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엄마 시점
가슴이 내려 앉은것만 같았다. 어째서 내 딸이 가지고 갔던 소지품들이 죽은 시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나는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익사한 상태라서 얼굴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뭉게진 상태였다.
"....아.....으....."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낸 채로 주저 앉았다. 그저 울음조차 토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감정이 가슴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 심장이 아파왔다. 불타는 것만 같았다.
"으....... 혜진.....아...... 흐흡......"
숨도 잘 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눈물은 기어코 모습을 드러낸다. 혜은이는 혜진이와 쏙 닮아서 내 팔을 붙잡고 뭐라뭐라 하는데 혜진이의 웃는 얼굴이 혜은이에게 겹쳐보여서 더욱 아파왔다.
너무나도 큰 슬픔이 뭉쳐져 쏟아져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걱정은 혜진이 아빠였다. 혜진이 아빠는 어릴 적부터 혜은이를 싫어하여 내가 실종된 혜은이를 찾는 것도 싫어했다. 그런데 혜진이는 죽고 혜은이를 찾았다는 것을 알면 그 남자는 혜은이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눌러 넣은 뒤 내 팔을 붙잡고 있는 혜은이를 붙잡고 말했다.
"혜은아, 지금부터 엄마 말 잘들어"
"네?"
"지금부터 넌 혜진이야. 류혜진. 그리고 니가 죽은거야."
".....그게 무슨......"
"그렇게 해야돼.. 안 그러면 너까지 죽을지도 몰라."
*혜은시점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죽은거고 내가 언니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아직 내가 쌍둥이라는 것도 안믿겨지는데 이게 다 뭔 말이야....
"어떻게 그래요!"
"제발 부탁이야, 이 엄마는 너까지 없으면 정말 죽어버릴지도 몰라...."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에 처음 가져보는 엄마가 울면서 애원하는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고 난 그렇게 류혜진으로써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학교/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나를 보러 오는 친구들은 은근히 많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류혜진의 삶을 대신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깊기도 했다.
"혜으.... 아니 혜진아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아빠라는 사람은 출장을 자주 나간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랑 마주칠일은 얼마 안되니까 연기를 해야하긴 하지만 그렇게 자주는 아니다. 엄마,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나의 엄마는 아파 보였다. 언니를 찾느라 계속해서 힘들었고 죽은 언니를 그리워 하는듯 보였다.
"죽 끓이고 있어요. 많이 편찮아보이셔서...."
"얘가 웬 존대? 혜진이는 반말했어~"
"네... 엄마"
"혜진아, 네가 아니라 응"
"응. 엄마"
나는 엄마가 죽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는 것을 본 뒤 내 방으로 올라가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거울 속에 명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류혜진이라......."
명찰을 한두번 만지작 거리다 버스를 놓칠것만 같아 곧 내려왔다.
언니 이름에 절대 먹칠하지 않을거야
*같은 시각 경기도 평택
들었지? 그거 한민진 때문에 자살한거라잖아
한민진 걔 좀 심하긴 했어. 툭하면 강예지 때리고.
맞아 솔직히 쟤 사람 죽인거지!
야 너무 그러지마 그래도 걔가 직접 죽인건 아니 잖아.
야, 한민진이 걔 괴롭혀서 걔가 죽은거지. 한민진이 걔 나뒀으면 걔가 죽었겠냐?
맞는말이네.
그리고 같은 시각 뉴스는 경기도 평택 여고생 자살사건으로 뒤덥혔다.
경기도 평택 여자 고등학교의 H양이 동급생 K양을......
경기도 P고의 한민진양은 동급생......
*혜진 실종당시 친구들 (소연시점)
"백소! 혜진이 얘기 들었어?"
하경이 나에게 달려오며 책상을 쳐 날 일으켜 세우듯 말했다. 나도 마침 그 소식을 듣고 걱정하고 있던 참이라 울상을 지은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떡해.... 어제부터 전화도 안받고......"
나는 받지 않는 혜진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것인지 희연이가 뒷문을 세게 열며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니들 들었어?"
"하.... 응......."
".......미쳤나봐 류혜진...... 어딜간거야......"
재현이도 소식을 듣고나서 부터 표정이 어두워지며 헤드폰을 끼고 아무런 말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재현이도 연습을 갈 때와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는 헤드폰을 빼지 않았다. 이럴 때 현우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이 자식 입원해서 학교를 안나온다.
[며칠 뒤]
"하이 친구들!"
무려 일주일만에 서현우가 가방을 책상 위로 집어 던지며 말했다. 그런 뒤 곧장 나에게 다가와서 내 머리를 헝크러 트리며 물었다.
"야 백소 류혜진 어디 다쳤냐?"
".......몰라 왜"
"걔 아까 나 입원한 병원에 있던데?"
"뭐?!"
나는 바로 일어서서 하경과 희연에게 문자를 보냈고 희연이 재현에게 문자를 보내어 우리는 그 병원으로 찾아갔다. 찾아가서 들은 소식은 혜진이 기억 상실이라서 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이었지만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로 난 기뻤다.
"나는 백소연이야. 여기 얼굴 빵빵한 애는 차희연, 그 옆에 귀여운 애가 윤하경. 저 키큰 남자애는 김재현. 우리 전부 다 진짜 친했엇어! 지금도 친하고!"
나는 혜진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예전 이야기를 꺼내었지만 소용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가장 기뻐할 줄 알았던 재현은 오히려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음... 그래? 그럼 나 학교가도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응!"
작가
업데이트가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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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