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국혼으로 치러지는 '황비'를 맞는 혼례식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일단 혼례식 전날 전야제가 열린다. 각 나라의 대사들이 참석하고, 귀족은 사성급 이상 참여한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황궁 내의 숲에서 열리는데, 어느 숲
으로 할지는 그때마다 다르다. 대체적으로는 '기다림의 숲'에서 하는데, 이것은 시오엔 1세부터의 전통이다.
그 다음 날부터 혼례식이 시작된다.
정화의 의식은 닷새가 걸린다. 심판의 물에서 사흘간, 스갠 강에서 하루, 신전 내에서 하루, 이렇게 오일 간 이루어진다. 하루 휴식 뒤에는 사냥의 의식이
있다. 사흘간 행해지며, 첫날은 조류를 둘째 날은 어류를, 마지막 날에는 사자를 사냥한다. 그리고 다시 하루를 휴식한 뒤 본격적인 혼례식이 시작된다.
첫날은 신의 인정을 받는 제사. 원래는 한 사람의 대신관이 주관하는 것이었지만 시오엔 1세 때 쯤에는 대신관이 셋이나 되면서 세 명의 대신관이 전부 참
석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브만 한 명이 주관한다. 둘째 날은 골드 드래곤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의 둥지에 머문다. 둥지라고는 해도, 언제 그곳에 가는
지 어디서 그곳으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다. 골드 드래곤의 둥지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준비된 곳에서 대기할 뿐이다. 금빛 기둥이 생기면, 그것이
골드 드래곤의 둥지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 하지만 통로가 열리든 열리지 않든 아무 일이 없다면 '인정' 이 되는 것이 관례였다.
셋째 날은 혼례식. 넷째 날은 피로연과 합방식. 마지막 날에는 작위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하지만, 소년은 황후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혼
이라고 해도 혼례는 상당히 간소화되었다.
단 사흘 뿐이었다. 신의 인정을 받는 제사와 골드 드래곤의 인정식, 그리고 혼례와 피로연과 합방식이다. 이 계획을 전함녀서 국무대신이 덜덜 떨었다. 아
무래도 소년이 무서운 듯했다.
"마, 마음에 드시지 않는 면이 이, 있으시다면......"
덜덜 떠는 국무대신에게 소년이 심드렁히 말했다.
"아니, 뭐든 괜찮아."
항제에게도 검을 겨눈 소년이다. 국무대신 정도는 그냥 목을 따버릴 것 같은지, 그는 연민이 들 정도로 떨고 있었다.
"괘, 괜찮다 하심은......"
"국내외적으로 알릴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아. 귀찮으면 마지막 날의 혼례식과 합방식만으로도 충분해."
뭘 노리고 있긴 한데, 그게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어서 크리스티는 가볍게 눈을 찡그렸다. 그는 이제 소년의 심중을 알아내기는 포기하고 있었다. 배경
도 워날 거대한데다, 소년 자체도 워낙 제멋대로라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왜 내 주변에는 다 이런 사람뿐이지? 기가 약해서? - 크리스티는 소년의 앞에서
고양이 앞 쥐라도 된 것처럼 덜고 있는 노인과 고양이 행세를 하는 소년을 구경하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그러느라 반쯤 멍해져 있는 것을, 국무대신은 노려보고 있었다. 왜 도와주지도 않는거냐. 하지만 국무대신이 아무리 노려봐도, 멍한 얼굴은 생각에 빠
져 그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그,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이 소년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리며 무의미하게 대답하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그래도 - 워, 월인이시니까......."
"뭐든 마음대로 해."
소년이 턱을 괴로 말하자, 국무대신이 떨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 그리고, 작위 말씀인데........"
"필요없어. 그딴 거, 주지 마. 난, 혼례식 이후엔 크리스티 저택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니까."
잘도 그러겠다.
딴 생각을 하고 있던 크리스티가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겨우 수도에 들어온 근위대를 끝까지 쫓아가서 전부 죽인 소년이 저택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