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부 2화. 혼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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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은시점/

"야, 내꺼 안보여? 내것도 완전히 맛탱이 간거 안보이냐고!"

한민진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우리반에는 그 누구도 한민진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야 한민진, 우리조 원래 서로 발표안하겠다고 미뤄서 망했잖아. 니가 그래서 공부잘하는애들 같이 망하라고 우리조꺼까지 망가트리는거 아니야?"

한민진과 같은 조인 여자아이 한명이 물었다.

"아니라니까? 내가 그런짓을 왜해, 너네 미쳤어?"

"야, 니 예전에도 평택 왕따 사건 니 아니라했는데, 결국 맞았잖아. 근데 니 말을 어떻게 믿어?"

민진에게 그 여자아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한민진은 정말 억울함이라도 토해내듯 소리쳤다.

"나 진짜 아니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한민진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한번 거짓말을 했던 낙인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한번의 낙인은 아무리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고 없애려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잊혀진다해도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낙인이란 무서운것이다.

"와, 한민진 진짜 무섭네, 공부 잘하는 애들것만 싹 골라서 없앤것봐"

"아 진짜 나 아니라니까!"

"아 니들은 수행평가만 망했다지만 난 이게 뭐야! 수행평가도 망하고 교과서도 완전 다 젖었잖아! 곧 있으면 시험인데 나 어쩌라고!"

소연이가 한민진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진짜 나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민진은 노트북을 바닥에 던져버린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은 각자 모여서 한민진의 반응에 대한 얘기를 했고 모두 한민진의 짓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

/작가시점/

"그럼 누군가가 일부러 했단 말이야?"

담임선생님께 반장인 한빈은 오늘 영어 수행평가에 대한 사건을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되묻자 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리고 2학년 8반 담임선생님은 깊은 생각 속에 잠겼다. 혜진이 실종사건, 예인이 왕따사건, 평택왕따사건 가해자 그리고 수행평가사건까지. 왜 모든 사건이 자신의 반에서 일어나는지 머리가 아파왔다.

"어떡할까요?"

"원칙대로 할거라고 전해줄래?"

담임선생님에게 묻는 한빈의 질문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영어선생님이 대답했다.

"피피티 자료가 아예 없는 두 팀은 10점 감점이고 사본 없는 팀은 5점이고."

"선생님, 이거 15점 만점인데, 10점이나 감점하시면 어쩌라고요!"

성적에 민감한 한빈이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이 영어선생님을 설득하듯 말을 걸었다.

"누가 일부러 한거라면, 최소 8명의 학생이 피해를 보는거지 않습니까."

".........그럼 2점 감점하고 다음 시간에 발표 보는걸로 하죠. 그 발표로 감점여부 더 따지던지 할테니까."

한빈은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인사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한빈은 교실로 돌아와 교탁앞에 서서 영어선생님의 결정을 반 아이들에게 전했다.

"아- 한민진때문에 이게 무슨꼴이냐"

"그러니까"

반아이들은 다시 민진을 몰아가기 시작했고 민진은 다시한번 크게 부정했다.

"나 아니라고!"

"아니시겠죠 뭐,"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민진을 믿어주지 않았다. 민진은 문자로 혜은에게 물었다.

한민진
[너냐?]

류혜은
[뭐가]

한민진
[니가 이번일 꾸몄냐고]

류혜은
[소설써? 나 체육시간에 교실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뭔소리야]

민진은 부정할 수 없었다. 혜은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은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진 역시 교실에 들어와서 계속 잠을 청했고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편이기에 누가 들어왔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이한빈시점/

"다녀왔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가는 집에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지만 두사람 모두 나는 반갑지 않다.

"이제 오냐"

"예 아버지."

"얼른 들어가서 공부준비하거라. 너 수학 수행평가에서도 점수 깎였다면서"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내 방을 향했다. 방에 들어가자 엄마가 준비해둔 시험지가 내 책상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내가 수학 수행평가에서 0.5점이 깎였기때문에 더 풀어야할 문제지들이 가득했다.

"아들, 요즘 공부 안해? 시험성적 신경 안써? 이번에 너보다 한민진이라는 아이가 더 잘봤다면서."

"죄송해요, 다음에는 더 잘할게요"

"다음에 더 잘하면 이번 수행평가 점수가 복원되니? 앞으로 신경 좀 쓰고. 오늘 자기 전까지 저 시험지들 다 풀고 자."

"네"

시험지는 오늘 밤에 다 풀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한장당 20문제씩 최소 400장. 이 많은양을 다 풀으라는 엄마의 말에 난 심장이 터져버릴듯하다.

나는 샤워를 하러 들어가 음악을 튼다. 난 노래를 듣고 부르고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나의 행복은 억압되었고 지금의 난 엄마, 아빠가 시키는대로밖에 할줄 모르는 꼭두각시이다.

다 씻고 샤워기를 껐는데도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다. 나가면 이 음악도 꺼야하고 공부만 해야해서. 그래서 그냥 옷을 입고도 멍하니 서서 음악만 듣는다. 그러다 천천히 밖에 나온다.

"아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공부 안해?"

엄마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머리를 말렸다. 다 지긋지긋해.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만 보면 구역질이 나.

"공부할거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달칵-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는다. 그리고 지금껏 몰래몰래 보면서 기억나는 춤을 춘다. 한동작 한동작에 내 영혼이 실리고 날아갈것같이 행복하다.

"아들 지금 뭐하는거야"

"....엄마"

갑작스런 엄마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엄마가 서계셨다. 한손에는 마스터키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또 다른 시험지 뭉치를 든채.

"너 이러려고 매일밤 문 잠갔니? 공부는 폼으로 해? 넌 니 미래 신경써주는 엄마가 안보여?"

"......그러니까 누가 제 미래 신경써 달래요?"

"지금 너 말대꾸하니?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엄마 사업때문이겠죠, 학원 크게 벌리려고! 저 신경써주시는 척 좀 그만하시면 안돼요?"

짝-

큰 소리와 함께 내 고개가 돌아간다. 엄마에게 맞은 뺨은 욱신거리기 시작하고 나는 나올듯한 눈물을 억지로 참아낸다.

"너 그게 할소리야?"

"엄마 저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제발 노래하게 해주세요... 네?"

내가 엄마를 보고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엄마는 내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낚아챈다. 그리고 그걸 얼굴옆에 들고 흔들어보인다.

"압수"

"하....."

참았던 눈물이 결국 쏟아지고 엄마는 밖으로 나가신다. 그리고 닫혀버린 문에대고 난 소리를 지른다.

"엄마 저 이번에 영어 수행평가 0점 맞아요, 제가 애들 수행평가 망쳤거든요. 실수로 내꺼에 물 쏟아서 다른 공부 잘하는 애들꺼까지 제가 다 고장냈어요. 저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하고 0점 맞을게요. 그럼 이제 욕심 그만내실래요?"

엄마가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무말도 하지마. 선생님 모르시잖아? 말하기만해. 가만 안둬."

엄마는 그 말을 뒤로 한채 문을 세게 닫고 나가셨다. 나는 끝없이 내리는 눈물을 뒤로 한채 어쩔 수 없이 다시 책상앞에 앉는다. 말로만이 아니라, 난 지금 절실하게 죽고싶다. 용기만 있다면 자살하고 싶다.

작가
오늘 화요일인거 깜빡하고 안올릴뻔햇어여ㅜㅜㅜㅜㅜ

학교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