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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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어? 미안."

뒤를 돌아보자 어떤 남자가 당황한 채 서있었다. 내 얼굴은 경직될 대로 경직 되있었고 남자는 날 놀래켰다는 사실에 미안해하고 있었다. 근데 얘 누구야...?

"아....... 니가 누구지?"

"뭐?? 누구지??? 이게 진짜 장난하나!"

의문의 남자는 큰 키를 반으로 접어 내게 접근했다. 그런 뒤 내 목을 팔로 휘어감아 세진 않지만 약하지 않은채로 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뭐지, 누구였지. 자, 희연이가 보내준 반 아이들 얼굴을 생각해볼까. 자 생각해내자. 강예... 아니 류혜은 넌 할 수 있다 아자아자.

"아!! 니가......"

음 누구였더라, 아 맞다!!!!!!

"김재현! 맞지!"

난 기억해냈다는 사실 조차가 충분히 자랑스럽다.하.... 재현이는 날 보더니 멍하니 있었다. 그냥 어이 없다는 표정보다는 뭔가 허무하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지, 틀렸나. 김재현이 아니었나?

"풋-"

하지만 곧 김재현은 날 보고 살짝 웃어보였고 내 어깨 위에 손을 치웠다. 그런 뒤 씁쓸한 미소를 보인 뒤 다시 말을 걸어왔다.

"뭐, 뭐야!!"

"류혜진 맞냐.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지만 너무 다르다 너."

류혜진 맞냐......
그 한 마디에 난 경직 됬다. 아니야, 사실 난 류혜진이 아니야. 난 류혜은인데 사실 내가 류혜은이 맞는지도 난 잘 모르겠어. 김재현 넌 누구야? 넌 날 나보다 잘 알지? 넌 누구고 난 누구야?

"류혜진?"

"어, 어?"

"왜 멍을 때려."

"아.... 잠깐 딴 생각좀 하느라고.... 미안"

"혜진이 너 어떻게 싹 다 지워버렸냐. 나도 기억 못하고."

당연하지. 다른 사람이니까.

"우리 많이 친했나보다 헤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기억 잃은 류혜진 연기를 선보였다. 재현이는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 주며 웃었다.

"니가 기억내서 말해줘."

"근데 우리 친했으면 왜 학교에서는 아는 척 안했어?"

"너 괘씸해서. 실종당일 나한테 그렇게 알쏭 달쏭한 말만 남겨놓고 갑자기 증발하더니 나에 대한 기억은 전부 다 어디다가 팔아놓고 오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갔다....? 언니가 평택으로 오기 전에 재현이와 무슨 대화를 나누고 갔다는 건가?

"그게 무슨말이야...? 무슨 말을 했다니?"

"아냐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마"

재현이는 내 머리를 손으로 꾸욱 누른 뒤 다시 앞질러 뛰어갔다. 난 다행히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재현이와 몇 분만에 다시 친해질 수 있었다. 재현이의 행동으로 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재현이는 언니를 정말 많이좋아했구나.

*

김재현
[야 류혜진! 오늘도 연습 끝날 때 기다릴거지?]

언니라면 이런 상황에 뭐라 보냈을까?

류혜진
[그래!]

김재현
[오오 류혜진 왠일이야?]

류혜진
[ㅎㅎ]

뒤를 돌아 재현이가 있는 곳을 쳐다보니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들어보인다.

"뭐해?"

옆에서 재현이와 문자를 나누던 나에게 희연이가 물어왔다.

"어, 재현이랑 문자해"

"오오 류혜진 왠열? 평소에 김재현이랑 문자 할땐 말 걸어도 대답도 안해주더니."

기억 잃더니 사람 자체가 바뀌었어-

아이들은 나의 태도가 바뀐 사실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딱히 이상해 하지는 않는거 같았다. 그래서 난 지금부터 진짜 기억을 잃어 성격 자체가 바뀐 류혜진을 연기하기로 하였다.

"근데 혜진이 진짜 다른 사람 같지!!"

하경이가 옆에서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저 웃으며 아니라고 했지만 희연이와 소연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듯 싶었다.

"야, 얘 글씨체도 다른거봐"

소연이는 내 영어 필기를 보더니 말했다. 난 급하게 공책을 덮어버리고 공책을 책상서랍속으로 밀어넣었다.

"에이, 아니야 ㅎㅎ"

소연이는 갑작스러운 나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거 같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 아이들은 과연 내가 언니가 아닌 류혜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날 어떻게 대할까.......

*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기 전 오후 수업을 빠지고 연습을 하는 재현이에게 찾아갔다. 이미 늦은 시각이라 대부분 연습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결국 수영장안에는 나와 재현이 둘만 남았다.

"오오 류혜진~~~!! 오늘 웬일로 왔냐?"

재현이는 내게 물을 튀기며 물었다. 저 말을 들으니 언니는 잘 오지 않았던 듯 싶다. 하긴 내가 들어도 언니는 엄청 까칠하니까.

"하지마~"

내가 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말했다. 하지만 재현이는 더 세게 물을 튀기며 장난을 걸어왔다.

"싫은데~~?"

"너어어어!!"

나는 수영장안에 들어있던 샤워기를 들어 재현이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재현이는 샤워기를 든 내 모습에 당황하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바닥이 미끄러웠던 탓에 난 수영장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풍덩-

아, 나 수영 못하는데.

"하하 류혜진 꼴 좋다 하하하"

그 때 스쳐지나가듯 생각나는 기억. 분명히 그 여자아이는 어릴 적의 나인 듯하다. 난 누군가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 누군가 나를 저수지로 밀어버렸다.

이게 나의 기억인지 내가 보았던 기억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강예지가 된 계기는 분명했다. 근데, 아... 숨막힌다...

풍덩-

또 다른 누군가가 물에 빠졌고 날 수영장 밖으로 꺼내었다.

"쿨럭-"

내가 기침을 하며 물을 뱉어내자 재현이는 당황한 듯 나의 이름, 아니 언니의 이름만 불러댔다.

"류혜진. 야, 류혜진 정신차려. 류혜진!"

난 드디어 정신을 차렸고 힘들게 곱씹었다. 이 기억 반드시 찾아서 모두 복수할거야.

작가
여러분 늦었지만 추석 잘 보내세요!!!

학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