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빈시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힘겨운 인사를 하고 나서는 집. 엄마의 말이 오늘따라 더 들리지 않는다. 뒤에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쏟아붓는 엄마의 말을 무시한채 문을 세게 닫는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에 나 스스로도 놀란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 학교를 향한다.
*학교
학교에 도착하자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한빈아"
"네?"
"잠깐 나 좀 보자."
선생님을 따라간 곳은 교무실이 아닌 상담실이었다.
"너 수행평가 사건에 대해서 할 말 없니?"
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말해야할까? 아님 숨겨야하나?
"없는데요..."
결국 난 속이고 말았다. 사실을 숨기고 말았다. 머리는 사실대로 말하라고 하고 있는데 내 입은 거짓을 말해버린다. 그래서 난 계속 이 찝찝함을 지울수가 없다. 선생님께서는 한숨을 쉬시더니 노트북을 내쪽으로 돌려주셨다. 그곳에는 내가 교실에서 나오는 영상이 담긴 CCTV 화면이었다.
"이 때 왜 교실에 갔었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돌 지망생. 뛰어난 연기자다. 요즘 아이돌은 노래와 춤만으로는 부족하니까. 그래서 난 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실수로 휴대폰 들고 나왔더라고요, 교실에 가져다 놓으려고 다시 들어왔어요."
"휴대폰?"
"네"
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나는 애써 태연한척하며 웃어보였다.
"나중에라도 할말있으면 꼭 날 찾아와라."
"할말은 제가 아니라 한민진이 있겠죠. 걔 저 갈때까지만 해도 책상 멀쩡했는데, 그 잠시동안 일을 빠르게 저질렀으니 뭔 흔적 남았을거 아니에요."
선생님은 나의 말에 약간 동요하는듯 했지만 곧바로 다시 나를 의심했다.
"그래, 가봐라."
"네."
나는 교실로 돌아가 메일로 보내두었던 파일을 열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류혜진은 다시 프린트 해온듯했고 한민진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같은 조에 박민지가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혼자 발표준비를 했다.
"얘들아, 우리 발표는 윤하경이 하는거지?"
"아니? 내가."
윤하경이 발표를 하기로 되있었는데 갑자기 차희연이 막아서서 말했다.
"뭐? 갑자기 왜?"
"그냥, 자료조사 어차피 윤하경 시켰어."
"야, 말도 없이 담당 바꾸고 그러면 어떡해. 어쩐지 자료 조사 잘했더라."
"뭐? 너 지금 싸우자는 거야?"
"됬고, 잘해라. 안그래도 감점있는데 너 못하면 망하는거니까."
나는 차희연자리에 노트북을 놔두고 같이 매점가자는 친구를 뒤로 한채 자리로 돌아가 엎드렸다. 이래도 되는걸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억울하게 감점을 받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마지막으로 모든 아이들의 의심을 받고 있는 한민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을 질끈 감자 잠이 몰려왔다. 그렇게 난 잠이 들었다.
번쩍-
다시 눈을 떴을때는 수업이 끝난 뒤였다. 내 친구 중 한명이 내게 다가왔다.
"왠일이야, 이한빈이 잠을 자고."
"그냥, 신경쓸 일이 좀 있어서."
"영어 감점때문에? 야, 안 그래도 아까 니네 어머니 오셔서 감점 복구 해달라고 하고 갔어."
"엄마가 오셨어? 그걸 왜 지금 말해!"
"아니, 너 자고 있으니까 안깨우려고 그런거지...."
친구는 괜히 머쓱해졌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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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