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방안에 계속 누워있고 싶었다. 엄마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무섭다. 저 여자가 지금 나에게 잘해주는것도 다 혜진언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더 울면 진짜 탈수증으로 쓰러질것 같아서 눈물을 쏟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고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왕 류혜진이 된거, 난 류혜은을 버리겠어.
벌떡 일어나서 방안에 딸린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화장실 안에서 씻고 언니처럼 머리에 웨이브도 넣었다. 화장도 하고 명찰까지 제대로 차고. 완벽한 류혜진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자 엄마가 놀라며 쳐다보았다.
"혜, 혜진아."
"엄마. 나 혜은이야. 언니 살아돌아온거 아니고."
나의 말을 들은 엄마는 약간 실망한 눈빛을 지어보였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그저 언니가 죽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고 강예지 이전의 삶은 분명히 사랑받았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사실 오히려 강예지보다 류혜은이 더 상처투성이였다는 것을 기억해내자 가슴 한쪽 구석이 시큰거렸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점. 나의 친아빠는 누굴까.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의 딸인걸 알까?
갑자기 한민진이 떠올랐다. 날 지겹도록 괴롭혔었는데. 어떻게 보면 한민진은 날 죽이려했던 부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거같다. 태워주겠다는 엄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어? 류혜진!"
순간적으로 내가 류혜진인걸 깜박하고 멍하니 있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뒤에봐봐]
뒤를 돌아보자 재현이가 웃으며 서있었다.
"내가 부르는 소리 못들었어?"
"아....... 미안"
내가 살짝 웃어보이자 재현이는 내 등을 밀었다.
"어? 버스왔다!"
우리 둘은 같아 버스에 올랐고 함께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박유한.
분명히 박유한이었다. 중학교때 친해졌고 고등학교 올라와서 내가 여고에 가 같이 학교만 안다닌 고등학교 때 유일한 친구. 하지만 유한이는 우리 학교학생이 아닌데,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뭐야..."
"응? 뭐가?"
"응? 어.. 아니야!"
난 그런 후 유한이를 등지고 섰다. 유한이가 날 보면 곤란하니까. 아니, 유한이가 아닐거야. 걔가 왜 서울에 있겠어.
학교에 도착하여 재현이는 자리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앉았고 나는 희연이와 소연이와 하경이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서현우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오늘 전학생 둘이래. 여자랑 남자"
난 순간 마음이 이상했다. 전학생....? 그리고 남자? 설마......
"자 다들 조용히 해!!"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며 소리치셨다. 모든 학생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나도 조금은 긴장한 채로 자리에 앉았다. 제발 제발....
"들어오렴."
그러자 우선 여자아이가 먼저 들어왔고, 그 다음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표정은 굳어서 펴질 줄을 몰랐다.
"얘들아 안녕 평택 효명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한민진이라고 해."
한민진. 그리고 그 옆은,
"난 평택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박유한이야"
박유한. 하필 이 둘을 여기서 만났을줄이야. 그리고 그 둘은 날 보자마자,
"강예지...?"
"강예지!"
두 사람은 다른 분위기로 날 불렀고 한 명은 놀라서 굳었고 다른 한명은 놀라서 횡설수설 했다.
"뭐야, 너......"
유한이는 내게 다가와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너 살아있었어? 너 어떻게 된거야! 이렇게 멀쩡한데 왜 연락이 없었어?"
"누구세요!"
난 우선 모르는 척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우선은 난 류혜진이니까 우선은 둘러대고 나중에 설명을 하더라도.
"누구야. 강예지는 누구야? 혜진아 너 쟤네들 알아?"
옆에서 소연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야 전학생 니가 사람 잘못봤네~"
소연이는 유한이에게 말한다음 유한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있다가 선생님께서 지정해주신 자리로 돌아갔다. 한민진도 날 한동안 멍하니 노려보다 선생님께서 정해준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뒤통수가 따가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민진인지 박유한인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수업이 끝나고 누군가 한명에게쯤은 불려가겠다 싶었다.
"혜진.... 이라고 했나?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그리고 내 예상대로 한민진이 먼저 내게 다가왔다.
"야 한민진 비켜. 나 먼저야"
그리고 곧 박유한도 내게 다가왔다.
"너 진짜 류혜진 맞냐?"
박유한은 그대로 내게 다가와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내가 어깨가 아파와서 유한이 손을 때려고 하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야 너 뭔데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그래?"
재현이는 와서 유한이의 손을 내 어깨에서 땐 뒤 유한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놔라"
유한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며 재현이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는 동안 한민진은 다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 얘기 좀 하자니까?"
"뭐야, 뭔일이야?"
반 아이들은 점점 더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고,
"혜진아 너 쟤네들 진짜 몰라?"
소연이도 물어왔고,
"야 너 진짜 강예지 아니야?!"
유한이도 물어왔고,
"류혜진 너 괜찮아?"
재현이도 물어왔다.
"하, 나 진짜 류혜진 맞아. 그리고 박유한 너 할말있으면 학교 끝나고 해. 반 분위기 흐리지 말고."
"하, 그럼 학교 끝나고 기다려라. 어디 튀지 말고."
유한이는 비웃으며 자리로 돌아갔고 재현이는 그런 유한이의 뒷모습을 노려보기만했다.
"혜진아, 괜찮아?"
재현이가 곧 물어왔고 난 웃어보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자 재현이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곧 선생님께서 들어오고 수업이 끝났고 난 유한이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작가
주인공 프로필 추가
박유한 <인피니트의 엘>
예지와의 오랜친구이자 예지가 죽고 한민진을 찾아가 예지에 대한 것을 따진 유일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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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