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변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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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시점/

"혜진아, 나가자"

혜진의 엄마인 미선은 혜진의 방문을 열어 혜은을 불렀다. 나가서 옷이나 몇벌 사줄까 하는 마음이었다. 혜진의 옷이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혜은 또한 자신의 딸이기에 혜은의 옷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녀와서 이제 막 옷을 갈아입은 혜은은 엄마의 나가자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딜?"

엄마에게 묻자 엄마는 아무말 없이 미소만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따라나오라고 턱짓을 해보였다. 혜은은 우선 알겠다고 대답한 뒤 먼저 나가라고 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친엄마. 진심으로 원망스럽고 저런 사람이 엄마라는게 끔찍한 혜은이라 함께 어딘가를 가는 것이 꺼려졌지만 자신이 어릴적 기억을 찾은 것을 숨기기 위해 모르는척 했다.

"우리 혜진이, 옷 사주려고 그랬지."

백화점에 도착했고 미선은 혜은에게 이런저런 옷을 많이 추천해주었다. 주로 혜진의 취향 위주로 골라주어서 인지 혜은은 마음에 드는 옷이 몇 벌 되지 않았다. 자신과 혜진의 취향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게된것이다.

"음, 나는 이게 마음에 드는데."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던 혜진과 달리 보이쉬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혜은이었다. 미선은 주로 스커트나 가디건, 코트와 같이 여성스러운 옷을 골라주었지만 혜은은 오히려 맨투맨, 하이웨이스트진 등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골랐다.

같은 시각, 재현은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야, 김재현!"

친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자 수영부 친구들이 모두 한데 모여있었다.

"뭔데?"

무슨일이냐고 묻는 재현에게 친구들은 놀러갈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함께 갈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재현은 혜진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다음에!"

멀어져가는 재현의 뒤에서 친구들은 재현을 불렀다. 하지만 재현은 들은체도 하지 않은채 휴대폰 화면을 켰다. 연락처에 들어가 혜진의 번호를 찾았다. 신호가 가자 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띠리리링-

혜은은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쇼핑을 중단하고 가방을 열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재현의 이름이 떠있었고 한동안 가만히 화면만 들여다 보았다.

"전화 안받아?"

"어? 아, 응. 받아야지.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진아, 뭐해?"

다정한 재현의 목소리. 자신을 혜진으로 알고 잘해주는 재현을 보면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 재현에게 혜진은 분명히 소중한 존재다. 딱봐도 알 수 있다. 재현은 혜진을 많이 좋아했다는것 정도는. 그런데 그런 언니가 죽었다는 말을 할 수 없는 혜은은 재현을 만나기가 꺼려졌다.

"엄마랑 쇼핑. 왜?"

"우리 만날까?"

"응?"

"아니, 영화도 보고. 놀자구"

그렇지만 재현을 모른척 할 수도 없었다. 재현은 자신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되어버렸으니까.

"응, 그래."

혜은은 오랜만에 친구와 논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게임방에 들어가 놀고. 평택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었던 친구. 서울에 올라오니 모든게 가능했다.

"우와, 인형 귀엽다!"

재현은 혜진의 말에 당황했다. 예전에 알던 혜진은 절대로 인형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초딩도 아니고 인형?'

'그래도 귀엽지 않아?'

'귀엽긴 개뿔.'

재현이 아는 혜진은 적어도 그랬다. 그런데 전혀 달라진 혜진이 재현은 가끔 더 좋다고 생각 했다. 어쩔 때는 기억이 안 돌아왔음 하기도 했다. 예전의 혜진은 너무 까칠하고 시크해서 차갑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

탁- 타다다탁-

누군가가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있다. 기사도 첨부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도 함께 넣어서 글을 쓰고 있다.

학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