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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건지 깨어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계속 머리가 멍했다 시간이 몇 시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궁금하지 않기도 했다 자거나 깨거나 계속 시오엔만 생각 났다 시오엔 시오엔 시오엔 그에게 소원을 들어준다 했었다 그런데 소원을 들어주기는 커녕 폐만 끼치게 생겼다 이천만 유로. 그 거액을 빼앗기다니 나 때문에
열두 시의 통화는 들었다 시오엔은 납치범들을 비웃듯이 '돈이 얼마나 무거운데 그걸 혼자 옮길 생각이냐'고 말했고 그래서 현재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다니엘과 안네를 제외한 모두가 돈을 가지러 가는 것으로 무게를 실리고 있었다 특히 시오엔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나디아 스미스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이아 스미스는 반드시 가야 했다
사람들이 나가려는 차비를 갖추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몇 시간 만에 눈을 뜨는 걸까 아주 가늘게 눈을 떴는데도 눈이 부셨다 조금 길어지 앞머리가 내 눈을 덮어주는게 아니었다면 눈을 뜨는 게 더 힘들었을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게 보였다 나디아 스미스도 보였다 오늘 새벽부터 조금 전까지 내내 달랜 덕에 그녀는 밤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잭 뉴튼이 돈을 가지고 원하는 삶을 살면서 다른 남자를 낚으라고 한 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젊고 부자인 남자중에 헤일 와익슬러만 한 인간은 없어'하고 소리치는 그녀에게 잭 뉴튼은 '헤일 와익슬러보다 젊고 그보다 부자는 아니지만 순진해서 너를 아주 좋아하고 너와 결혼해서  지 심장이라도
꺼내줄 놈과 결혼하면 되잖아'라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말로 인해 그녀는 겨우 나를 죽인다는 극단적인 복수를 포기했다
사람들이 나가자 다니엘이 안네에게 말했다

[좀 자고 와]

안네가 걱정스러운 듯 다니엘을 바라보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기 전에 재빨리 눈을 감았다

[그럴까?]

[별일 없을 거야 안네 버넷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잖아 버넷이 도망가는 건 고사하고 그가 일어나지 못할까봐 걱정해야 할 판이야]

안네는 조금 더 망설이다 곧 사라졌다 안쪽에 잘 곳이 있는 모양이다 안네가 사라지자 앉아있던 다니엘이 허리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천천히 이불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았다 움직인다 손가락은? 역시 움직였다 무릎을 조심스럽게 굽혀 보았다 움직였다 다니엘이 움직 일때를 기다려 도망가자 마음을 결정하고 심호흡을 했다 몸은 정말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평생 운동선수로 몸을 단련해왔다 그러니까 분명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가 어디냐는 것과 과연 대로가 근처에 존재 하냐는 건데
일단은 도망치자 그 다음은 그 다움에 생각하자
마침 기회가 왔다 다니엘이 안쪽으로 사라지자 마자나는 재빨리 일어섰다 무릎이 욱신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살금살금 문으로 걸었다 화훼농장이구나 이제야 자신이 갇힌 곳이 어딘지를 깨달았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간이 침대였고 온실 저편에는 살림집이 있을 듯했다 그리고 커다란 구덩이가 보였다 나늘 산채로 묻으려고 했던 그 구멍이다
소름이 끼쳣다 문에 다다르자마자 뒤로 달리려 했다

[저런 어디를 가십니까?]

누군가가 내 허리를 안았다 들켰다....?이를 악물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귀신을 돌아보는 것 처럼 나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멍하니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시오엔?]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데 그는 지금 빅토리아 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는 여기에 서 있었다 검은 상복 차림 그대로 손에는 검은 가주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 더운 여름에 웬 장갑일까 평소에도 그의 주변만 서늘하게 느껴졌었는데 장갑까지 끼자 더욱 서늘해 보였다
그가 가볍게 나를 안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생각보다 훨씬 손쉽군요]

그렇게 말하고 그가 등을 돌렸다 나를 찾았으니 저쪽엔 볼일이 없다는 태도였지만 워낙에 느긋해서 그는 내가 처한 상황을 모르는 것만 같았다

[시오엔 조금만 더 빨리.......]

다니엘이라는 남자가 쫓아올지도 몰라 마음이 다급해져 속삭이자 시오엔이 피식 웃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왔으니까요]

그의 말에 안심이 된다 그래 그가 왔으니 괜찮을 것이다 나는 내일 윔블던 결승에 참석할 수 있겠지? 아아 그가 왔다 나는그의 몸을 부둥켜 안았다 그가 왔다 그가 오자 이제까지 미뤄두고 있었던 두려움들이 단숨에 왈칵 밀려들었다 구덩이에 빠져 생매장당할 뻔했다
그가 당연한 듯이 이천만 유로를 준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 그 구덩이에서 나오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그는 당연한 듯이 이천만 유로를 준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천만 유로를 줘도 나를 살려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서 무서웠는데 그는 나를 직접 구하러 와주었다

[그웬돌린] 구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