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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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로 돌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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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로 돌와왔다.
공항에 대기한 리무진에 올라타서 처음 한 생각은 그것이었다. 여긴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로스엔젤레스, 나른하고 온화한 분위기의 도시.
그리고 내 집이 있는 곳.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익숙한 시트에 파뭍혀 다 잊고 싶었다. 지나간 롤랑가로든 곧 치러야 할 윔블던이 든 다 잊고, 일단은 축 자리라.
무엇을 생각하든 간에 그 다음에 생각할 것이다.

'클레이의 총아가 드디어 일을 벌이는군요!'

롤랑가로를 치르자마자 미국으로 돌아왔어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틀이나 시간이 비어 있었다. 난생 처음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한 것인데 기껏 들은 말은 '클레이의 총아'였다.
그래, 클레이 코트라서 우승을 할 수있었던 거지, 클레이 코트가 아니면 네가 언감생심 꿈이나 꿀 수있었겠냐는 뜻이었을테다. 그래, 그러시겠지.
기껏 우승을 했는데 클레이 코트라서 가능했을 뿐이라는 소릴 듣는 건 정말이지 엿 같은 일이었다. 이기는 순간 상대선수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더니 ' 하긴 클레이 코트니까'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네트위로 내밀어진 손을 잡는 짧은 순간에도 놈의 턱에 주먹을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일단 집에 가서 자자.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집으로요? 저런, 말씀 못 들으셨나보네요."

당황한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지금 이차는 베벌리힐스로 가는 중입니다만."

"베벌리 힐스"

우리 집은 베벌리힐스게 있지 않은데요.  내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여자는 "와익슬러 씨 저택이 거기에 있거든요." 라고 대답했다. 와익슬러?
나를 후원하고 있는 파티아 스포츠를 말하는건가? 내가 선뜻 이해하지 못하자 여자가 "와익슬러 씨 말입니다. 헤일 와익슬러 씨 모르세요?" 라고 반문했다.
헤일 와익슬러를 모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안다. 그건 미국에서 살면서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를 모르냐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 그러나 헤일 와익슬러를 개인적으로 아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모른다.
와익슬러 그룹의 총수인 헤일 와익슬러가 유명한 건 그의 사생활 때문이다, 그는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쉴 새없이 염문을 뿌리고 다녔고, 한 여배우는 에세이집에서 그와의 섹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은 그가 빌 게이츠보다는 휴 헤프너에 가깝다고 빈정거렸지만, 사실 그는 휴 헤프너와는 한 가지 점에서 완전히 달랐다. 그는 자신을 노출한 적이 없었다. 거의 연인들은 온갖 가십지에 등장했지만,
정작 그의 얼굴은 드러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공식석상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도 아니니 사실 나는 그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나는 건 결국 이름뿐이었다.

"와익슬러 씨가 파티를 여는데, 버넷 씨를 초대하셨어요."

후원자가 여는 파티에 초대를 받았으면 가는 게 예의겠지만 오늘은 정말 그럴 기분이 아니다. 나는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여자는 마치 내 거절을 예상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이미 크리스토퍼 버넷 씨와 팀 포드 씨는 도착하셨을 거에요."

크리스토퍼 버넷은 내 아버지고, 팀 포드는 내 코치다. 아버지와 코치가 강 있다고 하니 어떻게 거절할 수도 없을 듯 하다. 왜 연락도 없이 거기에 가 있는 건데, 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어진다. 특히 아버지는 몰라도 팀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가겠다는 아버지를 말리지는 못할 망정 같이 거기게 가 있다고? 맙소사. 내가 후원자의 파티에서 진상 떠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 뭐야.
하긴,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러지 못할 나를, 나도 잘 알고 있다. 후원자의 파티에서 진상을 떨 수 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후원하는 건 와익슬러 그룹 계열의 파티아 스포츠이지만, 나는 와익슬러의 마크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그러니 그가 부르는 게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와익슬러 계열사가 하나 둘도 아니고, 피티아가 후원하는 선수가 나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와익슬러는 나를 부를 생각을 한 걸까. 역시 롤랑가로에서 우승했기 때문인가.
연일 신문과 뉴스가 떠들어댄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테니스계에서야 '클레이 코트니까 우승할 수 있었지. 클레이가 아니면 네까짓 게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이 가능할 것 같아.' 라고 빈정거리고 있지만, 테니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큰 뉴스였다.
뭐니 뭐니 해도 미국 선수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한 게 몇년 만이라 게 화젯거리였던 것이다. 내 귀에야 아무래도 테니스계의 이야기가 먼저 들어오지만 다른 사람의 귀에는 그렇지 않겠지. 유독 내 귀에만 잘 들리고, 그래서 더 아픈 말들이 있기 마련이다.

'넌 거기까지야.'

'넌 절대로 그 이상은 될 수 없어.'

"구름이 많네요......"

내 중얼거림에 여자가, 아니 파티아의 홍보 디렉터 제니퍼 존슨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미 파티를 위한 드레스 차림이었다. 어쩐지, 왜 이런 차림으로 공항 마중을 나온 걸까, 싶었었는데.

" 우승했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여요. 엘."

그녀의 염려 섞인 시선을 받고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런 좁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테니스 선수로 평생을 살면서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천지에 널렸다. 그런데 나느 지금 우승하고선 클레이의 총아라는 말에 울적해하고 있다니. 정말 오만한 짓이다.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오랜만에 보는 고스앤젤레스의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다. 차 내의 에어컨 때문에 사막의 더위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하늘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었다. 룰랑가로는 툭하면 비가 왔다. 덕분에 이번에는 유월 중순까지 대회를 치러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을 보니 확실히 좋았다.
로스앤젤레스는 돌아오면 늘 좋은 곳이였다. 어딘가 온화한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내게 왜 뉴욕으로 오지 않느냐고 묻지만 나는 여기가 좋았다.

'넌 거기까지야.'

'넌 절대로 그 이상은 될 수 없어.'

윔블던까지 한 달 남짓....... 가능하면 여기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결심 했을 때 차는 와익슬러 총수인 헤일 와익슬러의 저택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웬돌린] 구원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