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흐릿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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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린 - 시간을 거슬러

어느 학교에서나 약자는 존재한다. 그 약자가 나이냐 아니냐에 따라 학교생활은 달라지고 내가 강자에게 어떻게 비춰지냐에 따라 학교에서의 내 지위가 달라진다.그리고 난, 그런 계급사회에서 잡아먹혔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

"예인아, 우리 매점에서 빵 좀 사다주면 안돼?"

"응?"

"우리 너무 배고픈데... 실수로 지갑을 놓고와가지구... 안될까? 나중에 갚을게!"

"근데 너 아직 안갚은 돈도...."

"그래서. 싫다고?"

"아니 그게..."

"니들 뭐하는 짓이야?"

다른 반 아이들까지 우리반에 찾아와 예인이를 부른다. 그렇지만 예인이 친구들은 아니다. 놀때나 밥을 먹을 때는 항상 따로 있었으니까. 그리고 당당하게 돈을 요구한다. 자신이 예인이에게 돈을 맡겨두기라도 한것처럼.

난 이 학교 안에서 존재하는 계급에 불만이 참 많다. 난 그런 계급에 피해자였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이해하니까. 누구라도 그런 피해자들을 건든다면 강자의 입장이 된 지금 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뭐? 넌 뭐야"

예인이에게 돈을 요구하던 세명의 여자아이 중 한명이 내게 눈을 치켜뜨며 물어왔다.

"나 예인이 친구."

"친구아니야. 매점가자. 사줄게."

예인이는 세명의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별거 아니었지만 예인이의 친구 아니라는 말이 아프게 느껴졌다. 도대체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류혜진, 넌 어떤 사람이야?

*

그 때 뿐만이 아니었다. 예인이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던 것인지 주위 강자들에게는 '꽁짜 지갑'으로 통하고 있었고 그것은 내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디던지 놀러가고 싶은데 돈이 부족할때는 친구라는 이름 아래에 이예인을 불렀고 이예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친구라는 이름으로 돈을 건네주넜다.

"예인아, 내껀 내가 낼게."

"왜? 이제 기억났어? 너 이제 다시 나 따위가 너한테 돈 쓰는게 쪽팔리고 더러워?"

예인이는 주먹을 꽉 지고 부들부들 거리는 손으로 날 쳐다보았다. 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예인이의 손이 창백해질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예인이는 화가 난듯 계산을 신경질적으로 하고 내게 나의 몫을 쥐어준채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쪽팔리고 더럽다니.... 도대체 언니와 예인이는 무슨 관계 였던 걸까.

*

"류!"

소연이가 내게 뛰어오며 팔짱을 꼈다.

"소연 집 이 쪽 아니지 않아?"

난 손으로 반대 방향을 가리켜 보이며 물었다. 소연이는 웃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어 보인 뒤 대답한다.

"너한테 할말 있어서 그렇지 바보야"

"아.... 뭔데? 전화하지ㅎㅎ"

"오늘 이예인이랑 무슨 말했어? 갑자기 요즘 왜 걔한테 신경쓰고 그래. 기억 잊어버리더니 니가 엄청 싫어하던 애도 잊어버렸냐."

소연이는 살짝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싫어하다니?

"소연아. 내가 예인이를 싫어했어?"

"왠일이래. 예전에는 이름 담는 것도 더럽다고 절대 이름으로 안부르고 돈줄이라 부르더니."

예상 밖에 대답이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예인이가 뭔가를 오해해서 언니랑 사이가 꼬였을 거라고 믿었는데 언니가 정말 예인이를 싫어했다고? 왜그랬지? 난 류혜진이 아니다. 그래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난 이름만 류혜진이지 속은 류혜은, 아니 강예지니까.

"난 오늘 혜진이랑 같이 가야겠다. 나 이쪽으로 가도 되거든."

"백소. 혹시 나 예전에 어땠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

"응? 그래!"

소연이는 나의 옛 이야기를 줄줄이 꺼내놓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를 엄청 잘하고 친구도 많아서 흔히 퀸카라고 불렸다는 것도, 이예인같은 애들은 찌질하다고 싫어했던 것도, 재현이와의 관계 그리고 서현우와는 전혀 말도 섞지 않았다고.

"내가.... 찌질해서 싫다고 그랬다고?"

"응. 너 그런애들 어렸을 때 부터 엄청 싫어했잖아!"

".........."

난 생각에 잠겼다. 소연이는 옆에서 계속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전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소연이의 말문이 막혔다.

"소연아."

한 여성이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 여성은 울고 있었다. 소연이는 그 여자를 경계했고 난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소연아, 엄마야."

엄마....?

"하, 그냥 버스타고 갈껄 왜, 이 먼길을 걸어왔는지....."

소연이는 작게 중얼거렸다. 소연이는 여자가 무슨말을 하려고 하자 뚝 끊고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하였다.

"누가 당신 딸이고 누가 내 엄마야. 우리 엄마는 8년전에 나 버리고 나갔고 그 때부터 난 엄마 없어."

소연이는 거칠고 차갑게 말을 뱉어내고는 여자를 지나쳤다. 나는 여자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소연이를 따라갔다.

집에 돌아와 누워있으니 예인이에게서 예전의 나, 강예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처음보는 차가운 소연이의 모습도 머리에서 맴돌았다. 예전의 나는 아니 언니 류혜진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가 정말 죽은 언니를 대신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하자 머리가 아파왔다. 갑자기 어떤 장면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한 남자를 어린 나를 끌고 가려하는 장면.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지만 곧 괜찮아지고 다른 장면은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이게, 내가 잊고 있는 과거인가....?

*

눈을 뜨자 아침이었다. 아직 학교에 가기는 이른 시각이었지만 난 세수를 하고 아침운동을 하기 위해 밖을 나섰다. 동네에 산책로를 따라 아침 산책을 하고 있자 뒤에서 누군가 날 따라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새벽이라서 아직 사람도 많지 않은 시간이고 처음에는 그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멈춰서자 그 사람도 멈춰섰다. 그 때 어제밤에 생각났던 장면이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공포에 덮였다.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뒤에 누군가는 더 빠르게 날 쫓아왔다.

뭐야 너 누구야.

누군가가 내 어깨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고 나는 놀란채로 뒤를 돌아봤다.

작가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하 면목이 없네요....... 진짜 너무 오랜만이라서......핳 다음편에 봐요><

학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