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데이먼입니다."
당신이 누군진 알아요.
나는 '잠깐 친구에게 당신을 소개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말해놓고 길버트 데이먼을 소개하는 시오엔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태연했다. 어이가 없어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데이먼 씨가 상냥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누군지 알지만 , 당신에게 직접 소개받고 싶군요."
어쩔 수 없어서 나는 결국 고개를 돌려 데이먼 씨를 바라보았다.
길버트 데이먼. 대 선배이자 스타 코치 중 한 명. 모 선수가 나락에 서있을 때 모두가 고개를 젓는 사이 그는 그 선수를 일으켜 세웠다. 고작 일년 만에 그 선수는 모든 것을 되찾았다. 테크닉, 파워, 풋워크, 그리고 명예와 우승컵. 그러나 그는 그 이후 몇몇 선수를 더 코치해서 명성을 얻었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선수들 중에서는 그를 고용하고 싶어하는 선수가 몇 있었지만, 그는 번번이 거절했고, 그렇게 잊힌 스타 코치였다."엘 버넷입니다."
"반가워요, 엘. 화면보다 더 잘생긴 얼굴이군요."
그가 환하게 웃으며 내민 손을 흔들었다. 내키지 않지만 그 손을 붙잡았다.
"저야말로 대 선배님은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무슨. 그냥 늙은이지, 뭐 ....윔블던 최다 우승자인 늙은이."
그의 말에 나는 시오엔이 왜 그를 데려왔는디 알 것 같았다.
팀이 떠올랐다. 그는 내 아버지 친구였고, 스타플레이어까지는 아니었지만 꽤 유망주였던 테니스 선수였으며, 테니스를 못 치게 되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그 다음엔 어린 나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주었다. 늘 술 냄새가 나는 아저씨 였지만 그는 내게 진지하게 테니스를 가르쳐주었다. 왼쪽잡이인 내가 오른손으로 얼마든지 테니스를 칠 수 있는 건 그의 덕분이었다. 그는 내게 세 가지를 가르쳤다.사지를 전부 써라. 모든 테크닉에 익숙해졌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포기하기 마라, 절대로 세 번째 가르침이 주요했다.
나는 어떤 절망적인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매 순간 내게 따라 말하게 했던 것을 기억했다. 포기하는 순간 패배자가 된다. 어느 때라도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는다면 승리라자 될 작은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사실 그건 그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그는 부상으로 테니스를 잃었다. 하지만 재활을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말 그대로 손놓고 테니스를 떠나보낸 것이다."꼭 그런 이유는 아니야, 데이먼."
"아닙니까. 이상하군요, 저는 와익슬러 씨가 그래서 절 부른 줄 알았는데요. 잔디 코트의 특훈을 위해서."
그가 대놓고 말했다.
"나는 코치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와익슬러 씨의 말은 맞은 겁니다."
나는 잘라 말했다. 그러자 길버트 데이먼이 별 소릴 다 듣겠다는 얼굴로 귀를 후비적 거렸다.
"코치? 누구? 팀 포드?"
데이먼 씨가 비웃었다."그 패배자."
그 말을 그가 하는 순간, 내 눈앞이 새빨갛게 변했다. 순식간에 늙은 남자의 멱살이 손에 들어왔다.
"뭐?"
누군가가 나를 말리는 것도 같았지만 확실치 않았다. 나는 고함을 질렀다.
"이 새끼, 다시 말해봐!"
팀 포드는 패배자일지도 모른다. 그는 부상을 당하자 재활의 노력도 없이 은퇴했다. 그리고 평생 테니스 코트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여자를 꼬시고, 왕년의 빛나는 나날들을 끊임없이 떠들고, 아름다운 여자와 자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하나뿐인 선수도 아낌없이 팔아먹어 버린다. 시티 우먼인지 시티 걸인지 하는 잡지에 팔아먹고 나서도 '한 번 하게 해달라고 해봐.켈켈켈'하고 웃는 비열한 사내다.
하지만 그는 나의 단 하나뿐인 스승이었다."네 스승이 패배자라고, 아기야."
길버트 데이먼이 이죽거렸다. 나는 참지 않았다. 주먹을 들어 올리는 순간, 누군가가 내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는 내 주먹을 쥔 빌어먹을 새끼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 자식도 날려버릴 참이었다. 하지만 그 자식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붉게 물들었던 시야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는 금안으로 반짝이는 시오엔이었다."데이먼이 입이 좀 거칩니다만, 당신의 스승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맞네. 모욕 좀 한다고 뭐가 어때서? 그런 제자는 스승에게 욕 좀 들어도 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