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 강예지.... 아니 류혜진 이랬나?"
"응"
유한이를 막상 따라와 옥상에서 마주하니 뭐라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해야할까 아니면 그냥 유한이에게도 숨긴채 살아야할까.
"그러니까 넌 확실히 예지가 아니라는거지?"
"........"
계속 고민했다. 어떡해야할까.
"야 왜 대답을 안해."
난 멍하니 있다가 결심했다. 그래, 유한이라면 솔직하게 말해도 될거야.
"그게 사실은-"
"박유한 여기서 뭐하냐"
하지만 내가 유한이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순간 한민진이 옥상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유한이는 한민진을 죽어라 노려봤고 한민진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뭐, 쳐다보면 어쩔건데. 나도 여잔데, 칠래?"
한민진은 일부러 유한이의 성질을 긁었다. 유한이는 주먹에 힘을 꽉 준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가운데서 발만 동동 굴렀다.
"꺼져라. 어쩌다가 너랑 같은 학교로 전학을 와서-"
"혜진아"
유한이 무언가를 말함에도 불구하고 한민진은 간단하게 무시한 뒤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게 자연스레 팔짱을 끼며 웃어보이는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지금 당장이라도 밀어내고 싶었다.
"우리 얘기 좀 할까?"
한민진도 마찬가지로 내게 할말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박유한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려고 하였다.
"한민진, 나 유한이랑 얘기 먼저 하고 있었으니까 밖에서 기다려줄래? 괜히 말 엿듣지는 말고"
"어차피 우리 둘다 똑같은거 물을텐데 그냥 대답하지? 너 강예지 맞지?"
한민진은 팔짱을 빼고 날 노려보며 말했다. 나도 똑같이 한민진을 노려보고 한글자 한글자 강조하듯 또박또박 전했다.
"난 분명히 말했어. 난 강예지가 아니야. 난 류혜진이야"
한민진은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더니 말했다.
"그걸 믿으라고?"
"믿던가 말던가. 니 맘대로해. 난 류혜진이야"
한민진은 내 어깨를 툭 밀치며 밖으로 나갔다. 한민진의 눈을 똑바로 노려본게 처음이라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야 류혜진. 너 아까 나한테 무슨 말 하려하지 않았냐?"
"아 그게 그러니까....."
유한이를 믿었다. 그래서 유한이에게 내 어릴적에대한 기억부터 어떻게 류혜진이 되었는지까지를 모두 솔직하게 전했다.
"그럼 역시 니가....."
"응 유한아. 나 강예지 맞아."
"아 뭐야, 역시 니가 찐따 강예지 맞네"
한민진은 가지 않고 밖에서 엿듣고 있었는지 녹음기를 흔들며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한 모든 얘기를 들은 듯 싶었다.
"야 찐따. 너 죽고싶냐?"
한민진은 내게 다가와서 손을 올렸고 난 그 손을 강하게 내쳤다. 한민진은 어이 없다는 듯이 날 쳐다보았고 내 어깨를 강하게 밀치기 시작했다.
"막아? 막냐고. 죽으려고 미쳤냐?"
하지만 유한이가 다가와 한민진의 팔목을 잡고 내팽겨쳤다. 한민진이 다시 올리자 유한이는 그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 전에 한민진의 손은 이미 누군가에게 잡힌 뒤 였다.
"뭐야 이것들은"
다름아닌 서현우 였다. 언제부터 였는지 서현우는 이미 옥상에 올라와 있었고 한마디로 우리의 얘기를 모두 들은 셈이었다. 난 당황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리 속이 새하얗다.
"누가 내 아지트 올라와서 엄청난 비밀 발설하래. 알고 싶지 않은거까지 다 알게됬잖아"
한민진은 자신의 팔목을 서현우의 손에서 빼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럴수록 서현우는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유한이는 내 옆으로 와 내 두 어깨를 잡아주었다.
"그냥 둘다 까라. 류혜진이 쌍둥이인거랑 한민진 친구 괴롭혀서 강전온거. 그럼 둘다 편하지 않냐?"
서현우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고 곧 한민진은 어이 없다는 듯이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도중에 잠깐 뒤돌아서 내게 말했다.
"흑기사가 많으시네 우리 찐따."
한민진이 밖으로 나가고 우리들도 곧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
다음 날 아침 학교에 오자 희연이와 하경이가 한민진과 반갑게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어제 한민진을 그렇게까지 적대시했는데 두 사람이 한민진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백소"
결국 소연이에게 다가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소연이 말로는 하경이와 희연이가 한민진과 친구가 되었다고 하였다. 난 배신감에 두 사람을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야 강예지"
유한이가 내게 와 강예지를 불렀다. 나는 일단 대답은 했지만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입모양으로 류혜진라고 말해보았다.
"넌 또 강예지 타령이냐? 얜 강예지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
다름아닌 재현이었다. 재현이는 유한이에게 또박또박 말했고 유한이는 그런 재현이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야 사람이 말을 하는데 듣지도 않냐?"
재현이가 유한의 어깨를 돌려 자신 쪽을 보게 한 뒤 말했다. 유한이는 그래도 고개는 내 쪽을 바라보고 할말을 전했다.
"야!"
"아.. 얘들아 왜그래...."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그 상황을 중재한건 바로 나였다. 나는 재현이에게 참으라고 말한 뒤 유한이를 자리로 돌려보냈다.
"야 류혜진. 너 저자식 알아? 왜 너한테 친한척이야"
"어... 전에 좀 알던 사람이야..."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보며 말했고 재현이는 흥분을 조금 가라 앉힌뒤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희연과 하경은 학교가 끝날 때까지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희연과 하경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내게는 예인이의 일을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언니가 예인이를 싫어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나 조차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모두가 알 정도로 언니는 예인이를 싫어했다.
"예인아, 나랑 얘기 좀 할까?"
"싫은데"
"저기 예인아... 내가 널 싫어했어?"
"응"
"어째서?"
"기억 안나? 나처럼 돈으로 친구 사는게 더럽다며. 근데 어떡하냐. 이렇게 안하면 난 친구가 없는데."
예인이는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류혜진, 백소연. 나와."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소리에 밖으로 나갔고 우리 두 사람에게 학폭위 신고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째서 다른 모든 애들을 빼고 우리 둘만 신고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민진도 신경써야하는 지금 난 예인이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작가
또 다시 너무나도 오랜 텀을 가진 못난 작가입니다ㅠㅠㅠㅠ 부디 절 용서해주세요..... 다음화는 좀 더 빨리 가져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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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