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은시점/
"한민진 언제까지 버틸 생각일까?"
소연이의 물음에 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으으음.. 글쎄?"
왜냐하면 이상하게 난 자꾸 한민진의 말이 믿어주고 싶어서. 예전의 나 강예지가 한민진에게 학교폭력 가해자가 됬던 기억이 떠올라서 한민진이 믿어주고 싶어졌다.
"아, 진짜!"
소연이는 내 필기를 하나하나 다시 옮겨적으며 신경질 부렸다.
"야, 나 공책 다시사는데 만원 넘게 들었잖아! 한민진인거 밝혀지면 가서 죽여버릴거야."
소연이가 글씨를 공격적으로 써넣으며 말했다. 나는 옆에 앉아 그저 웃어보였다. 그 때 박유한이 내게 다가왔다.
"먹어"
유한이는 내게 바나나우유를 건넸다. 역시 소꿉친구.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그리고 우리반 알림 전문인 아이가 들어와 외쳤다.
"야! 이한빈 자살기도 했대!"
"뭐?"
한빈이가?
/며칠전/
"저기 한빈아? 안녕"
"어? 어...."
한빈이와 단둘이 있게된 교실은 심각하게 어색했다. 우리 둘다 어색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너랑 나 작년에도 같은반이었는데."
"어?"
"너랑 나랑 백소연이랑 서현우랑 넷이 작년에도 같은반이었어."
"정말? 작년에 난 어땠어?"
"나랑은 여전히 어색했지. 근데 이거 하나는 알 수 있어"
"뭔데?"
"너 서현우랑 말도 안섞었어. 한심하다고."
한빈이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한빈이도 곧 고개를 돌렸고 나는 화재를 바꾸려고 애쓰다 한빈이 귀에 꽂힌 이어폰을 보았다.
"음악듣는거! 좋아하나보다."
"응, 춤추고 노래하는거 좋아하거든."
"그럼 꿈이 가수야??"
"아니, 부모님이 별로 안좋아하셔서..."
"응? 니 꿈이잖아!"
".........."
/디시현재/
한빈이의 자살기도 소식에 그 때 나눴던 대화가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꿈 얘기할때, 부모님 얘기할 때 한빈이의 표정이 많이 어두웠던거 같다. 자살한 이유가 그 때 나랑 얘기하면서 얘기했던 꿈얘기 때문인가.
"백소, 우리 있다가 병문안갈까?"
"뭐? 우리 걔랑 안친해!"
"그래도, 같은반 친구잖아. 응?"
"뭐... 그래...."
소연이는 내키지는 않지만 내 부탁에 마지못해 승낙한듯 보였다. 유한이는 내게 자신도 같이 갈거라고 했고 그러자 소연이는 서현우를 불렀다.
"그럼 현우야! 너도 같이가!"
".....뭐 그러던가"
소연이도 현우도 모르는거 같았지만 난 확실하게 한가지를 알 수 있었다. 서현우가 소연이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거 정도는. 감정에 변화가 생긴게 아닐까 싶다.
*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모두들 누가 먼저다 하기도 전에 뛰어나갔다. 선생님께서는 모두 앉으라고 소리쳤지만 다들 듣지도 않고 뛰어나갔다.
"우리도 가자!"
요즘 우리가 같이 밥을 먹는 멤버는 나, 소연이, 유한이, 현우 그리고 재현이다. 근데 재현이는 급식실까지 가는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재-"
"야, 류혜으....이 아니라 진"
유한이가 날 부르는 바람에 재현이를 부르려던 내가 멈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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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