시오엔이 내 엉덩이 양쪽을 잡고 벌렸다. 방금까지 학대받았던 뒤가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와 시오엔의 시선이 동시에 느껴져 나는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물컹한 것이 안으로 들어온다.
「더러워, 하지 마!」
내가 낮게 소리쳐도, 그는 비웃을 뿐이었다.
「거짓말쟁이.」
시오엔은 알고 있는 걸까. 실은 침대에 눕기 전에 그 안을 씻는다는 걸. 씻을 때마다 부끄러움에 미칠 것 같다. 시오엔을 아직 좋아하지 않을 때는, 시오엔에게 시중을 맡겨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가 내 뒤에 사정하고 내 뒤에서 그의 정액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 때 그가 목욕탕에서 만나는 다른 남자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시오엔의 혀가 몇 번 움직이고, 주름을 할짝거렸다. 그 곳이 긴장되었다. 가능하면 움직이고 싶지 않은데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한 맛이네.」
맛?
순간, 진짜 놀랄 뻔 했지만……
「이런 맛밖에 없는 건가.」
라고 하는 그의 작은 투덜거림으로 그가 말하는 것이 크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핥지 마, 그런거! 그렇게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시오엔이 「넣을게.」라고 말하고 그대로 집어넣었다.
시오엔의 손이 허리를 잡고 있다. 그 손에 힘이 들어갈때마다 시오엔의 분신이 조금씩 들어왔다. 확실히 익숙해져서 그런지 덜 고통스러웠다. 시오엔이 내 등뼈에 입술을 대었다. 목 뒤서부터 한번 입술을 대고 조금 들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그의 입술이 내려갈수록 내 안도 채워져갔다.
시오엔이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