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선명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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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 아니 혜진아. 오늘 아버지 오시는 날이니까 행동 잘해야해.... 엄마는 니가 안전했으면 좋겠거든...."

도대체 엄마가 말하는 안전이라는 것이 뭘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해야 딸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걸지도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정이 안가는 딸이어도 자기 딸인데 그럴 수가 있나?

띵동-

아빠가 도착해 벨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아빠가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 방 2층에서 나와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그래, 우리 혜진이 잘있었어?"

아빠는 엄마의 말에 비해 다정했다.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

하지만 아빠를 본 순간 떠오르는 또 다른 남자. 바로 날 저수지로 밀었던 남자였다. 아빠가 날 강예지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었던 걸까?

아-

머리는 점점 더 지끈거려왔고 난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13년 전

"어휴, 저 쌍둥이 아빠가 다르다며?"

"엄마가 바람난 거지 뭐, 근데 남편이 착해서 그 여자 탓은 안하더라고."

"어이구, 아주 일편단심 나셨네."

길을 가면 나와 언니를 향해 아줌마들은 손가락질을 해요. 내가 듣기론 태어나자마자 유전자검사를 했는데 언니 아빠와 내 아빠가 달랐대요. 지금의 아빠가 나한테 차가운 이유도 내 아빠가 달라서래요.

"혜은아, 듣지마"

아직 5살밖에 되지 않은 언니는 날 감싸주려고 항상 노력했지만 난 다 들어버렸거든요. 이미 하도 많이 들어서 상관 없는거 같아요. 익숙해졌나봐요.

집에 돌아가면 엄마는 나에게 잘해주지만 아빠는 달랐어요. 제가 아빠라고 부르면 전 아빠 딸이 아니니 아빠라고 부르지 말라고만 하셔요. 너무 슬퍼서 울음이 나버릴것만 같았지만 울면 아빠가 때리시니까 꾸욱 참았어요. 저도 제 아빠가 누군지는 몰라요.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요. 아빠가 누군지만 알면 거기로 가버릴텐데..... 아빠는 제가 아빠 딸인걸 알고 있을까요?

"우리 혜진이는 어쩜 이렇게 동생도 잘챙기고 이쁠까. 그에 비해 혜은이는....."

선생님들이 저와 혜진 언니를 비교하며 절 깎아내리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버렸어요. 아마도 저희 아빠가 아니, 언니의 아빠가 잘나가는 사업가니까 저에게 막 대하는거 겠죠? 전 그 잘나가는 사업가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니까요.

*

집에 가는건 정말 싫은 일이에요. 집에가면 아빠가 오시고 나서부터는 방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요. 언니와는 말도 섞지 못하게 하셔요. 도대체 쌍둥이가 아빠가 다를 수 있는게 말이 안되는거 같았지만요.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는데 제가 뭘 하겠어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요.

집에 도착하고 전 방에 바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미 아빠는 집에 오셨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일찍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있었어요. 전 이제 많이 아플거라는걸요.

아빠를 마주친 날 저는 매를 맞아요. 엄마가 말려도 아빠는 절 때려요. 근데 요즘은 엄마도 잘 안말려줘요. 제 생각에는 엄마도 아빠처럼 제가 싫어졌나봐요. 동네 사람들의 눈초리도 아빠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엄마의 아름답던 인생이 끝난 것도 저때문이라고 생각한데요.

오늘 엄마는 아빠를 말려주지 않았어요. 이제부터는 아빠라고도 부르지 않을래요. 그냥 같이 사는 아저씨에요. 엄마도 이제 싫어요. 그냥 절 제 친아빠께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냥 콱 죽어버리면 이 가족이 행복해질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 즈음 언니가 방에 가방을 두고 내려왔어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언니는 충격을 먹은 거 같아요. 언니는 아저씨에게로 뛰어가 저 대신 맞았어요. 아저씨는 언니가 대신 맞자 놀랐나봐요.

바로 손을 멈추고 자신이 때린 언니에게 괜찮냐고 물어요. 사실 언니라고 해도 같은 5살인데, 전 제가 뭔 잘못인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어린 니가 뭔 잘못이냐, 바람난 니 엄마 잘못이지.

그래요, 저도 이렇게 살바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요?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저 이러다가 진짜 죽겠어요. 언니는 밉지 않아요. 유일하게 절 아껴주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언니가 부러운건 사실이에요. 제가 언니였다면 이렇게 맞지 않아도 될텐데. 너무 슬퍼졌어요.

"류혜은, 너 오늘 저녁 먹고 아저씨랑 어디 좀 가자."

저에게 선택권은 없었어요. 전 저녁밥을 처음으로 같은 식탁에서 먹어봤고 그리고 집 밖을 나섰어요. 엄마는 제가 치과에 가는거라고 했어요. 충치가 있나 없나만 확인할거래요. 하지만 이상해요. 왜 엄마가 아니라 아저씨랑 함께, 그것도 언니가 잠든 이 캄캄한 밤에 치과를 가는걸까요?

도착한 곳은 역시나 치과가 아니었어요. 전 어리지만 삶이 이래선가 또래보다 생각을 더 넓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아직 어리기에 본능도 남아있어요. 이번에는 본능을 믿어야되는 때인가봐요.

지금은 위험해요-

전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고 제가 탄쪽 문을 열기 전에 아저씨가 내린쪽으로 넘어가 아저씨보다 먼저 문을 열고 뛰어갔어요. 너무 무서워서 아무나 만나길 빌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너무 무서우니까 눈물도 계속 났어요. 계속 울면서 뛰었는데 아저씨가 절 붙잡았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보여 도와달라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다 아저씨의 하인들이었어요. 그 중 한명이 칼을 아저씨에게 주었고 아저씨는 그 칼을 하늘 높이 들었어요. 그 순간,

엄마가 나타났어요. 아저씨가 잠시 절 놓자 전 엄마에게 뛰어갔고 그대로 제 몸은 저수지쪽으로 밀려나고 말았어요. 엄마가, 절, 저수지로 밀어버렸어요.

*다시 현재

수영장 속 기억은 진짜가 아니었다. 날 민건 남자가 아닌 여자, 그것도 내 친엄마였다. 난 눈물이 눈에 고여 두 사람을 감히 마주할 수가 없었다. 뒤로 뒷걸음쳤다. 아빠란 사람은 날 혜진으로 알고 괜찮냐며 어깨를 잡았지만 그대로 뿌리치고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난 지금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나서 문을 잠그고 방에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리고 한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박유한"

넌 내가 죽어서 슬퍼하는 유일한 사람이겠지?

작가
실제로 아빠가 다른 쌍둥이가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일란성 쌍둥이일 경우에는 확실이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완전 현실성 제로인 스토리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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