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류혜진시점/
"얘들아"
".....너가 진짜 류혜진?"
"그래 내가 류혜진."
난 한민진을 무시한채로 나와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로 돌아가자 아이들은 모두 혜은이를 붙잡고 울고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다들 나에게로 관심을 돌렸고 혜은이도 날 웃으며 바라봤다.
"어떻게 나한테까지 숨겨?"
그리고 소연이는 나를 다그치듯 물었다. 나는 그냥 백소연의 머리를 헝크러트리고 자리에 앉았다.
"혜은아, 수업은 니가 들을거야?"
내가 묻자 혜은이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리고 우리 둘은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 입었다. 난 교복으로, 혜은이는 사복으로.
"야, 니네 옷갈아입은거지? 지금은 교복 입은애가 류혜진이지?"
우리가 나가자 아이들은 아직도 헷갈린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혜은이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잘가"
"응"
혜은이도 반 친구들에게 알아서 인사를 했다. 그 때 김재현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번엔 진짜 류혜진이야?"
"......응"
"이제는 안 사라질거지?"
"응 걱정마"
재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듯한 얼굴을 하고선 말을 걸어왔다. 내가 대답하자 재현이는 나를 끌어안았다.
"야! 미쳤냐? 이거 안놔?"
"보고싶었어. 널 만나면 이말부터 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화만 내게 되더라. 혜진아, 진짜 너무 많이 보고싶었어."
"........."
재현이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재현이의 등을 토닥여줬다. 재현이는 날 더 꽉 끌어안았고 나는 그런 재현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것같아서 좋았다.
/류혜은시점/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뒤를 돌아보자 서현우가 서있었다.
"네가 류혜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친구지?"
서현우에게 난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더 이상 네가 류혜진이 아니어도 우리, 만날 수 있는거지?"
난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서현우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잘가'라고 말해줬다. 나도 이제 웃으며 인사할 수 있다. 류혜진이 아닌 류혜은이라는 단 한 사람으로서.
*
호텔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듯한 느낌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드디어 고소장을 접수하는 날이다. 비록 날 그렇게 만든 사람이지만 우리 부모를, 다른 사람도 아닌 날 낳아주신 어머니 아버지를 고소하는게 정말 맞는건지 알 수가 없다.
"후....."
누워서 열심히 생각해보지만 난 차마 답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냥 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류혜진시점/
"혜진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난 설명을 들어야겠어"
혜은이가 밖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날 둘러싸고 하나 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맞아, 솔직히 이거 너무 드라마같지 않아?"
"빨리 말해봐."
"설명해 빨리."
"아, 좀! 말 좀 하자, 말!"
내가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선,"
난 입을 열었다.
"난 어떤 정체모를 사람한테서 혜은이의 학생증 사진이랑 아빠랑.... 하여튼 무슨 사진을 받았어. 처음에는 그게 난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내 쌍둥이 동생이더라. 그래서 평택에 가서 그 사진을 보낸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은 우리아빠 부하직원이었어. 아빠를 고소하고 싶어했고 난 그러기로 한거야. 거기서 지내야하는데 돈이 없잖아. 그래서 내 소지품 팔아서 지내는데 하필 그 사람이 죽어서 다들 내가 죽은줄 안거고."
내가 설명을 마치자 아이들은 침묵을 쉽사리 깨지 못했다. 김재현도 저만치에서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 때 침묵을 깬건 서현우였다.
"뭐, 어찌됬던 싸가지 없는 류혜진 다시보니까 되게 별로네."
"저게 진짜"
그리고 소연이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직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라도 그랬을거다. 재현이는 나에게 다가와서 그냥 날 안아줬다.
"뭐야, 이거 왜이래. 안놔?"
"잠깐만.... 진짜 잠깐만. 나 류혜진이 살아돌아온게 너무 안믿겨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류혜진인게 실감이 안나서, 그래서 그러니까.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나."
재현이의 발언에 다른 아이들은 슬슬 자리를 비켜주기 시작했다. 하나는 아직 궁금한게 한참 남았지만 이따가 두고 보자며 자리에 앉았다. 난 재현이의 등을 아무 말 없이 토닥여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가 끝날 때까지 한민진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의 휴대폰으로 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알 수 없음
[접수 완료.]그 문자를 보고 난 혜은이에게 돌아가 오늘은 푹쉬라고 말해줬다. 혜은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누웠다. 긴장되는 듯 싶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고 나도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
/류혜은시점/
"가자"
드디어 검찰에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참고인 자격으로 나, 언니 그리고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는 우리를 데리러 오셨고 나와 언니는 그 차에 올라타 검찰청을 향했다.
"혜은아, 너가 기억하는대로만 말하면돼. 알지?"
언니의 물음에 난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머리 속이 너무 복잡했지만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한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
검찰조사를 마치고 나오자 갑자기 어디 한부분이 뻥 뚤린 기분이다. 난 검찰에서 엄마, 아빠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니도 아저씨도 의외의 나의 결정에 놀란듯 했다. 하지만 검찰측에서는 이정도 증거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나왔다.
"다 자신이 자처한일이야. 전부 엄마, 아빠가 저지른 일이잖아. 내가 거짓말한것도 아니고. 괜찮아"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마음을 비워냈다.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2개나 끝나버렸다. 머리도 맑아지고 어깨 위의 짐도 사라진 기분이다. 언니는 여전히 복잡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재현이 때문이겠지.
"아저씨 저 여기서 내려주세요. 약속이 있어서요."
"어쩐지 검찰 조사 받는데 엄청 예쁘게 하고 왔더라. 남친이니?"
"에이, 그런거 아니에요"
아저씨의 장난에 나는 웃어넘긴채 차에서 내렸다.
"언니! 갔다올게. 좀 쉬어"
언니는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는 아저씨께 인사한 후 차 문을 닫았다.
"혜은아"
날 부르는 목소리. 다정한 말투. 뒤를 돌아보자 유한이가 서있다.
"일찍 왔네."
유한이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유한이는 예쁜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앉을까?"
우리는 함께 분수대 옆 벤츠에 앉았다.
"할 말이란게 뭐야?"
유한이가 묻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내뱉었다.
"아직 확실하게 정리가 된건 아닌데, 최근에 내가 정리를 해본게있어."
".........."
"내가 널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고 평소랑 같은데도 너가 날 잡으면 심장 소리가 커지고 얼굴이 터질거같아."
"야, 류혜은 너...."
"이거 뭐야.... 너도 나 보면 그래?"
"......잠깐만 혜은아 너 지금 그러니까, 너가"
"모르겠어. 한 번도 이랬던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나, 널 좋아하는거같아."
유한이는 갑작스런 내 고백에 놀란듯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돌렸다.
"유한아, 왜그래?"
"너무..... 좋아서."
"응?"
"지금 너가 한 말도 너 그 자체도 너무 좋아서."
"....어?"
"나도 너 좋아한다고 바보야."
유한이는 그 말을 끝으로 날 와락 안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유한이도 날 안은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고마워, 날 좋아해줘서."
작가
이게 몇달만인지..... 진짜 오랜만입니다ㅠㅠㅠㅠㅠㅠ 꼭 돌아와야지 돌아와야지 하면서도 현생이 절 돕지 않았어요ㅠㅠ 학교는 완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차기작 준비해둔거 많아요!ㅎㅎ 기다려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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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