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머나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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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라고요. 아니라니깐요!"

어제는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 자러가더니 태양이 뜨자마자 어젯밤 일은 말끔히 잊은듯한 제네인이 침대를 삿대질하며 말했다.

"아무리 각하께서 '시오엔'이라고 하셔도 그렇죠. 외모가 닮았다고 남자와 이러는 것도 닮으시면 대체 어쩌시고요? 가뜩이나 다들 각하를 못 잡아먹어

안달들인데..........!"

방에 들어오자마자 눈을 부라리며 고함을 지르는 제네인을 힘으로 눌러보려던 소년이 혀를 차며 떨어졌다. 어찌나 말도 행동도 빠른지 도무지 제압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 소년은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목을 따버리면 조용할텐데."

제네인이 소년을 노려보아도 소년은 그저 멍하니 크리스티가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제네인이 소년을 붙들었다. 아니, 붙들려 했

다. 하지만 소년은 짜증을 내며 제네인의 팔을 피해버렸다.

"사람이 버러지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지 마!"

어제까지는 소년이 손님인지 죄인인지 몰라서 존대를 하던 제네인도 어느새 그 존대는 갖다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싫은걸."

"뭐가?"

"닿게 하는게."

소년이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탁탁 털었다. 닿지도 않았는데 하는 짓에 욱해서 결투라도 신청할까하다 크리스티의 눈치를 보고 참은 제네인이 서너 번

의 심호흡 끝에 물었다.

"몇 살이야?"

단도직입적이었다. 크리스티가 짐을 챙기다 말고 소년과 제네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아홉."

소년은 의외로 쉽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어젯밤에도 그젯밤에도 거의 풀지 않았던 배낭을 한쪽 어깨에 멘 채 크리스티의 준비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아홉...... 어리지도 않은 나이인데, 대체 왜 각하의 침대에 있어? 혼자 자고 싶지 않아?"

"혼자 자는 거 싫어해."

너 잘났다, 제네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제네인이 뭐라고 몇 마디 더 잔소리를 퍼부은 다음 나가버리자 크리스티가 소년에게 다가왔다. 소년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는 걸 보면서 천천히 손을

뻗어 소년의 뺨에 대자, 소년이 고양이처럼 뺨을 비벼왔다.

"왜?"

"싫다고 해서."

"당신은 제외야."

"왜?"

크리스티가 나직이 물었다. 소년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문득, 소년의 얼굴에 상냥한 듯 교활한 듯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쳐 지나갔고, 곧

소년은 등을 돌렸다. 그래서 소년은 크리스티가 가슴께를 부여잡은 것을 보지 못했다.

두근.

크리스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두근.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크리스티, 자신은 살아있으니까. 사람이 살려면 당연히 심장은 두근거려야 한다.   ........ 하지만 이토록 심하게 두

근거린 적은 없었다. 미소, 미소였다. 흔한 미소는 아니었다. 아니, 흔한 미소겠지만 크리스티에겐 흔해 보이지 않았다. 그 미소는 처음 보는 것이었는

데, 위화감이 느껴지면서도 상당히 익숙한 미소였다. 뭔가, 뭔가 다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어디선가 본 적이........

"안 가?"

따라오지 않는 크리스티가 이상했는지 소년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는 이미 그 미소가 사라지고 없었고, 크리스티의 두근거림도 점차 가라앉았

다.

"왜 그래? 안 좋은 데라도 있는거야?"

"아니야, 없어."

소년의 말에 크리스티는 바로 대답했다. 단호한 대답에 소년이 도리어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왔다.

"정말 아무 이상도 없는거야?"

[그웬돌린] 구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