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야 강예지 죽을래?"
"..........."
나는 하루도 지루할 틈이 없다. 항상, 항상 누군가에 의하여 불려졌고 괴롭혀졌고 항상 혼자였다.
"야 너 미쳤어? 이게 얼마짜리 옷인데 여기다가 볼펜 자국을 내?"
한민진. 이 아이는 매일매일 나를 바쁘게 해준다. 나는 이 학교에서 한마디로 왕따다.
"너 니가 나한테 한 짓을 봐! 난 너 때문에 매일 매일 교복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물론, 나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발악도 해보고 대꾸도 해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내가 무슨말만 하면 한민진은 내 뺨을 세게 올려쳤고 나는 그 이상 아무런 발악도 하지 못하니까.
"내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보면서 어디서 말대꾸야"
한민진은 내 교복 넥타이를 잡아 끌어올리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무서움에 눈을 똑바로 뜨지 못했고 한민진은 그런 나를 우습다는 듯 비웃음을 흘기며 다시 툭 밀어냈다.
"웃기지도 않는다 이제."
한민진은 땅에 엎어져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를 보고 말했다. 분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는 이미 겁내고 있었으니까.
/학교/
내가 가는 길은 특이하게도 모세의 기적과도 같다. 바다가 갈라졌듯이 내가 지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복도를 열어준다. 나를 보면 그저 쓰레기를 쳐다보듯이 미간을 좁히고 눈쌀을 찌푸린다. 이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를 싫어한다. 화장실에 가서 온 몸이 더러워진 나 자신을 거울 속으로 들여다본다. 그런 후 씻어내고 옷을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다 갈아입은 후 다시 거울 속에 나 자신을 들여다 본다.
"하 진짜 답없다 강예지."
거울 속에 나 자신을 비웃은 뒤 나는 조용히 교실 안으로 들어선다. 항상 그랬듯이 나는 선생님께 늦었다고, 교복이 아닌 체육복 차림이라고, 야단을 맞는다. 나는 그저 죄송하다고 인사한 뒤 교무실에서 나온다.
나의 기억은 5살 때부터 시작된다. 나는 길을 모른채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고 그렇게 며칠동안 길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오지 않는 나의 부모님을 기다렸다. 그 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가 날 길에 버렸겠지. 그렇게 내가 가게 된 곳은 다름 아닌 희망 보육원이었다.
나는 점심시간이 가장 싫다. 밥을 먹기는 커녕, 가만히 앉아 있는것 조차 힘든 시간이니까.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내 식판 위로는 늘 남이 먹던 음식물이 쏟아져 내린다.
"우리 예지 너무 말랐잖아. 많이 먹고 살 좀 쪄~"
한민진. 항상 이런식이었고 어쩔 때는 더 심했다. 나는 그저 당하고만 있는다. 내가 발악해 봤자 아무런 도움도, 희망도 되지 않으니까.
* 같은 시각 서울
"야! 류혜진! 빨리와!"
"알았어 지금가!"
내 이름은 류혜진. 나이 18세. 승리고등학교 2학년 8반. 형제관계 없음. 나는 우리 학교에서 나름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잘나간다면 잘나가는 그저 그런 학생이다. 그리고 지금 저기 서있는 학생은 왼쪽부터 일단, 백소연. 내 절친중에 절친인데 얘 소꿉친구가 한심한 또라이. 그 옆에는 윤하경. 얘도 내 친구. 마지막으로 내 옆에 있는 아이는 차희연. 얘도 내 친구다.
"뭔 생각해! 빨리와!"
아이들에게 뛰어가려는 순간 내 소꿉친구 재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경기 끝.)
"푸흐-"
나는 항상 그랬듯이 반갑지만 그렇지 않은척하며 퉁명스럽게 답장을 한다.
(어쩌라고?)
그럼 재현이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다시 답장 해온다.
(그냥 그렇다고)
그러자 희연이는 내 손목을 잡아 끌며 나를 재촉해온다. 나는 다시 걸음을 떼자 다시 울리는 문자 알림음에 재현이 일거라는 생각으로 다시 멈추어 섰다. 하지만 문자가 온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다.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문자를 확인하니 어떤 사진이 와있었다.
"이게 뭐지?"사진을 열어보니 사진에는 한 성인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에게 칼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사진 속 남자는 분명히 아빠였고 사진 속 여자 아이는 어릴 적의 나였다.
".......이..... 이....게.... 뭐야........"
나는 놀라며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희연이 이상했던 것인지 소연과 하경이와 함께 다가와 휴대전화를 주워주었다. 나는 다급하게 희연이의 손에서 내 휴대폰을 빼앗아 든뒤 표정을 굳히고 걸어나갔다.
도대체 누구야, 누가 이런걸 보낸거야.
난 문자를 보내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고 있었고 전화를 받았다.
"너 뭐야! 너 누구야! 왜 이런 장난을 치는거야?!"
나는 전화를 받은 순간 질문을 마구 퍼부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조커와 비슷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어보였다.
(장난? 넌 이게 장난같아?)
가늘고 높은 목소리.
(이건 장난이 아니야. 너희 아빠가 한 짓이지.)
전화는 내가 대꾸를 하기도 전에 끊겨 버렸고 다시 문자가 왔다. 또 다른 사진. 그리고 그것은 강예지 라는 이름의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여자 아이의 학생증이었다.
"............뭐야............."
(이 여자 아이는 니 아빠에게 죽을 뻔했어)
그리고 사진에 이어 문자가 도착했다. 소연이는 나에게 다가와 왜그러냐 물었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소연이를 밀어내고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얘 어디살아?
경기도 평택.
나는 곧바로 평택이라는 곳으로 버스 티켓을 끊고 돈을 충분히 챙겨 그곳으로 떠났다.
작가
많이 어수선하지만 이쁘게 봐주세요ㅠㅠㅠ
이 이야기가 좀 이사람 시점 저 사람 시점 왔다갔다하고 누군가의 에피소드 일때는 과거 현재를 왔다갔다해서 많이 어수선 할 수도 있어요!
YOU ARE READING
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