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이른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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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인이 휘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시오엔은 민후를 탐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을 속이면서 몇 번이나

한 끝에 결국 민후가 잠들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아무리 오랜만의 재회라지만 이건 좀 곤란해. 시오엔은 자신에게 희미한 불평을 했다. 시오엔이 침대

에서 나오자 제네인은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질린 데다 혼란스러워하는 얼굴로 낯선 자를 보는 듯한 제네인은 꽤나 감이 좋은 편인듯 했다. 아니면 그

만큼 민후의 크리스티에게 호감과 성의를 가지고 있었던지.

알든지, 말든지.

민후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극단적으로 무성의한 시오엔은 제네인의 살피는 시선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황제가 부른다고?"

'폐하'라는 경칭은 갖다버린 시오엔에게 제네인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대답."

".........예."

시오엔이 눈살을 찌푸렸다.

군기가 엉망이다. 칠 년이나 이 짓을 하려면 아무래도 군기를 잡아야 할텐데. 어느 놈을 족쳐서 군기를 잡는 게 좋을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사실 크리스

티의 군대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으므로 일단은 군대의 대소사를 싹 훑어야 하리라. 민후가 원한다면 지옥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시오엔이었지만, 사실 기

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언제나 민후만을 바라보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시오엔에 비해, 민후는 여기저기에 쉽게 마음을 주기 때문이었다. 전생 - 실은 전

전생 - 이 떠오른다. 민후는 끝까지 가족을 포기하지 못하고 달로 돌아가겠다고 했었다. 그래, 그거에 비하면 최소한 달은 아니잖아. 쫓아갈 수 있어.

그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하며 시오엔이 고개를 돌렸다.

"제네인."

"예, 각하."

"오늘 너의 보좌는 필요없어. 그러니까 소트와 가서, 연병장에 전원 집합시켜 놔라."

그래, 그걸로 만족하긴 해야하지만 열은 받으니까 스트레는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오엔이 씩 웃었다. 냉혹한 미소에 제네인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

질 쳤다.

"하, 하지만 각하. 여기는 수도이고, 위험한........"

황제의 위협이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데 괜찮겠냐고, 과보호인 부하가 물었다. 네가 뭔데 그 사람을 과보호해, 라는 치졸한 마음에 시오엔이 이를 드러냈다.

"네가 조금 더 쓸모있게 된다면 모를까. 그 전에 너나 소트가 있으니마다 똑같으니, 연병장에 집합시켜 놔. 실력들을 보겠다."

저희의 실력은 이미 아시잖아요........?

제네인이 이해할 수 없어 하는데도 시오엔은 더 말하지 않았다. 뭐 군인이고 하니 조금쯤 휘둘러도 죽진 않겠지. 어차피 죽이려는 의도도 아니니까. 그리고

실제로 실력도 봐야 한다. 황제의 경계를 한 몸에 사고 있는만큼,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을 필요가 있었다.

큰리스티라.

시오엔은 자신이 '소년'이던 때 바라봤던 크리스티를 떠올렸다. 좋은 게 좋은거다, 라는 느낌의 남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예 당하고 사는 남자는 아니

었지만 - 계속 독주가 나오자 성주를 암살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부드러운 성격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 , 그러나 마음이 약한 남자인 건 분명했다. 게

다가 황제라...........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 신경질적인 남자를 떠올리곤 시오엔이 비릿하게 웃었다.

'사냥이었어. 첫 사냥으로 늑대를 잡았지. 풀어놓은 여우나 노루가 아니라 진짜 야생 늑대였어. 사람들은 대단하다 했고, 나 자신도 우쭐했는데 이트하가

생각났어. 그 전날 이트하가 보내온 과일을 먹었었거든.'

그때부터 어쩐지 알 것 같더라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 그러고보니 이 몸으로는 처음 만나는 황제인데 어떤 꼬락서니를 하고 있는지 똑똑히 봐주지. 시오엔이 미소짓자, 제네인이 뒷걸음질

[그웬돌린] 구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