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이요?]깜짝 놀라 안젤라를 쳐다보았다 누구의 장례식? 생애 최고의 경기를 끝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장례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두컴컴함에 아연해졌다.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안젤라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조 윌슨 씨라고.... 파티아 스포츠 사장인 마크 윌슨의 아버지입니다 사실 저번에 마크 윌슨이 와익슬러씨와 이야기하셨던 것도 피티아 스포츠 사장직을 퇴임하겠다는 말씀이셨거든요 아버님과 함께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실 생각이셨던 것 같은데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아 그분
며칠 전에 봤던 얼굴이 생각난다 깐깐한 인상이었지만 웃으니까 상당히 인자한 분처럼 느껴졌다 그분도 꽤나 나이가 있으셨는데 그분의 아버지이시면 연세가 상당하시리라[돌아가신 이유는..]
[폐암입니다 수술을 하셨는데 고령이시라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던 듯 합니다]
[페암]
암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 주변의 누군가가 장례식에 가는 일은 처음이었다 새삼 놀랐다 죽음이 아주 먼 것은 아니 라는 생각이들어 조금 숙연해졌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 최고의 순간에 그가 곁에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안젤라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터뷰 스폰서의 교체.....
계속 듣던 이야기들이었다 아버지나 팀과는 달리 안젤라나 길버트는 철저히 내 편에서 움직여주었다 내가원하는 방식으로 일해주고 내가 원하지 않으면 거부해주었다 물론 나와 이견이 있을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내 편의와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진행했다
상금을 모두 가져가고 어디에 썼는지 말도 해주지 않는 아버지나 여자와 자기 위해 인터뷰를 받아오는 팀과는 달랐다 여전히 아쉽고 조금은 슬펐지만 이것이 진정한 프로의 세계였다 세세하게 선수과 조율하고 선수의 의사에 다르며 선수가 바라는 방향으로 회대한의 결과를 창출해내는 스태프들.
그들은 정말 프로다웠고 나 자신도 더 프로답게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계약들 사이에서 프로답게 처신하자는 각오가 새로이 섰다[그리고 아버님 말씀입니다만]
안젤라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버지요?]
내 스폰서와 광고계약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다말고 왜 아버지 이야기가 튀어나오늘 걸까 나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버지요?"라고 물었더니 안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님이신 크리스토퍼 버넷 씨께서 '버넷 부동산'을 포기 하셨더군요]
[포기라니.......부도라는 말씀이세요?]
나는 벌떡 일어났다 설마 정말 부도인 건가? 아버지는 사 년 내내 내 상금이 없으면 부도가 날거라고 엄포를 놨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정말 부도라고?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안젤라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부도는]
안젤라는 생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회사를 넘기신 것뿐이에요]
[회사를......... 넘겼다고요?]
[네 베벌리힐스의 유명 부동산에 넘기셨어요 할리우드 인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부동산 중 하나에요]
경영이 악화되어서 회사를 넘기신 건가 내가 시오엔과 연애를 하는 동안 아버지한테는 큰일이 있었던 건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버넷 부동산으로서는 최대의 대우를 받고 회사를 넘기셨어요 아버님의 백만장자가 되셨답니다]
다행이다
난느 다시 의자에 주저 앉았다 부자지간 치고는 참 건조한 부자지간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는 내 아버지 였다 아버지가 설마 잘못된 건가 싶어 간담이서늘했었다 내가 가슴을 쓸어내리자 가정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가벙부가 내게 물을 한 잔 가져다주었다 눈인사를 하고 그 물을 받아 단숨에 들이키자 놀란 가슴이 좀 진정되었다
[하지만 의외네요]
아버지는 내게 자신은 회사가 전부라고 말했었다 내게 테니스가 있는 것 처럼 아버지에겐 '버넷 부동산' 이 있다고. 어머니도 죽고 나도 일년에 절반 이상 해외를 떠도는데 자신의 곁에 남은 건 그것밖에 없노라고 그는 몇 번이나 내게 강조했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내 모든 수입을 퍼붓게 된 건 그가 그 회사를 자신의 존재의미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회사를 넘기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아니었고 아마 사업수단도 좋은 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말 성실하게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