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인
/2학년 첫학기/
학교에 왔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친구들도 모두 친한 친구들이 생겨서 난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다. 멍하니 교실 앞자리에 앉아 친해질 친구들을 찾았다. 하지만 모두 친구가 이미 있었고 내가 낄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 나에게 다가와준 사람이 있었다.
"넌 왜 혼자 있어?"
류혜진이었다.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그 여자애는 이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난 류혜진인데. 너는 누구야?"
류혜진. 1학년 처음 새학년에 들어오자마자 신입생 대표로 선서를 읽고 얼굴이 이뻐서 남자애들이 주목했던 흔히 말하는 퀸카 중에 퀸카. 그런애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는 사실에 난 기분이 좋아졌다.
"난 이예인이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혜진이는 환하게 웃어주며 말했다. 혜진이는 날 데리고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곳에는 우리 학교에서 이쁘다고 소문난 또 다른 여자아이인 백소연이 있었다.
"백소!"
"어? 류! 얜 누구야?"
"예인이래, 이예인."
"어? 안녕!"
혜진이가 날 소개했고 난 소연이한테 인사했다.
"푸흐- 친구끼리 뭘 긴장을 하고그래!"
긴장한 내 모습이 보였던 건지 소연이는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런 아이들 사이에 내가 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가 없어서 힘들었던 그 며칠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린거 같았다. 소연이와 혜진이가 내게 친하게 지내자고 해줘서 고마웠다.
우리는 노래방도 같이 가고 학교가 끝나면 자주 놀러다녔다. 소연이네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 소속감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소연이와 혜진이는 계속 내 친구가 되어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우리들에게 다가온 또 다른 사람들이 생겼다.
"난 차희연이고 얜 윤하경이야. 우리 친하게지내자!"
바로 차희연과 윤하경이었다. 소연이와 혜진이와는 잘 지내고 있었는데 희연이와 하경이가 우리와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희연이는 우리에게 놀러가자고 말했다.
"오늘 학교 끝나고 우리 노래방 안갈래?"
모두들 좋다고 했고 나도 그 중에 끼어있었다. 소연이와 혜진이와 놀때 노래방 비는 주로 내가 냈다. 애들이 나눠내자고 해도 난 용돈도 여유있게 받는 편이고 또 친구하자고 손내밀어준 아이들이 고마워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기에 내가 낸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노래방에 도착하자 난 지갑을 꺼내들었고 기껏해야 만원밖에 들지 않는 돈, 내가 냈다. 그리고 그 때 살짝 느낄 수 있었다. 희연이는 날 좋게 보지 않는다는걸.
여자들은 홀수보다는 짝수를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이 더 많다. 왜냐하면 아무리 다같이 친하더라도 그 중 더 친한 사이는 존재하게 되고 홀수라면 누군가 한명은 남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들 사이에서는 그 한명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나다. 소연이와 혜진이는 원래 친구였고 하경이와 희연이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래도 소연이와 혜진이와 나도 친하니까 그런것정도는 신경쓰지 않는다.
노래방에서 하경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자 난 하경이와 내가 아주 잘 맞는다고 느꼈고 하경이도 마찬가지 였다. 하경이와 나는 그 날부터 서로 연락도 많이 주고받고 점점 더 친해졌다.
난 소속감을 느꼈고 그 사실에 만족했다. 그렇지만 내게 이런 행복을 오랫동안 주어지지 않았다.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얘들아 우리 오늘 또 놀러갈까?"
희연이는 놀러가자는 제안을 자주했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혜진이와 소연이 그리고 하경이는 이런 대답에 잘 응했다. 하지만 오늘은 나는 좀 바빠서 거절해야만 했다.
"미안, 나 오늘 갈데가 있어서 같이 못갈거같아"
"왜? 이제는 돈내기 싫어졌어?"
희연이의 차가운 목소리는 내 귀에 맴돌았다. 혜진이와 소연이도 아무말 하지 않고 내 대답만 기다렸다.
"에이 아니야! 그냥 진짜로 오늘 좀 바빠서 그래."
그리고 이 때 이후로 노래방 외에도 영화, 밥 등 내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어디 가기만 하면 희연이는 내게,
"오늘도 니가 돈 낼꺼지? 너 부자잖아."
라고 말했고 거기에 내가 거절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혜진이에게,
"혜진아, 요즘 나 용돈 끊겨서 돈 못내줄거같은데 이번에만 니가 내주면 안돼? 다음번에 다 갚을게"
라고 말했을 때 확실히 알았다. 얘들은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혜진이의 대답은 확실했다.
"싫어, 너 돈내는거 좋아하잖아."
"뭐?"
"너 돈으로 친구 사고 그러는 애잖아. 너같은걸 친구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
/다시 현재/
"그게 사실이니?"
선생님께서 내 말을 모두 들은 후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잃었다던 류혜진은 자신이 했던 짓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백소연은 할 말이 없는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왜 희연이나 하경이는 신고하지 않니?"
"희연이는 원래 저랑 안친했으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하경이는 아무짓도 안했으니까요."
"그래, 소연이랑 혜진이는 선생님이랑 얘기좀 하자. 예인이는 나가봐도 좋아."
나는 허리를 접어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께 말한 것 중 거짓은 없다. 난 결백해.
작가
원래 계획대로는 예인이편이 한개 였는데 두개로 늘어나버렸어요ㅠㅠㅠㅠㅠ 예인이 캐스팅은 모델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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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